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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로 읽는 세상

    3월 학평 '사탐런' 현상 두드러졌다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이하 학력평가)에서 고3 수험생이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각각 1개씩 선택하는 ‘사탐런’ 현상이 지난해에 비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연구회)가 31일 공개한 ‘2025학년도 시행 고3 3월 학력평가 가채점 분석’ 결과를 보면 과학 두 과목 대신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각각 1과목씩 선택한 학생은 17.9%로 추정됐다.이는 지난해 3월 치른 학력평가에 비해서는 12.9%포인트, 2025학년도 수능보다는 5.3%포인트가량 늘어난 것이다. 3월 학력평가에서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학생 중 13.5%,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학생 중 4.4%가 이 같은 양상을 보였다. 연구회 관계자는 “작년 수능에서 탐구 과목 점수 분포가 사회탐구를 선택했을 때 불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사탐·과탐 응시를 준비한 학생이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일부 대학을 제외하고 필수 응시 과목이 폐지됨에 따라 지난 겨울방학부터 사회탐구 응시를 준비한 고3 학생이 늘었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수학에서도 이번 3월 학력평가에서 미적분을 선택한 비율은 지난해 3월 학력평가에 비해 4.1%포인트 감소한 48.6%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학의 등급별 선택과목 비율을 살펴보면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의 1·2등급 비율은 여전히 높았다.이번 3월 학력평가에서 수학 영역 1등급을 받은 학생 중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이 93.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2등급도 83.2%가 미적분을 선택했다.이번 학력평가에서는 영어가 상대적으로 어렵게 출제됐는데, 이에 전반적인 수능최저기준 충족률은 작년 3월 학력평가에 비해 낮았다고 연구회는 설명했다.2026학년도 수능은 2007년 출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파는 자와 사는 자의 엇갈리는 욕망

    희곡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는 단 두 사람, 딜러와 손님만 등장해 현학적인 대화를 집요하게 주고받는다. 70페이지로 그리 길지 않은 작품 속에서 서로 다른 말만 잔뜩 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대사가 시작되기 전, 딜(deal)을 정의한 첫 장의 짧은 글을 음미하면 이들이 왜 엇나가는 대화를 하는지 알 수 있다. 딜은 ‘금지되거나 엄격하게 통제되는 가치를 취급하는 상거래’이며, 약속된 신호들과 이중의 의미를 지닌 대화를 통해, 주로 상가가 문을 닫을 무렵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목화밭의 고독 속에서>를 쓴 베르나르마리 콜테스는 사뮈엘 베케트, 장 주네를 잇는 현대연극의 대표 작가로 꼽힌다. 콜테스의 연극은 30개 언어로 번역되어 47개 국가의 무대에 올랐다. 프랑스 연극계에서 콜테스는 ‘두드러진 현상’, ‘신화’로 불릴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1990년대 이래로 프랑스 문인 중 국외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가로 꼽힌다. 그의 대표작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는 희곡으로나 공연으로나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목화밭의 고독 속에서>는 콜테스가 인상적인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작가가 어느 날 밤 뉴욕의 창고 근처를 지나갈 때 한 남자가 다가와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있다”며 접근했다고 한다. 그 남자가 가진 건 여러 가지 마약이었다. 그때 콜테스는 “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라고 답하면서 ‘나’와 ‘타인’ 간의 관계를 이루는 본질을 발견했다.도무지 어떤 물건인지 밝히지 않으면서 사라고 권하는 사람과 그 물건에 관심 없다고 말하는 사람, 그 상황을 상상하며 희곡을 읽어보

  • 교양 기타

    꽃잎 한 점 질 때마다 봄날이 줄어들거늘 [고두현의 아침 시편]

    곡강이수-1꽃잎 한 점 질 때마다 봄날이 줄어들거늘바람에 만 점 잎이 흩날리니 시름겹도다.막 지려는 꽃이 눈에 스치는 것 잠시 바라보고몸 상한다 하여 술 마시는 일 마다하지 않으리.강가 작은 집에 물총새 둥지 틀고동산 옆 높다란 묘 기린 석상 누워있네.천천히 물리를 헤아리며 마음껏 즐겨야지무엇하러 헛된 명예에 이 몸을 얽어매리요.곡강이수-2두보조회 끝나고 돌아와서는 봄옷 저당 잡히고날마다 강가에서 흠뻑 취해 돌아가네.외상 술값은 가는 데마다 깔렸느니인생 칠십이 예로부터 드물다 했지.나비들은 뚫을 듯이 꽃에 파묻히고잠자리는 물을 찍으며 천천히 날아가네.아름다운 풍광도 인생처럼 흘러가는 것이 좋은 경치를 어찌 아니 즐길 건가.* 두보(杜甫, 712~770) : 당나라 시인하룻밤 비바람에 한 봄이 오가는데…제가 참 좋아하는 시입니다. 사람 관계도 그렇듯이 오는 봄보다 가는 봄이 애잔하지요. 곡강(曲江)은 장안 동남쪽 끝에 있는 연못입니다. 주변 경치가 수려하고 서남쪽에는 부용원이 있지요.아름다운 곡강은 ‘안녹산의 난’ 이후 피폐해졌고, 주인 없는 집 처마에는 물총새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화려하던 부용원 근처의 큰 무덤 역시 돌보는 이 없어 석상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이처럼 무상한 모습을 그리면서 시인은 세상 이치를 잘 헤아려 인생을 즐기는 게 중요하지 부질없는 공명에 몸을 묶어두면 되겠느냐고 묻습니다.조회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봄옷을 저당 잡히고 외상술을 마시는 것도 난분분 떨어지는 꽃잎처럼 세상이 허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구나 인생 칠십을 넘기는 사람이 드무니 어찌 술로 그 슬픔을 달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죠. 바로 이 구절 &lsq

