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멸종 위기
기후변화로 날씨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변덕스러워지면서 우리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초콜릿도 그중 하나다. 초콜릿과 함께 누리던 달콤한 순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재배지의 기온 상승, 강수량 변화로 인해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플리커(Flickr)
재배지의 기온 상승, 강수량 변화로 인해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플리커(Flickr)
초콜릿의 주재료는 카카오다. 카카오는 적도에서 남북으로 약 20도 지점인 좁은 열대우림 지대에서만 자란다. 최대 32°C를 넘지 않는 균일한 기온과 높은 습도, 연간 1500mm 이상의 풍부한 강우량을 갖춰야 한다.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와 가나가 이 조건에 해당하며,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카카오의 절반 이상을 두 나라가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카카오의 재배 지역이 워낙 한정적이다 보니 작은 기후변화에도 전 세계 생산량이 좌지우지된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비영리조직인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이 서아프리카 카카오 생산지 44곳의 기온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작년에는 전체 생산지의 71%가 6주간 극심한 더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도 변했다. 작년 코트디부아르의 여름은 평년보다 강우량이 40% 많았고, 겨울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카카오 재배지의 평균기온이 높아지면서 해충도 번성하고 있다. 2023년에는 가루깍지벌레가 옮기는 바이러스(Cacao Swollen Shoot Virus, CSSV)으로 인해 가나의 카카오 생산량이 17% 감소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카카오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하고 점점 부풀어 오르다 결국 죽고 만다. 결국 카카오 수확량은 매년 급감하고 카카오 가격은 치솟고 있다. 카카오는 공장에서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로 가공·판매되는데, 수십 년간 톤당 2000달러 수준에 머물던 코코아 가격이 지난해 최대 6배까지 급등했다.

카카오의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구의 평균기온이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이르면 2050년에 카카오나무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과학자들은 카카오를 살리기 위한 연구에 뛰어들었다. UC 버클리대 혁신유전체연구소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 도구인 크리스퍼(CRISPR)로 바이러스(CSSV)에 감염돼도 죽지 않는 카카오나무를 개발하고 있다. 크리스퍼는 쉽게 말해 유전자가위로, 카카오나무 내부에 바이러스(CSSV)가 침입하면 이를 감지하고 바이러스를 절단해 파괴한다. 이 연구를 이끈 브라이언 스타스카비치 UC 버클리대 식물 및 미생물학 교수는 “크리스퍼를 활용한 작물을 둘러싼 논란이 있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초콜릿과 같은 작물을 살릴 수 있다면 이 기술은 널리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를 실험실에서 생산하는 방법도 시도하고 있다. 카카오콩 씨앗에서 일부 세포를 추출해 배양기에서 배양하는 방법이다. 기존에는 6~8개월 걸리는 수확 기간을 수일로 단축할 수 있다. 생산 비용이 많이 든다는 한계가 존재하는데, 미국의 스타트업 캘리포니아 컬처드(California Cultured)는 대규모 생산으로 단가를 낮춰 올해 안에 실험실에서 만든 초콜릿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에서는 카카오의 멸종 위기를 대비한 대체품 개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독일의 스타트업 플래닛 어 푸즈(Planet A Foods)는 ‘초비바(ChoViva)’라는 대체품을 개발했다. 초비바는 귀리와 해바라기씨 식물성 지방, 당분으로 초콜릿의 질감과 맛을 구현해냈다.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일반 초콜릿의 약 20% 수준이다. 또한 미국의 스타트업 보이지 푸즈(Voyage Foods)는 초콜릿을 구성하는 화합물을 분자 단위까지 분석해 카카오가 아닌 다른 성분으로 유사한 풍미와 맛을 구현했다.

이 외에도 카카오와 비슷한 맛을 내지만 재배 면적이 넓은 캐롭(Carob)이나 루쿠마(Lucuma)도 초콜릿의 새로운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캐롭은 주로 포르투칼, 이탈리아 등에서 재배되며 단맛과 색감이 카카오와 유사하지만, 카페인이 없다. 루쿠마는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고, 혈당 지수가 낮아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같은 초콜릿에 대한 위협은 우리의 식량 공급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보여준다. 기후변화가 단순히 날씨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먹는 일상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다 함께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할 때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2050년 사라질 수도"…초콜릿 대체 원료 개발 활발
과학자들은 카카오를 살리기 위한 연구에 뛰어들었다. UC 버클리대 혁신유전체연구소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 도구인 크리스퍼(CRISPR)로 바이러스(CSSV)에 감염돼도 죽지 않는 카카오나무를 개발하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카카오나무 내부에 바이러스(CSSV)가 침입하면 이를 감지하고 바이러스를 절단해 파괴하는 것이다. 카카오를 실험실에서 생산하는 방법도 시도하고 있다. 카카오콩 씨앗에서 일부 세포를 추출해 배양기에서 배양해 6~8개월 걸리는 수확 기간을 수일로 단축할 수 있다.

박영경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