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와 글쓰기

중국, 제조강국 선언 10년
올초 "목표 86% 달성"
이젠 첨단기술 제조국으로
중국이 제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의 차기 버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중국 제조 2035’로 볼 수 있는 새 국가 전략에선 특히 반도체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조업 부활에 사활을 건 가운데 미·중 간 제조업 패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전략산업인 반도체도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숫자로 읽는 교육·경제] '中 제조 2025' 다음 버전 나온다…로봇·반도체 '조준'
블룸버그통신은 27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중국 제조 2025의 후속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현지 매체도 비슷한 보도를 내놓고 있다.

중국 제조 2025는 중국 정부가 2015년에 발표한 제조업 육성책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주도한 프로젝트다. 중국이 단순히 ‘세계의 공장’에 그치지 않고, 고부가가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전략 기지로 탈바꿈하는 게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 전기차, 바이오의약, 고속철도, 로봇, 차세대 정보기술, 해양 설비, 농기계, 전력 장비, 신소재, 항공우주장비 등 10대 산업 육성 계획을 밝혔다.

당시 핵심기술 부품과 기초 소재의 자급률 목표는 70%였다. 이를 두고 중국 밖에선 숫자에 집착한 무리한 목표인 데다 지방정부의 과잉 지출이 불 보듯 뻔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중국은 공격적인 보조금 투입과 인재 영입, 기술 자립, 연구개발로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당시 중국 정부가 제시한 260여 개 목표와 달성률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시점에 목표 달성률이 8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올해 말 기준으론 대부분 목표가 달성될 것이란 예상도 내놨다. 실제 중국 정부는 당초 2025년까지 전기차를 300만 대 판매하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이미 1000만 대 이상 팔았다.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약진도 눈부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BYD(전기차), CATL(차 배터리), 유니트리(로봇 개), DJI(드론), 화웨이(통신 장비) 등이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반도체, 신소재 등 최첨단 기술 분야에선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에 뒤지고 있는 게 중국의 현실이다. 반도체 공급망만 봐도 제조 역량에선 한국과 대만에 밀리고, 반도체 장비에선 미국·일본·네덜란드보다 뒤처져 있다. 게다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반도체 수출 통제 카드를 수시로 꺼내 들고 있다. 중국이 중국 제조 2025 후속편을 만드는 이유다. 시 주석은 지난 19일 허난성 뤄양베어링그룹 공장을 찾아 “중국이 세계 제조업 1위 국가로 발돋움했다”며 제조업을 계속 잘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아직 초안이 나오지 않았고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단계지만, 중국 제조 2025와 달리 여러 산업군을 한꺼번에 키우지 않고 반도체 제조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소수의 첨단기술 산업에 국가 자원을 집중할 방침이다.

다만 새로운 국가 전략엔 다른 식의 명칭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중국 제조 2025처럼 목표와 방향이 외부에 명확하게 드러나면 미국, 유럽 등의 견제와 반발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내년부터 시행할 중장기 경제 성장 로드맵인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도 마련하고 있다. 기술 자립화에 중점을 둔 중국 제조 2035와 달리 중국 내부 인프라, 복지, 환경 등 국가 전체 발전을 염두에 둔 청사진이다.

베이징=김은정 한국경제신문 특파원NIE 포인트1. ‘중국 제조 2025’ 계획의 비전과 내용을 훑어보자.

2. 왜 중국의 새로운 제조업 육성책에 주목해야 하는가?

3. 미국의 기술수출 규제에도 중국이 첨단 제조업을 육성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