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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환율 상승하면 단기적으로 GDP 늘고 물가 올라
어떤 나라의 경제가 호황인지 불황인지 또는 안정적인 성장을 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과의 경제적 관계도 매우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대외 관계까지 고려하면 국가경제를 이해하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국가경제를 분석할 때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대외 경제 관계를 제외하고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앞서 이 지면에서 국가경제를 이야기할 때도 국내 상황에만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국내경제를 중심으로 국가경제를 살펴본 후 이어서 개방경제에 대해 지난주까지 알아보았다. 이제 개방경제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다룰 내용은 개방거시경제다. 개방거시경제는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고려한 국가경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주부터는 개방거시경제에 대해 몇 주에 걸쳐 살펴볼 것이다. 개방거시경제개방거시경제학에서는 국내경제의 총수요와 총공급에 외환시장과 환율을 추가로 포함해 국가 전체의 생산량과 물가수준이 결정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변동하면 총수요와 총공급이 변화하여 국내 생산량과 국내 물가가 새롭게 결정되고, 이러한 생산량과 물가의 변동은 다시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순환 구조가 반복된다. 이와 같은 상호연관 관계를 분석하기에 앞서 이번 주에는 우선 환율의 변화가 총수요와 총공급에 미치는 효과를 통해 국내의 생산량과 물가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만 알아보겠다. 환율과 총수요한 나라의 총수요는 소비, 투자, 정부지출과 순수출로 구성된다. 이 중 환율의 변화는 주로 순수출의 변화를 통해 총수요에 영향을 미친다. 시간에 따른 순수출의 변동을 설명해주는 J-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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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나무에 얽힌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
<나무 동화>에는 현대 프랑스 문단의 살아 있는 거인 미셸 투르니에와 르 클레지오,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마술적 리얼리즘의 3대 거장 중 한 명인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 등 세계적인 작가 12명이 쓴 나무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름다운 나무 이야기를 읽으면 신비한 기운과 함께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미셸 투르니에의 창작 동화 ‘도임링씨네 꼬마의 가출’을 보면 ‘나무의 나라’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다. 벌목공 감독 도임링 씨는 시골 오막살이 생활을 끝내고 도시의 23층 아파트로 이사 갈 예정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화를 받고 싶은 아들 피에르는 장화가 필요 없는 도시로 가는 게 너무도 싫다. 그래서 “나는 네온등도 자동 통풍장치도 싫어요. 나는 나무와 장화가 더 좋아요. 영원히 안녕”이라는 이별 편지를 써놓고 가출한다.자동차를 얻어 타고 모르는 동네에 내린 피에르는 밤길을 헤매다 8명의 딸과 함께 사는 오게르 씨의 집에 묵게 된다. 그 집에서 피에르는 오게르 씨가 들려주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 ‘나무’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오게르 씨는 최초로 인간이 살게 된 에덴동산을 “나무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고, 서로 멀리 떨어져 드문드문 자라고 있었으며, 서로 다른 나무들이 있었던 정원”이라고 설명한다. 에덴동산을 만든 하나님이 먹지 말라고 한 선과 악을 분별하는 열매를 따 먹은 아담과 이브는 ‘나무가 없는 들판’으로 쫓겨난다.오게르 씨는 “이것이 바로 인간에게 내려진 저주”라며 “인간은 식물의 세계에서 쫓겨나 동물의 세계로 떨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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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자유의 여신상' 받침대에 새겨진 시 [고두현의 아침 시편]
새로운 거상(巨像) 엠마 라자러스두 개의 땅을 정복자의 발로 밟고 있는저 그리스의 청동 거인과 달리여기 파도에 씻기고, 석양에 빛나는 관문에횃불을 든 승리의 여신이 서게 되리라.그 횃불은 번개를 품고, 그녀의 이름은망명자의 어머니. 횃불 든 손은온 세계를 환영의 빛으로 밝히고온화한 눈은 다리로 이어진 두 항구 도시를 보네."오랜 대지여, 너의 옛 영광을 간직하라!"그러면서 굳은 입술로 그녀는 외치리라."나에게 보내다오. 너의 지치고, 가난하고,자유롭게 숨쉬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을,풍요로운 해안가의 가련한 사람들을,폭풍우에 시달려 갈 곳 없는 사람들을,나 황금 문 곁에서 등불을 높이 들고 있을 테니."미국 이민자의 희망,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시입니다. 미국 시인 엠마 라자러스(Emma Lazarus)가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건립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1883년에 썼습니다. 그의 염원에 힘입어 여신상은 3년 뒤인 1886년에 세워졌지만, 그는 완공 다음 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1903년 여신상의 받침대에 이 시가 새겨짐으로써 그의 이름은 영원히 남게 됐습니다. 여신상이 왼손에 든 책에는…자유의 여신상은 뉴욕항 입구의 리버티섬에 세워진 키 93.5m, 무게 204톤의 거상(巨像)이지요. 프랑스가 1876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맞아 미국에 선물한 것입니다. 이 선물이 미국 땅에 전달된 것은 1885년 1월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분해한 200여 개의 구리판을 배로 운반해 조립해야 했는데, 그 예산이 없어서 한동안 하역장에 방치돼 있었지요. 이 사연을 들은 퓰리처가 신문 모금 캠페인을 벌였고, 그 모금 과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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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세계사 바꾼 중세의 '위조 문서'
