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라스트 울프>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라스트 울프> <서왕모의 강림> <세계는 계속된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까지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 6권이 거의 팔리지 않다가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라스트 울프’와 ‘헤르먼’ 두 작품으로 구성된 중편집 <라스트 울프>는 국내에 2021년에 소개됐는데, 2015년 해외 출간 당시 평단으로부터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문학적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책”이라는 평을 받았다.
1954년에 태어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뒤 독일에서 유학했고, 그리스·중국·몽골·일본·미국 등 여러 나라에 체류했다. 다양한 나라를 경험한 만큼 <라스트 울프>의 등장인물은 독일 철학자와 헝가리 바텐더, 스페인 통역사까지 다국적이다.종말론적 세계관종말론적 세계관이 두드러지는 그의 작품은 단락 구분이 거의 없는 데다 문장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 심지어 <라스트 울프>는 맨 마지막에 마침표가 단 한 번 찍혀 있을 뿐이다. 하지만 68페이지로 내용이 길지 않은 데다 쉼표가 계속될 뿐 ‘다’로 끝나는 문장이 많아 읽기에 불편함은 없다.
베를린의 싼 술집 슈파쉬바인에 출근하다시피 하는 남자는 교수 출신의 철학자로 허무감과 멸시감에 젖어 산다. 그는 한두 개 들어오는 교정 일로 300유로를 벌어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헝가리 바텐더에게 구구절절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지만, 관심 없는 바텐더는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기 일쑤다.
어느 날 그에게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재단에서 초청장이 날아온다. “엑스트레마두라에 관한 무언가를 쓰며 거기에서 한 2~3주 보내고 싶지 않냐, 항공편과 숙박 시설 비용은 물론 차와 통역사까지 제공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매일 싼 맥주밖에 못 먹는 그는 그 제안에 응해 스페인으로 떠난다. 그는 마드리드에 도착해서도 다른 사람에게 갈 전갈이 자신에게 잘못 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재단 측에서는 그를 국제적 유명 인사처럼 대했고, 그는 어리둥절하며 통역사와 함께 여러 곳을 방문한다. 너무 친절한 그들을 실망시킬 수 없어 이것저것 설명하고 질문하자 통역사가 지레짐작해 그를 핀카(대농장)로 이끈다. 계속 핀카 방문이 이어지다가 어느덧 ‘마지막 늑대’를 탐색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자신이 마지막 늑대를 사살해서 박제했다며 자랑스럽게 떠드는 사람도 만났지만, 호세 미구엘에게서 ‘아홉 마리 늑대 이야기’를 듣고 진실을 알게 된다. 자존심과 자부심이 높은 일곱 마리 늑대가 한 마리씩 사라지다가 마지막 두 마리의 삶이 가슴 아프게, 그리고 장렬하게 펼쳐진다.아홉 마리 늑대 이야기‘남은 것은 생각 없는 삶, 슈파쉬바인의 죽음처럼 메마른 황무지’로 돌아온 그는 또다시 싼 맥주를 마시며 바텐더에게 하소연인지 넋두리인지를 풀어놓는다. 통역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들려준 “동물의 사랑은 인간이 결코 실망하지 않고 키워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이다”라는 말을 듣고 돌아온 그의 삶은 이전보다 나아졌을까?
책을 덮고도 ‘아 그래서 무슨 이야기야’라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가 통역사와 함께 자동차로 방문한 황폐한 곳과 거기서 들은 늑대 이야기가 귀에 잉잉거릴 것이다. “매일매일 그는 머릿속에 호세 미구엘 이야기의 끝을 쓰고 또다시 쓰고 있다고”라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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