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귀, 물고기 아가미서 진화?
모든 종의 기원은 바다에서 비롯한다. 태초에 바다에서 생명이 시작됐고, 어류가 육지로 진출한 뒤 다양한 생물종으로 진화하다가 지금의 포유류가 출현했다. 포유류 중 하나인 인간 역시 이런 방식으로 진화한 결과다. 수억 년의 시간 동안 생물종은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며 진화했기에 어류와 포유류는 전혀 다른 생김새를 지녔다.

이번 흔적은 포유류의 ‘외이’(外耳)에 숨어 있었다. 흔히 ‘귓바퀴’라 부르는 부분과 외이도로 이루어진 외이는 귀의 가장 바깥 부분으로 소리를 모아 귀 안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소리는 외이의 독특한 모양에 부딪히면서 반사되고 굴절되고, 이 과정 덕분에 포유류는 소리의 방향을 파악한다. 외이는 탄력 있는 결합조직인 연골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연골은 화석으로 남지 않는 조직이기 때문에 화석 연구만으로는 외이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 수 없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그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외이의 기원을 유전자 수준에서 추적했다. 그중에서도 유전자가 발현 과정에서 스위치 역할을 하는 ‘인핸서(enhancer)’를 활용했다.

연구를 이끈 게이지 크럼프 서던캘리포니아대 줄기세포 생물 및 재생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브 제이 굴드의 유명한 에세이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그 에세이에서는 물고기 턱뼈가 포유류의 중이뼈로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설명하는데, 이를 읽고 연골로 이루어진 외이도 조상 물고기의 구조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이번 연구로 외이를 이루는 독특한 연골질을 물고기의 아가미에서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연구팀은 아가미에서 외이로 진화한 과정도 추적했다. 아가미를 형성하는 인핸서를 양서류인 올챙이에 삽입하자, 올챙이의 아가미에서 활성을 보였다. 반면 파충류인 도마뱀에 삽입하자, 아가미의 탄력 연골이 외이도로 이동했다.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진화할 때 연골이 더욱 정교해지며 두드러지는 외이를 형성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아가미를 형성하는 연골의 발생 시점도 새로 밝혀냈다. 약 4억 년 전에 출현한 생물종인 투구게에서 제브러피시 유전체에 삽입했을 때 아가미 형성이 활성화되는 인핸서를 발견했다. 즉 포유류의 외이에 있는 것과 유사한 연골이 고대 해양 무척추동물에게서 처음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럼프 교수는 “이 연구는 포유류 귀 진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동일한 유전자 요소가 아가미와 외이의 형성을 어떻게 촉진하는지 비교함으로써 진화 과정에서 구조가 어떻게 극적으로 변화하고 새로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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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경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