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과 놀자
압력 작아지면 기체 부피 커지는 '보일의 법칙' 작동
해마다 봄이 오면 반가운 꽃들이 앞다퉈 피어난다. 3월을 지나면서 산수유, 목련, 개나리에 이어 4월 초에는 벚꽃이 한창이다. 봄의 상징과도 같은 벚꽃이 활짝 피기 전, 봉오리와 꽃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며 팝콘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햇빛과 기온의 도움으로 꽃망울을 터뜨리는 벚꽃처럼 열과 압력의 도움으로 톡톡 터지는 팝콘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팝콘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미국의 원주민 인디언들이었다고 전해진다. 유럽에서 건너간 초기 이주민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때 인디언족의 한 추장이 팝콘을 선물로 줬고, 이후 이주민들이 옥수수 재배 방법을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팝콘을 먹기 시작했다. 17세기경 미국의 5대 호 부근을 탐험하던 프랑스인들은 인디언들이 팝콘 튀기는 것을 보고, 옥수수 알 속에 갇혀 있던 악마가 열을 받아 ‘탁’ 소리를 내며 튀어나오는 것이라고 믿기도 했다. 그 악마는 무엇이었을까.옥수수 알 속에 들어 있다는 악마는 ‘수분’이다. 옥수수 알 속에는 14% 정도의 수분이 들어 있다. 팝콘용 옥수수 알은 크게 외피, 배젖, 배의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는데, 녹말로 된 배젖과 배 속에 수분이 포함돼 있다. 옥수수를 팝콘 기계에 넣으면 녹말 속 수분이 끓기 시작해 수증기로 변한다. 그런데 옥수수 알의 외피가 단단해 수증기가 빠져나갈 수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쪽의 압력은 점점 높아져 부푼 풍선 같은 상태가 된다. 그러다가 옥수수 알의 외피가 깨지는데, 이때 배젖을 둘러싸고 있던 압력이 갑자기 작아지면서 녹말 속 공기 부피가 30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 과정이 순식간에 일어나 배젖이 튀어나오고, 그 결과 벚꽃 같은
-
디지털 이코노미
성공한 이민자들이 실리콘밸리에 많은 이유
1958년 가방회사 에틀랜틱러기지컴퍼니의 데이비드 블룸 이사는 여행용 가방에는 왜 바퀴가 없을까 의아했다. 무거워 허리가 아프고, 때로는 비싼 짐꾼을 고용해야 했다. 게다가 바퀴를 다는 건 생산비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기존 디자인과 유통망에도 잘 맞았다. 하지만 회장은 블룸의 기대와 달리 도대체 누가 바퀴 단 가방을 사겠느냐며 비웃을 뿐이었다.다이슨과 여행용 가방전문가들은 혁신을 크게 두 형태로 구분한다. 주어진 문제나 전문 분야를 더 깊이 파고드는 예측 가능한 혁신과 예전에는 연관성이 없던 두 분야의 아이디어를 채택해 융합하는 혁신이다. 다이슨은 전자의 대표적인 예다. 제임스 다이슨은 자신이 만든 진공청소기 디자인을 집요하게 수정한 끝에 사이클론 집진기의 크기를 조정해 공기에서 먼지를 분리해내는 방법을 찾아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그 효율은 높아졌고, 깊이 있는 지식이 쌓여 갔다. 소위 ‘점진적 혁신’이다.블룸의 여행용 가방은 ‘재결합적 혁신’이다. 대개 재결합 혁신은 극적이다. 다른 영역에 존재하던 아이디어를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때문이다. 과학 작가 맷 리들리는 재결합적 혁신을 유성생식에 빗대기도 한다. 서로 다른 개체의 유전자가 합쳐지면서 발생하는 변이의 누적으로 생물학적 진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만약 수십억 년 전 미생물이 유전자 교환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이후 동물들이 성적 결합을 통해 이를 지속하지 않았다면 다리나 신경, 뇌를 구성하는 유전자들이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생각의 아웃사이더결합 전에는 각 영역의 독립적 아이디어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
경제 기타
소중하고 편리한 전기
제57호 주니어 생글생글의 커버스토리 주제는 ‘전기(電氣)’입니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우리 집에 도달하는 과정을 일러스트와 함께 알기 쉽게 풀어냈습니다. 너무 익숙해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전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용도에 따른 요금과 절약 방법도 짚어봤습니다. 내 꿈은 기업가에선 24시간 뉴스 시대를 연 테드 터너 CNN 설립자의 삶을 돌아봤습니다. 주니어 생글 기자들이 ‘나만의 요리 비법’을 주제로 쓴 글도 실었습니다.