  • 역사 기타

    조세저항이 '시장'과 '국가' 긴장관계 만들었다

    전통 시대 중국에선 상업 활동과 상인, 그리고 그들을 대상으로 한 조세 수입과 관련해 국가가 상업 발전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과 이에 저항하는 민간의 움직임이 오랫동안 대립했다.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라는 민간 격언의 뿌리는 깊었다. 일찍부터 발달한 상업·시장경제와 이를 억압하고 통제하려는 국가 간에는 긴장 관계가 꾸준히 이어졌다.자본 활동과 부의 축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중국사 초기 단계부터 등장했지만, 이는 소수의견에 불과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엄격한 신분 구조를 유지하고, 농업 중심적 경제를 관철해야 한다는 시각이 중국사의 전 시대를 관통한 주류 사상이기도 했다.한나라 때 상홍양(桑弘羊)이란 인물과 얽힌 이야기는 이러한 국가권력과 민간 상업 간 긴장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기원전 110년 한나라 무제는 낙양 상인 집안 출신인 상홍양을 발탁해 국가 재정을 맡겼다. 상인 출신답게 상홍양은 상공업과 무역을 중시한 현실적 인물이었다.상홍양의 정책 구상은 그의 저서 <염철론(鹽鐵論)>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은 재정과 외교, 도덕, 철학 등 다방면의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핵심은 경제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특히 책의 정책 초점은 국가 재정에 맞춰져 있었다.때마침 국가의 자금 수요가 폭증했다. 앞서 기원전 140년 한 무제 즉위 이후 한나라는 사회적·경제적으로 안정되며 번영을 구가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이 시기는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상류층의 사치품 수요가 급증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주변 이민족과 군사적 대립이 늘면서 국가 재정 수요가 급증했

  • 경제 기타

    보호무역 수단도 신축적으로 쓸 수 있어야

    한 나라의 경제발전은 해당 국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세계화된 현대사회에서 다른 나라로부터 받는 영향도 매우 크다.전략적 무역정책은 경제발전에서 국가 간 관계에 다양한 전략적 측면을 고려한 정책이다. 이는 정부가 보호무역을 통해 국내 생산자를 보호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에 더 큰 무역의 이익이 발생하도록 적극적으로 무역에 개입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전략적(Strategic)’이라는 표현은 ‘상호의존적’이라는 의미다. 즉 생산자는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의 이윤이 다른 생산자와의 관계를 통해 결정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완전경쟁시장은 사라지고 독점화된 시장이 점점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시장에서 생산자의 전략이 점점 더 필요해졌고, 정부의 무역정책 역시 이러한 시장을 전제로 시행되어야 한다. 전략적 무역정책의 필요성일부 산업은 생산기술의 특성상 다수의 기업이 경쟁할 수 없고 소수 기업만 살아남는다. 이 경우 먼저 생산활동을 시작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는 생산자가 후발 주자보다 유리하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크게 누리는 대표적 상품으로는 자동차, 항공기, 반도체, 유전공학 관련 제품 등이 있다. 이들 상품은 본격적인 생산체제를 갖추기 위한 연구와 대규모 설비가 필요해 초기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설비를 갖춘 후 막상 생산이 시작되고 나면 상품 한 단위를 생산하는 데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크지 않다. 따라서 초반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생산자라면 이런 상품의 생산과 무역을 통해 계속해서 높은 이윤을 얻게 된다.따라서 국가는 자국

