본문 바로가기
  • 과학과 놀자

    전기 통하는 버섯 균사체로 컴퓨터 개발

    컴퓨터는 80여 년 전에 등장했다. 당시 컴퓨터는 방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거대했다. 이후 기술 발전으로 컴퓨터는 점점 작아지고, 성능은 더욱 빠르고 뛰어나게 향상됐다. 그 결과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폰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일을 가능하게 했고, 스마트 워치 같은 웨어러블 컴퓨터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버섯으로 반도체 소자를 재현한 연구가 공개되며 컴퓨터가 또다시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연구팀이 표고버섯을 활용해 차세대 반도체 소자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컴퓨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도체 중 하나는 ‘램(RAM)’이다. 램은 작업 중인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휘발성 메모리 공간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하고 계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점은 컴퓨터 작업을 하는 도중에 전원이 꺼지거나 전기가 끊기면, 작업했던 내용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이러한 단점을 극복한 차세대 반도체가 ‘멤리스터(memristor)’다. 멤리스터는 ‘메모리(memory)’와 ‘저항기(resistor)’를 합친 단어다. 전류의 양에 따라 저항이 변하고 그 상태를 유지한다는 점이 특징인데, 이로 인해 이론적으로는 데이터 처리와 저장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덕분에 전원이 꺼져도 작업했던 내용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 미래 인공지능 하드웨어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이번에 개발한 버섯 반도체가 ‘멤리스터’의 역할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팀이 주목한 건 버섯의 균사체다. 버섯은 ‘균류’라는 독립된 생물체다. 성숙한 버섯에서 만들어진 포자가 떨어져 나와 주변의 땅에 자리 잡으면

  • 과학과 놀자

    혹독한 우주서 살아남은 이끼, '화성 개척자' 될까 [과학과 놀자]

    영화 ‘마션(The Martian)’의 주인공은 화성의 황폐한 토양에 감자를 심어 살아남는다. 실제로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다른 행성에 정착할 때 함께할 가능성이 가장 큰 식물은 무엇일까? 최근 과학계는 그 주인공으로 화려한 꽃이나 풍성한 열매를 맺는 식물 대신 발밑에 낮게 깔린 ‘이끼’에 주목하고 있다.우리가 숲길이나 담벼락에서 흔히 마주치는 초록색 이끼는 약 4억5000만 년 전 식물이 바다에서 육지로 처음 상륙했을 때의 원시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당시 식물들처럼 이끼의 뿌리는 몸을 바위 등에 고정하는 역할만 하고, 잎과 줄기 등으로 물을 빨아들인다. 흙이 거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비가 오면 온몸으로 물을 흡수해 금세 생기를 되찾는 이 놀라운 능력이 끈질긴 생명력의 비결이다.최근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연구팀은 이런 이끼의 생명력이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도 통할지 확인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2022년 유럽우주국(ESA)이 주도한 우주 생물학 실험의 일환으로 실험에 흔히 사용되는 이끼 ‘피스코미트리움 파텐스(Physcomitrium patens)’의 포자를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냈다. 포자는 꽃을 피우지 않는 이끼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만드는 아주 작은 씨앗 같은 세포로, 껍질이 단단하고 생명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상태라 환경 변화에 매우 강하다.이끼의 포자는 ISS 바깥쪽에 설치된 실험 장치에서 약 9개월 동안 우주의 가혹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됐다. 우주는 산소가 없는 진공 상태인 데다 생명체에 치명적인 자외선과 방사선이 쏟아지고, 온도도 영하와 영상을 오간다. 실제로 앞선 연구들에서 해바라기나

  • 과학과 놀자

    상처 회복 더디다?…붉은 머리 유전자의 비밀

    한 유전자가 딱 한 가지 특징만을 결정한다고 믿는다면 크나큰 오해다. 생명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유전자는 전구 하나를 껐다 켰다 하는 스위치가 아니라, 여러 전구가 연결된 복잡한 회로 시스템에 가깝다. 한 유전자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형질을 결정하거나 한 형질이 여러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 예로 동아시아인에게서 자주 관찰되는 EDAR 유전자 변이는 머리카락을 더 굵게 하고, 앞니를 삽 모양으로 만들며 땀샘 밀도를 높인다. 머리카락, 치아, 땀샘은 전혀 다른 기관이지만 발생 과정에서 같은 유전자 신호 경로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최근 영국 에든버러대 염증연구센터는 이와 같은 유전자를 또 하나 발견했다. 모발 색상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MC1R이다. 지금까지 MC1R은 ‘붉은 머리 유전자’로 불려왔다. 이 유전자에 특정 변이가 생기면 붉은 머리카락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든버러대 연구팀이 실험한 결과, MC1R이 상처 치유 과정에도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연구팀은 먼저 사람의 피부 샘플을 분석했다. 발에 나타나는 당뇨병성 궤양, 혈액순환 문제로 발생하는 다리 궤양, 흔히 욕창으로 알려진 압박성 궤양 등 오래된 상처 조직에서 피부 샘플을 채취한 뒤, 이 세포들에서 MC1R 유전자 신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오래된 상처 조직은 건강한 피부에 비해 MC1R 유전자 신호가 약화돼 있었다. MC1R 유전자와 상처 치유 속도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결과였다.연관성을 좀 더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동물실험도 진행했다. 연구팀은 MC1R 유