-
경제 기타
인적투자 늘리면 생산성 높아지고 임금도 올라
생산요소시장도 상품시장과 마찬가지로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하면서 균형가격과 균형거래량이 결정된다. 노동시장에서의 임금과 고용량은 노동에 대한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점에서 결정된다. 생산요소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은 소비자들의 소득과 직결되는 특징이 있다. 노동시장에서 결정된 임금은 가계의 근로소득으로, 소비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따라서 동일한 시간을 일해도 서로 다른 임금을 받는다면 소비 수준도 달라진다. 이번 주에는 노동시장 작동 원리와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균형임금과 생산성상품마다 시장이 세분화돼 있듯이 노동도 능력에 따라 세분화돼 있어 시장에서 결정되는 균형임금이 모두 다르다. 우선 전자산업이나 자동차산업, 기계산업 등 산업별로 다른 노동시장이 형성된다. 동일한 산업 안에서도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로 구분돼 균형임금이 다르게 결정된다. 개별 노동시장에서 노동에 대한 수요는 많고 공급이 적으면 균형임금은 높아지는 것이다.노동 수요는 노동자들의 한계수입생산에 의해 결정되는데, 숙련 노동자의 경우 한계수입생산이 비숙련 노동자들에 비해 높아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결국 임금 차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자마다 생산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고용 관련 통계자료를 보면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실질임금의 증가율 사이에는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생산성과 투자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키려면 노동의 질이 우수하거나 좋은 생산설비를 많이 갖춰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지출을 투자라고 하는데, 그 개념을 좁은 의미로 사용하면 기업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문명국 부럽지 않은 야만인 존의 선택 '참된 자유'
91년 전인 1932년 발표된 <멋진 신세계>는 여러모로 충격을 안기는 작품이다. 이 소설이 예측한 것들이 이미 많이 이뤄진 데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도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시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1894년 출생한 올더스 헉슬리는 영국 명문가 출신으로 이튼과 옥스퍼드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고 소설, 수필, 전기, 희곡, 시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멋진 신세계>는 조지 오웰의 <1984>와 함께 ‘충격적인 미래 예언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도덕성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당신은 어떤 신세계를 꿈꾸고 있는가. <멋진 신세계> 속 문명국을 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살펴보자. 소설 속에는 문명국과 야만국이 등장한다. 야만국의 야만인은 우리처럼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기 의지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문명국에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이라는 다섯 단계의 계급이 존재하고 각 계급 내에서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갈린다. 기계를 조작해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알파를 만들고, 지능이 모자라는 엡실론도 자유자재로 생산한다. 흑인의 피가 8분의 1 섞인 ‘8분 혼혈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필요한 분야의 쌍둥이를 무수히 찍어내기 때문에 문명국에선 똑같이 생긴 인간이 떼지어 다니는 것쯤은 신기한 일이 아니다. 가짜 행복보다 불행이 낫다요즘 세계적으로 출생률이 낮아 걱정인데 소설 속 문명국은 적정 인구를 생산하고, 험한 일은 델타 마이너스나 엡실론 계급이 도맡으니 인구 걱정, 실업 걱정이 없다.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져 있어도 불만 따위는 없다. 성장 과정에서 끊임없이 최면 구호를 주입하는 데다 매
-
커버스토리
총성없는 반도체 전쟁 클러스터 전략 성공하려면
