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포토리노 <열일곱 살>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사랑과 진심이 이어준 어머니와 아들의 화해](https://img.hankyung.com/photo/202505/AA.40667405.1.jpg)
‘고딩 엄빠’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시즌 5까지 이어졌는데, 첫 방영 당시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파를 몰고 왔다. 어린 나이에 엄마 아빠가 된 아이들의 좌충우돌은 시청자를 안타깝게 했다. <열일곱 살>의 리나는 ‘고딩 엄빠’에 등장하는 학생들처럼 아이를 갖고, 낳고, 기르는 일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엄마가 되었다. 할머니가 엄마 리나와 아들 에릭을 남매처럼 기르려고 했으나 리나는 독립해 아들 에릭의 엄마로 산다.
에릭은 열 살 때 새아빠와 결혼한 엄마에게 애정이 없다. 질문을 하면 눈물을 펑펑 쏟는 엄마 때문에 에릭은 자신의 출생에 대해 짐작만 해왔을 뿐이다. 어느 날 에릭이 “나는 한 유대인 개자식이 도망가기 전에 욕보인 한 창녀의 아들이다”라는 글을 썼고 엄마가 그 글을 읽으면서 둘 사이에 거대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엄마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새아빠가 세상을 떠난 어느 날, 엄마 리나는 삼 형제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는다. 에릭에게 여동생이 있었고, 출생 직후 헤어졌다는 사실을. 에릭은 엄마와 자신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출생지인 니스로 떠난다. ‘모든 침묵을 수정하고, 모든 부재를 수정’하기 위해.
에릭의 여행 경로는 답답하기도, 아련하기도, 상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시청과 병원을 찾아 자신의 출생 기록을 찾아보지만, 서류가 파손되었다는 얘기만 돌아온다. 에릭은 엄마가 ‘날 모성으로 사랑했는지 아니면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기 위해 어떤 계산된 열정으로 사랑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그러던 중 엄마와 같은 조산원에 있었던 베티 르그랑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몇 번 마주친 적 있는 부메랑 날리는 아시아 청년의 엄마였다. 던지면 되돌아오는 부메랑이 이 소설의 상징성을 함축하고 있다.
베티는 리나가 얼마나 아기를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들려준다. 의대생으로 당시 23세이던 친부 모셰가 출생 전에 두 번 다녀갔고 둘이 에릭을 잘 키우려는 의지가 강했다는 이야기와 유대인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던 할머니가 두 사람을 생이별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에릭은 자신이 열일곱 살 때 만난 적 있는 친부 모셰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한다. 엄마를 사랑하는 게 힘들었고, 엄마의 사랑이 멀리 있다고 느낀 에릭은 베티를 통해 엄마의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마음을 회복한다. 엄마와 함께 찾은 니스에릭은 한달음에 엄마를 만나러 가고, 두 사람은 함께 니스로 향한다. 75세의 쇠약한 엄마는 두 눈이 따로따로 보이는 복시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나는 아들 에릭에게서 모셰의 모습을 발견하고 마치 모셰에게 하듯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에릭은 엄마를 더욱 이해하게 된다.
마침내 엄마의 아픈 날들을 보듬게 된 에릭, 그런데 함께 니스 여행을 하던 중 잠깐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 눈이 아픈 엄마가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코마 상태에 빠진 엄마를 돌보며 에릭은 간절히 기도한다. 자신에게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준 엄마가 열일곱 살의 그날처럼 깨어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