  • 과학과 놀자

    지구에 유기물 배달?…힘받는 외래 생명기원설 [과학과 놀자]

    약 40억 년 전, 원시 지구는 뜨겁고 척박한 땅이었다. 그런데 이 불모의 땅에서 어떻게 복잡한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두 가지 가설을 세웠다. 지구 자체에서 재료가 만들어졌다는 ‘자생설’과 외부에서 재료가 배달됐다는 ‘외래설’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 후자인 외래설에 힘이 실리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이 실마리를 가져다준 건 소행성 ‘베누’다. 베누는 지구에서 약 3억3300만km 떨어져 있으며, 태양계 형성 초기인 약 45억 년 전의 물질을 고스란히 간직한 ‘탄소질 소행성’이다. 지구와 같은 행성들은 지각 변동과 화산 활동, 대기 작용을 거치며 초기 형성 당시의 정보를 대부분 잃어버렸다. 하지만 베누처럼 크기가 작은 소행성은 열적 변화가 거의 없어 태양계 탄생 당시의 레시피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냉동 타임캡슐과 같다.특히 베누는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지구 근접 소행성’이기도 하다. 인류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일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수십억 년 전 지구에 물과 유기물을 배달해 생명의 씨앗을 뿌린 주역이 바로 이런 소행성들이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입증하기엔 최적의 연구 대상이다. 그래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16년 베누의 표본을 지구로 가져오는 임무를 가진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을 발사했다. 그리고 7년 만인 2023년 9월, 베누의 시료를 담아 귀환했다. 캡슐 속에는 121.6g의 샘플이 들어 있었다. 고작 종이컵 한 컵 정도의 양이지만, 그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핵심 성분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

  • 과학과 놀자

    레몬별에 다이아몬드 비?…제임스웹이 발견 [과학과 놀자]

    행성은 구형에 가깝다. 이제껏 의심하지 않던 우주의 공식이다. 이처럼 당연히 받아들여진 명제가 최근 깨졌다. 레몬처럼 한쪽이 길쭉하게 늘어난 모양의 행성이 발견된 것이다. 독특한 외형만큼이나 공기 성분도 생경하다. 이곳의 하늘에는 산소 대신 탄소가 가득하다. 투명한 다이아몬드 비가 쏟아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만약 이 행성의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면, 레몬처럼 휜 지평선 너머로 반짝이는 보석 소나기가 내리는 장관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2021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우주로 쏘아 올린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우주의 눈’으로 불린다. 허블의 뒤를 잇는 JWST는 아주 미세한 적외선까지 포착해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우주의 속살’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JWST 탐사 이후, 과거 존재만 겨우 확인한 먼 천체들의 숨겨진 실체가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최근 JWST는 다시 한번 기이한 외계 행성을 포착했다. 지구에서 75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PSR J2322-2650b’이다. 이 행성의 존재는 10년 전 전파 신호를 통해 처음 확인했지만, 너무 멀고 어두워 그간 구체적인 모습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12월, JWST의 정밀 분석 데이터가 공개되며 이 행성의 정체가 마침내 세상에 드러났다.놀랍게도 JWST가 들여다본 이 행성은 흔히 우리가 아는 둥근 공 모양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 양옆에서 힘껏 잡아당긴 듯 길쭉하게 늘어난 레몬 모양이었다. 미국 시카고대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이 놀라운 관측 결과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에 발표했다.사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포함해 태양계 대부분 행성도 완벽한 공 모

  • 과학과 놀자

    "빛 99.8% 흡수"…극락조 깃털 옷감 나왔다 [과학과 놀자]

