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스 솔라노 <한국에 삽니다>
사계절을 지낸 외국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에 삽니다>를 쓴 안드레스 솔라노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태어난 작가로, 영국 문학잡지 ‘그랜타’가 2010년 ‘스페인어권 최고의 젊은 작가 22인’ 중 1명으로 선정한 인물이다.
콜롬비아는 한국전쟁 때 남미에서 유일하게 군인을 파병한 나라다. 안드레스는 2007년 첫 장편소설 <나를 구해줘, 조 루이스>를 발표한 이후 한국전쟁 콜롬비아 참전용사를 다룬 <네온사인 공동묘지>를 펴낸 바 있다.
서울에 살면서 안드레스는 “남자들이 발목 양말을 엄청 많이 신는다, 남자 회사원들에게 매일의 면도는 불문율이다, 아이들이 혼자 걸어서 하교한다, 지하철의 고요가 교회의 고요 같다, 길에 쓰레기통이 거의 없는데도 비교적 깨끗하다” 같은 점을 신기하게 느낀다.
‘40대 이상 남성의 국민 스포츠는 길바닥에 침 뱉기’ ‘20대 커플이 카페에 프린터를 갖고 와서 탁자에 놓고 콘센트를 연결하는 것’이 그의 눈에 좋지 않게 보였다.
중국집에서 그릇을 수거해 가는 일을 ‘한국이 세계에 물려줄 최고의 발명’으로 꼽았으나, 요즘 일회용 용기가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 뭐라고 할까. 배우나 가수가 대마초 한 대를 피운 죄로 감옥에 간다는 사실에 놀라며 마약이 “음악과 문학과 영화의 소재가 되는 그 세계가 한국에선 명함도 못 내민다”고 기술했다. 10년 전과 달리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현재의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안드레스는 버스에서 검은 연기가 나는데도 승객들이 교통카드를 찍으며 차례로 내리는 장면을 가장 놀란 일로 꼽았다. 다른 나라였다면 소리 지르고 창문으로 내렸을 거라면서.
한국에서 강의나 방송 출연 같은 부정기적인 일을 하며 해외에 글을 기고했던 안드레스는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의 교수로 재직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갖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자기 명함’이라는 걸 깨달았다. 성공 집착 가득한 서울북한에서 미사일을 쏘거나 과도한 협박을 할 때 해외 친구들이 “방독면은 샀는지, 일본에 피난할 곳이 있는지”를 묻는 안부 문자가 쏟아진다고 해 씁쓸함이 몰려왔다.
“하이힐에 큼지막한 명품 가방을 든, 과도하게 여성스러운 한국 여자” “남성들이 눈썹을 정리하고 여드름 자국을 숨기며 스킨 토너에 돈을 쓴다. 많은 남자가 머리를 염색한다. 백발은 거의 없다” “특별할 것도 없는 화요일 밤 10시에 한 점 부끄러움도 없이 길에서 갈지자로 흐느적대는 한국 회사원”이라는 문장에서 한국의 풍속도가 드러난다.
김치찌개에 중독된 그는 이제 양반다리로 15분 이상 앉아 있어도 쥐가 나지 않고 면을 먹을 때 후루룩 소리를 낸다. 아내와 가끔 다투기도 하는데, 아이를 낳으면 “보고타의 빈부격차와 대혼란 가운데서 키울 것인지, 아니면 외모·계급·경제적 성공에 대한 역겨운 집착을 보내는 서울에서 키울 것인지”도 사안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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