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릴 지브란 <눈물과 미소>
이 책을 번역한 김승희 시인은 지브란의 언어를 “단순하면서도 사색적이고, 음악적이며 아름답다”고 평했는데, 시와 산문을 읽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불의와 폭력에 대한 저항 정신 가득한 젊은 패기와 함께 깊고 넓은 사색의 열기를 가득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은 그 사람이 살아온 길을 반영하기 마련인데, 지브란이 깊이 있는 글을 쓴 배경에는 녹록지 않은 삶의 여정이 있었다. 지브란은 1883년 레바논 베샤르에서 태어났다. 교회 사제의 딸로 예술에 천부적 재능이 있었던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음악과 미술,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지브란이 시인이자 철학자이며 화가로 활동하게 된 배경에는 문화적 분위기에서 자란 어린 시절이 있었다.
12세 때 지브란에게 어려움이 닥쳐온다. 세무 관리이던 아버지가 세금을 잘못 관리해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투옥되자 어머니는 자녀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난다. 지브란은 15세에 레바논으로 돌아와 아랍 문학을 공부한다. 19세, 다시 미국으로 가던 중 누이 술타나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듬해 3월에는 형, 6월에는 어머니가 연이어 세상을 떠난다.삶의 고초가 담긴 32편의 글삶의 고초를 겪으면서 깊어진 지브란의 마음은 <눈물과 미소> 속 시와 산문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32편 중 첫 번째로 실린 ‘눈물과 미소’는 “내 마음의 슬픔을 저 많은 사람의 기쁨과 바꾸지 않으리라. 그리고 내 몸 구석구석에서 흐르는 슬픔이 웃음으로 바뀌는 것이라면 그런 눈물 또한 흘리지 않으리라. 나는 나의 인생이 눈물과 미소를 갖기를 바라네”라고 시작한다.
누구든 눈물이 계속되거나, 웃는 일만 이어지진 않는다. 지브란은 ‘눈물’을 “내 가슴을 씻어주고 인생의 비밀과 감추어진 것들을 이해하게 하네”라고 해석했다. 슬픈 일이 생기면 좌절하느라 중요한 걸 놓치기 쉬우나 지브란은 눈물 흘리며 깨달은 통찰을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했다. ‘미소’에 대해서는 “살아 있는 내 기쁨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네”라고 표현하며 “지쳐서 절망적으로 사는 것보다는 열망과 동경 속에서 죽기를 바라네”라고 노래했다.
‘아기 예수’ 편의 “그는 자신의 슬픔을 통해 아폴로에게서 기쁨을 추출해냈고, 문 앞에서 애원하며 서 있는, 마음이 부서진 사람들에게 기쁨을 허락했습니다”라는 글에도 눈물과 미소가 공존한다. “내 인생은 비통한 고뇌의 이야기지만 이젠 환희로 물든 것이 되었습니다. 이제 나의 삶은 축복으로 변했습니다. 아기 예수의 두 팔이 내 심장을 감싸고 내 영혼을 껴안았기 때문입니다”라는 결구에서 지브란이 어떻게 마음의 안정을 찾았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하늘에서 내던진 은빛 실‘영혼의 결합’에서 바라보는 삶 역시 상반된다.
“사랑하는 이여, 삶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시인의 가슴처럼/ 빛과 영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삶이란 얼마나 잔혹한가요!/ 악한 가슴처럼/ 죄악과 공포로 가득 차 있군요.”
‘비의 노래’는 “나는 신들이 하늘에서 내던진 은빛 실입니다. 자연은 골짜기를 치장하고자 나를 데리고 갑니다”로 시작한다. 은빛 실은 두루 다니다가 마지막에 “나는 바다의 한숨이며/ 하늘의 눈물,/ 들판의 미소입니다./ 사랑도 그러합니다./ 감정의 바다에서 생긴 한숨이며/ 사색의 하늘에서 흐르는 눈물이며/ 영혼의 들판이 짓는 미소입니다.”로 마무리한다. 나의 ‘바다의 한숨, 하늘의 눈물, 들판의 미소’가 사랑의 ‘감정, 사색, 영혼’으로 심화되는 과정이 처연하면서 아름답다. 나를 사랑과 연결하는 칼릴 지브란에게 ‘눈물과 미소’는 힘을 주는 영원의 광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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