  • 키워드 시사경제

    새벽배송도 느리다?…'1시간 배달' 전쟁

    이마트는 지난해 11월부터 배달의민족과 손잡고 왕십리점, 구로점, 동탄점에서 새로운 유형의 배송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형마트 점포로부터 반경 2km 내에 거주하는 소비자가 배민 앱을 이용해 이마트 상품을 주문하면 1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게 했다. 이마트는 2022년 ‘쓱고우’라는 브랜드로 비슷한 서비스를 내놨다가 수익이 나지 않아 1년 만에 접은 경험이 있다. 다시 도전장을 낸 것은 유통시장의 변화로 퀵커머스가 자리 잡을 환경이 조성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네이버·다이소까지 참전퀵커머스란 주문 후 통상 1시간 이내에 상품을 빠르게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가리킨다. 빠르다는 뜻의 퀵(quick)과 상거래를 의미하는 커머스(commerce)를 합친 말이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포털사이트와 생활용품 전문점 분야의 1위 사업자들이 뛰어들면서 판이 커지는 모양새다.2020년 3500억원에 불과하던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 5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증가율이 220%에 이르는 것. 전체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지난해 기준 242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해 성장잠재력이 높다는 점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이마트는 조만간 수도권 외에 지방 점포에도 퀵커머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거창한 추가 투자 없이도 영업 중인 점포를 물류센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과거 쓱고우는 이마트가 물류창고를 따로 구축해 직접 배송하는 형태였지만, 이번에는 배달의민족에 입점만 했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적다.다이소는 지난달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일부 지역에서 ‘오늘배송’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며 퀵커머스 시장에

  • 경제 기타

    법인세는 기업만? 근로자·소비자도 나눠 부담

    월세 50만원짜리 임대주택이 있다. 정부가 집주인의 월세 소득에 대해 10만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집주인은 그 다음 달 월세를 60만원으로 올렸다. 그리고 10만원의 세금을 냈다. 세금을 낸 사람은 분명 집주인이다. 그런데 이 돈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온 것일까.세금을 ‘내는’ 것과 ‘부담하는’ 것은 다르다. 세금이 ‘내는 사람’에게서 ‘부담하는 사람’에게로 옮겨가는 것을 ‘조세 귀착’이라고 한다. 조세 귀착은 법인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법인세는 기업이 내는 세금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 ‘치킨세’를 부과할 때 벌어질 일예를 더 들어보자. 요즘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음료와 배달비 등을 합해 한 마리에 3만원 정도다. 정부가 치킨 업체에 마리당 5000원의 ‘치킨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하자. 치킨 업체의 비용이 늘어났으니 시장에선 치킨 공급이 감소한다. 공급이 줄어든 만큼 가격은 오른다. 다만 세금 5000원이 모두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는 어렵다. 가격을 너무 많이 올리면 수요가 줄어 치킨 업체에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치킨 가격을 3만3000원으로 올렸다고 하자. 이제 소비자가 3만3000원을 내면 치킨 업체는 5000원을 세금으로 내고 2만8000원을 가져간다. 세금이 없을 때와 비교하면 소비자는 3000원, 치킨 업체는 2000원의 손해를 본다. 소비자가 3000원, 치킨 업체가 2000원의 세금을 부담한 것이다. 정부는 분명 치킨 업체에 세금을 부과했는데 실제로는 소비자도 세금 일부를 부담했다.흥미로운 것은 치킨 업체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세금을 부과해도 결과는 같다는 점이다. 소비자에게 세금이 부과되면 치킨 수

  • 커버스토리

    "게임 체인저" 中첨단기술…저력은 어디서 왔을까?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업체인 중국 BYD(비야디)가 단 5분 충전으로 400㎞를 달릴 수 있는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출시한다고 지난 17일 발표했습니다. 이는 15분 충전으로 275㎞를 주행할 수 있는 테슬라의 슈퍼차저보다 충전 속도가 빠르고 주행거리는 더 길어 세계 자동차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죠.BYD는 전기차의 충전 시간을 내연기관 자동차의 주유 시간만큼 짧게 줄이는 게 목표라고도 했습니다. 마침 이 회사는 작년 매출에서도 테슬라까지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BYD가 전기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는 평가(증권사 UBS)가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닙니다.급부상 중인 중국 기술기업은 BYD만이 아닙니다. 최근엔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의 등장이 큰 화제를 모았죠. AI 모델 개발의 필수 요소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미국 정부가 규제를 가했음에도 저사양 반도체칩으로 미국 오픈AI에 필적하는 AI 추론 모델을 개발해냈기 때문입니다.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은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는 나라 정도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기술 강국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었을까요? 세계 빅테크들은 이제 중국 기술기업을 견제하느라 바쁠 지경입니다. 한국 기술기업까지 하나둘 제치고 있는 중국 ‘레드 테크’의 면면들, 이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전기차·로봇서 AI까지…中 레드테크 '진격'메모리 반도체 한국의 경쟁력도 '흔들'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5’에는 일상생활을 요긴하게 돕는 로봇들이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