    색은 물체에 흡수되지 못하고 튕겨 나온 빛의 잔여물이다. 예컨대 사과가 붉게 보이는 이유는 사과 표면이 붉은색에 해당하는 긴 파장의 빛은 반사하고, 다른 파장의 빛은 흡수하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어떤 물체가 검은색으로 보이면 표면이 빛을 반사하지 않고 대부분 흡수했다는 뜻이다.사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검은색은 대부분 빛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한다. 아주 적은 양이라도 빛 일부를 반사하고 있다. 검은색을 자세히 보면 칠흑같이 검지 않고, 진한 회색이나 약간의 광택이 도는 검은색으로 보이는 게 이 때문이다.그래서 과학계에서는 진정한 어둠을 따로 구분하기 위해 물체가 반사하는 빛의 양이 전체의 0.5% 미만인 상태, 다시 말하면 반사율이 0.5보다 작은 상태를 ‘울트라블랙(Ultrablack)’이라고 부른다.과학자들은 빛의 반사를 극도로 억제한 울트라블랙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소재와 구조를 연구해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팀은 울트라블랙 중에서도 반사율이 유난히 낮은, 지금까지 보고된 것 중에 가장 어두운 옷감을 개발해 지난해 11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연구팀은 구애의 춤을 추는 것으로 알려진 ‘극락조(Magnificent Riflebird)’의 깃털에서 비결을 찾아냈다. 극락조의 검은 깃털은 반사율이 매우 낮아 울트라블랙에 가까운데, 이는 깃털 표면에 아주 미세한 기둥들이 촘촘하게 솟아 있는 구조가 빛을 내부에서 계속 튕기게 만들어 물체 안에 가둬버리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천연 양모인 ‘메리노 울’에 적용하기 위해 두 단계의 공정을 거쳤다.먼저 동물의 피부나 눈 조

  • 과학과 놀자

    물고기 아가미 본뜬 필터로 미세플라스틱 걸러낸다 [과학과 놀자]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사용하는 수많은 물건 가운데 가장 흔한 물질 중 하나는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잘 분해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크기가 매우 작은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르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우리가 옷을 빨래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옷을 세탁하는 동안 미세플라스틱은 왜,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그 이유는 옷 성분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옷 안쪽 봉제선을 따라 붙어 있는 성분표를 보자.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미세플라스틱이란 이름 그대로 지름이 5mm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모래알 크기이거나 그보다 훨씬 작은 입자까지 포함되며,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일상생활 곳곳에서 생겨나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페트병 뚜껑을 여는 순간에도 나오고, 치약과 스크럽 같은 화장품에도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 최근에는 빨래하는 과정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아크릴’ 같은 외래어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 섬유들은 ‘합성섬유’로 석유화학 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계열의 물질이다.여러 연구에 따르면 합성섬유 옷 한 벌을 세탁기에 넣고 빨래하면, 여러 물리적 힘에 의해 수천에서 수만 가닥의 미세섬유가 떨어져 나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바로 이 미세섬유가 흔히 말하는 미세플라스틱인 것이다. 옷을 여러 번 입으면서 마모될수록 그 수는 더 많아진다.이 수많은 미세섬유는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하수처리 과정에서 완

  • 과학과 놀자

    세계 최대 규모 3D 지도…27억개 건물 정보 담아

    전 세계에는 얼마나 많은 건물이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히 인간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인간은 건물을 중심으로 생활한다. 따라서 건물의 수는 인간이 어디에서 얼마나 활동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다.최근까지도 전 세계 건물 정보는 정확하지 않았다. 국가 단위로 통계 자료를 만들고 있긴 하지만 개발도상국이나 농촌, 비공식 정착지의 정보는 알기 어려웠다. 특히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대륙에 누락되어 있는 건물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독일 뮌헨공대 연구팀은 국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건물들을 포함한 전 세계 건물 지도를 완성했다. 지도 이름은 ‘글로벌 빌딩 아틀라스(Global Building Atlas)’로,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스 시스템 사시언스 데이터(Earth System Science Data)’ 12월 1일자에 실렸다.연구팀은 정확한 건물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위성사진을 활용했다. 위성은 전 지구를 촬영하기 때문에 세계 단위 통계를 낼 때 적합한 자료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위에서 내려다본 이미지라 위성사진에는 높이 정보가 없다. 건물 개수와 면적도 중요한 정보지만 건물 높이, 즉 건물 부피 정보까지 포함해야 완벽한 건물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위성사진에 함께 찍힌 그림자를 활용해 한계를 극복했다. 태양 각도와 그림자 길이를 알면 아주 간단한 산수 계산으로 건물의 높이를 알아낼 수 있다. 이때 그림자 길이를 정확하게 재는 것이 관건인데, 문제는 위성사진 한 장으로는 건물 앞 나무인지 그림자인지 정확히 판별하기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다른 시간대에 찍힌 여러 사진을 겹쳐 이 문제를 해결했다. 태양의 각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