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초기 작품을 제외하고는 소설에서 자전적 얘기나 자신에 관한 일을 비치지 않던 하루키는 105편의 수필에 직접 체험하고 느낀 이야기를 아낌없이 솔직하게 토로했다.
‘어떻게 쓰는가와 어떻게 사는가’라는 수필에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떤 식으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와 같은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삶이 곧 글이고, 글이 곧 삶이라는 뜻이다.
‘나의 독서 이력서’를 읽으면 이미 10대 때 작가가 될 조짐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0대 시절에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장 크리스토프> <전쟁과 평화> <고요한 돈강>을 세 번씩이나 읽었고, <죄와 벌>은 페이지가 적어서 불만이었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바로 나이 들면서 독서 이외의 활동에 시간을 많이 빼앗겨 책 읽는 시간이 줄었다는 개탄이 이어졌다.고교 때 영어 원서 읽어“요즘 젊은 사람들이 그다지 책을 읽지 않게 된 것도 역시 독서 이외의 다양한 활동에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대폭 할애하고 있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한 하루키는 “한 사람의 글쟁이로서는 책이 별로 읽히지 않게 된 것을 섭섭하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한숨만 쉰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는 건 아니니까 “새로운 지평에서 새로운 종류의 우수한 독자들을 발굴해나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스스로를 독려했다.
‘공부하기 싫어했던 나는’이라는 수필에서 그는 고등학교 때 성적이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고 고백했다. 공부하기는 싫지만 ‘영문 일역’ 참고서 읽는 것을 좋아해서 예문을 읽거나 외우는 일을 열심히 했고, 어느 틈엔가 자연스럽게 영어 원서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하루키가 세계적 작가가 된 배경에 그의 영어 실력이 있었으니, 공부는 싫어도 영어는 좋았던 고교 시절이 그에게 큰 힘이 된 셈이다. 공부하기 싫어했다지만 하루키는 일본의 명문대인 와세다대학교를 졸업했다.
우리 사회에 ‘소확행’이 확고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소소하면서 확실한 행복’의 준말인 소확행은 하루키의 ‘작지만 확고한 행복’이라는 수필에서 비롯했다. 언더팬츠 모으는 걸 좋아하는 하루키는 백화점에서 망설이며 고른 대여섯 개를 한꺼번에 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옷장 서랍에 상당히 많은 팬츠가 쌓여 있다. “서랍 속에 반듯하게 개켜진 깨끗한 팬츠가 쌓여 있다는 건 인생에 있어서 작지만 확고한 행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데, 그건 어쩌면 나 혼자만의 특수한 생각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하면서 “산뜻한 면 냄새가 나는 흰 러닝셔츠를 머리로 뒤집어쓸 때의 그 기분도 역시 작지만 확고한 행복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배짱으로 당당하게 뚫고 나간다사람은 누구나 미래를 궁금해한다. 좋은 일에 대한 기대도 있겠지만,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나쁜 일에 대비하고픈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13일의 금요일’에서 하루키는 “점이나 운수라는 건 한번 신경 쓰기 시작하면 늘 연연해하게 마련이고, 무엇이든 한번 연연해하기 시작하면 그 영역은 점점 확대되어가는 법”이라면서 자신은 “다소 재수가 없더라도 하려고 마음먹은 일은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안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루키는 누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고 말해도 신경 쓰지 않고 배짱으로 당당하게 뚫고 나간다며 “이런 진취적인 자세를 취하는 한 운세 따위에 질 리 없다”고 자신했다.
하루키의 좌우명은 ‘첫째가 건강, 둘째는 재능’이라는 에세이 제목이 대변한다. 건강이 재능에 우선하는 이유를 “건강이 재능을 불러들이는 일은 있어도, 재능이 건강을 불러들일 가능성은 일단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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