정부가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클러스터는 특정 산업의 여러 기업과 관련 기관을 한데 모음으로써 이들이 흩어져 있을 때보다 더 활발하게 교류하고 협력해 더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하는 일종의 거대 산업단지입니다.정부는 경기 용인시에 710만㎡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는데요. 삼성전자가 2042년까지 20년간 총 300조원을 투자해 이곳에 파운드리 공장 5개를 지을 예정입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전문기업인 팹리스가 주문하는 대로 반도체를 생산해주는 공정을 말합니다. 이를 반도체 수탁생산이라고 합니다. 현재 파운드리 세계 1위 기업은 대만 TSMC입니다. 이번 계획으로 파운드리 세계 2위인 삼성전자는 TSMC를 따라잡겠다는 목표입니다.2018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다 코로나19까지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각해졌습니다. 그래서 시장 원리에 따라 각국이 분업체계를 갖춰 반도체를 생산하고 유통하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바뀌고 있습니다.이제 주요 국가는 경제를 넘어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의 패권을 차지하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것입니다.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알아봅시다. 다른 나라들의 반도체 클러스터 사례에서 우리의 이번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도 생각해봅시다.경제성을 기준으로 작동하던 반도체 공급망…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재편되고 있어요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전자제품은 1947년 미국 벨 연구소에서 발명된 트랜지스터 덕분입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떠나는 스승이 사랑하는 제자에게 남긴 당부
세계 41개국의 독자 4000만 명 이상이 읽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2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큰 감동을 안긴다. 왜 이 책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하루하루 병세가 나빠지는 모리 슈워츠라는 저명한 사회학자가 들려주는 한마디 한마디가 뼈에 사무치도록 옳으면서도 아름답고 귀하기 때문이리라.이 책을 쓴 미치 앨봄은 에미상을 받은 방송인이자 칼럼니스트이며 베스트셀러 작가다. 취재를 위해 세계를 다니며 바쁘게 살던 중 대학 은사인 모리 교수가 루게릭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은 미치는 1000㎞가 넘는 거리를 한달음에 날아간다. 모리 교수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귀한 존재, 닦으면 자랑스럽게 빛날 보석’으로 봐준 스승이었기 때문이다.루게릭병은 ‘신경을 녹여 몸에 밀납 같은 것이 쌓이게 하는 촛불 같은 병’이다. 다리에서 시작해 차츰 위로 올라와 똑바로 서지 못하다가 종국에는 목에 구멍을 뚫고 튜브로 호흡해야 한다. 루게릭병이 무서운 것은 ‘완벽하게 말짱한 정신이 무기력한 몸속에 갇히게 된다’는 점이다.오랜만에 만난 제자 미치에게 모리 교수는 매주 화요일 찾아올 것을 부탁했고, 열네 번의 화요일을 함께 보낸 뒤 세상을 떠난다. 처음에는 미치가 들고 간 음식을 나눠 먹으며 활발하게 대화를 나눴지만 나중에는 유동식을 먹는 것도, 숨 쉬는 일도 힘들어했다. 그렇지만 스승의 가르침은 갈수록 감동을 더했다.모리 교수는 ‘절망’이라는 말을 거부하며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라. 과거를 부인하거나 버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같은 아포리즘을 생각나는 대로 적
-
경제 기타
노동 공급곡선은 우상향하다가 굴절되는 모양
생산요소의 수요는 개별적으로 구분하지 않아도 설명할 수 있지만, 공급은 각각의 요소마다 다르다. 따라서 생산요소의 공급 과정을 노동, 자본, 토지로 구분해 설명하려고 한다. 이번 주에는 노동의 공급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소비자의 노동 공급노동은 소비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급된다. 소비자가 소비를 하려면 소득이 필요하다. 상속을 많이 받아 평생 노동하지 않아도 충분한 소비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 소비자는 노동 공급을 통해 소득을 얻는다. 따라서 소비자는 하루 24시간을 노동하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으로 구분해 사용하게 된다.노동하지 않는 시간에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면을 하거나 취미활동 등을 즐기는 데 활용할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수면, 식사 같은 활동까지 여가라고 하진 않지만, 경제학에서는 노동하지 않는 시간을 모두 여가라고 부른다. 따라서 소비자는 하루 24시간을 노동시간과 여가시간으로 나누어 사용한다고 본다.노동 공급량의 결정 과정현실에서는 노동 공급자가 하루 중 어느 정도의 시간을 노동에 할애할지 결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만약 노동시간을 소비자가 정할 수 있다면 각자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결정할 것이다. 이 경우 소비자가 노동시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선택 원리가 적용된다.노동의 대가인 임금은 여가를 이용하는 기회비용이다. 따라서 시간당 임금이 주어지면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수준에서 여가시간을 결정하고, 나머지 남는 시간을 노동에 사용하게 될 것이다. 노동시장에서 임금이 변하면 소비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