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팩토리
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올 들어 한국 공작기계와 산업용 로봇을 사려는 주문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무인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원가 절감 목적의 자동화 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2025년 5월12일자 한국경제신문 -

미·중 갈등과 관세전쟁 등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무인·자동화 공장 ‘다크 팩토리’ 구축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다크 팩토리는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IoT)등 첨단 기술을 결합해 공정 100%를 자동화함으로써 사람 없이 불이 꺼진 채 24시간 가동될 수 있는 스마트공장을 의미합니다.

다크 팩토리를 가동시키는 핵심 기술이 ‘AI 자율 제조’입니다. AI가 제품의 수요와 공급을 예측해 생산 계획을 세우고, 로봇 팔이 쉼 없이 부품을 조립하고, 센서가 불량품을 찾아내는 것인데요.

AI 자율 제조 확산을 두고 학계에선 생산효율 극대화로 인류를 고된 육체노동에서 벗어나게 할 혁신이라는 긍정론과 극소수 근로자와 기업만이 생산성 경쟁에서 살아남으면서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AI 자율 제조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AI 자율 제조의 도입은 경제학적으로 ‘총요소생산성’ 개선을 통해 ‘공급’에 영향을 끼칩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를 투입한 것 이상의 순수한 기술, 효율성, 제도, 혁신 등으로 인한 생산력 향상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똑같은 양의 자원을 사용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많은 것을 만들어내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다크 팩토리가 실현되면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하루에 8시간 일한다는 근로의 기준과 관계없이 수요만 있다면 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총요소생산성의 향상은 경제의 단·장기 총공급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키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수요곡선이 우하향한다고 가정하면, AI 자율 제조의 확산은 물가는 낮추고, 생산량은 증가시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과정이 마냥 평화롭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AI 자율 제조의 확산은 ‘일자리’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기 때문입니다. 이미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은 기계가 대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오랜 경험에서 체득한 손기술을 지닌 숙련공이나 고도의 전문 지식을 갖춘 엔지니어까지 AI와 로봇이 대체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지요.

한편으론 이 같은 AI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유지·보수하는 인력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선 이를 ‘기술에 의한 노동 대체’라고 합니다. 기술이 어떤 노동은 대체하고, 또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이 흐름은 보통 고급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AI 자율 제조가 발전할수록 AI 자체를 설계·관리하는 소수의 인재는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단순노동에 의존하던 사람은 경쟁에서 밀릴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소득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개인 단위를 넘어 기업,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기존 산업을 무너뜨리지만, 동시에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낸다는 뜻입니다. AI 자율 제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의 수작업 위주 제조업체는 경쟁력이 떨어져 문을 닫을 수 있지만, 반대로 AI를 설계하고 관련 설비를 만드는 회사, 과감한 투자로 인프라를 갖춰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은 성장하게 됩니다.

AI 자율 제조는 국가 간 경제 지형도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까진 임금이 싼 나라가 제조업 강국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AI 자율 제조에 기반한 다크 팩토리엔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에 임금보다 기술과 설비, 그리고 세율과 보조금 혜택 등 제도가 중요합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오랫동안 제조업 이탈이 이어졌던 전통적 선진국들이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의 공장을 재유치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이처럼 AI 자율 제조는 단순히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을 넘어 경제 구조를 바꾸고, 생산성과 고용, 무역과 산업 지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의 확산은 우리의 삶과 경제를 어떻게 바꿀까요. NIE 포인트
황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황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1. AI 자율 제조가 경제의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보자.

2. AI 자율 제조 확산이 일자리와 소득분포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 예측해보자.

3. AI 자율 제조가 세계 제조업의 지형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