중세 유럽에서 ‘문서 위조’는 일상화된 현상이었다. 일반적으로 메로빙거 왕조 시대 사료의 50% 이상, 카롤링거 왕조 초기 4명의 왕에 관련한 사료는 15%가량이 위조품으로 알려져 있다. 샤를마뉴 대제 이름으로 작성된 270여 개 문서 가운데 100여 개는 위조본이라고 한다.중세인의 위조 개념과 그에 대한 죄의식은 현대인과는 매우 달랐다. 위조를 한 주체는 바로 세속의 권력자와 교회 관계자들이었다. 이 같은 중세의 위조 행위를 두고 ‘도덕성의 무감각화’라는 윤리적 비난부터 사기행각이라는 시각, 중세 고유의 일반화된 심성이라는 해석까지 다양하게 전개됐다. 중세인들이 “천국으로 가기 위한 옳은 일을 한다”는 신념으로 적극적으로 위조 행위를 벌였다는 분석까지 나온다.이런 흔하디흔한 위조품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게 이른바 ‘콘스탄티누스 대제 기진장(寄進狀, Donation of Constantine)’이라고 불리는 문서다. 교황의 수위권과 교황 중심 교회를 확립하는 과정에 관여한 대표적 위조문서다.‘콘스탄티누스 대제 기진장’은 326년 로마제국의 수도를 동방 콘스탄티노플로 옮긴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옛 제국의 수도인 로마와 이탈리아 전 지역, 그리고 로마제국의 서방 영토를 당시 교황이던 실베스테르 1세(제위 314~335)에게 넘겨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문서는 오랫동안 유럽 서방세계에서 세속 황제권에 대한 교황의 교권 우위를 정당화하는 증거이자 근거로 활용됐다. 역대 교황들은 황제와 갈등을 겪을 때마다 이 ‘기증 문서’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곤 했다.‘콘스탄티누스 대제 기진장’은 동로마제국(비잔티움 제국)과 교황청 간 대립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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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 찬반토론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해야 할까
1400만 주식 투자자들이 정부의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 반발하고 있다. 증권거래세, 주식 양도세 등 주식 투자 관련 세금을 올리는 내용이 개편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거래할 때 내는 증권거래세율을 0.15%에서 0.20%로 올리고,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도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주식 양도세는 주식을 팔아 이익이 발생하면 그 이익의 20~25%를 부과한다. 다만 모든 투자자의 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건 아니고, 매년 말 종목당 보유 금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대주주’에 한해서만 세금을 걷는다. 내년부터 이 기준을 10억원 이상으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에 따라 대주주 기준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증세 효과는 별로 없이 주식시장 변동성만 키울 것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성]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조세 정의·형평성 차원 바람직대주주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 강화는 조세 정의 실현과 과세 형평성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조세 정의는 세금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부과돼야 한다는 국민적 원칙이다. 이번에 대주주의 기준을 현행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낮추면 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상이 확대된다. 정부는 현재 4000여 명에서 1만3000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강화하고, 근로소득에만 세금을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소득에 공평하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취지다. 직장인은 월급에서 소득세를 떼고, 자영업자는 사업 소득세를 낸다. 하지만 주식을 거래해 발생한 차익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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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놀자
날카로운 칼로 천천히…"톡 쏘는 물질 덜 나와요"
양파는 묘한 식재료다. 생으로 먹으면 톡 쏘는 매운맛이 입안을 자극하는데 열을 가하면 달콤한 맛이 살아나 볶음밥, 자장면, 카레 등 다양한 요리에 쓰인다. 여기에 식이섬유와 세포 손상을 막아주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혈압을 낮추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 매력적인 식재료에 꽤 성가신 면이 있다. 바로 칼로 썰기만 하면 눈물을 쏟게 해 손질하기가 골치 아프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우선 무엇이 눈물을 유발하는지 살펴보자. 양파 세포에는 황화아미노산이라는 물질과 이를 분해하는 효소가 분리된 상태로 들어 있다. 그런데 양파를 칼로 자르거나 치아로 으깨면 세포가 파괴되면서 두 물질이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물질이 생성된다. 그중 하나는 양파 특유의 매운맛을 내는 ‘티오설피네이트’고, 다른 하나가 바로 눈 점막을 자극해 눈물이 나게 만드는 ‘프로파네티올-S-옥사이드’다.원인 물질이 무엇이든 우선 양파를 썰 때 눈이 자극받지 않는 게 급선무다. 사람들은 보통 양파를 물에 담가두거나 고글을 쓰고 손질하는 방법을 택한다. 경험에서 얻은 지혜다. 한편에서는 이 익숙한 불편함을 과학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실험을 통해 양파를 자를 때 정확히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하면 눈물을 덜 흘릴 수 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팀이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발표한 연구가 좋은 예다.연구팀은 고속카메라와 미세입자 추적 기술을 이용해 양파를 자를 때 세포 속에서 어떤 물질이 어떤 형태로 방출되고, 어떤 속도로 공기 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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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수능으론 부족"…고1부턴 정시도 '교과역량' 확대
고1 학생들의 대학 입시 전략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 선택과목이 사라지는 통합형 수학능력시험이 현재 고1 학생에게 처음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28학년도 대학 입시부터는 수능에 올인하는 전략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는 2028학년도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2단계로 나눠 전형을 진행할 예정이다. 1단계에서는 3배수를 선발한다. 합격 기준은 ‘수능 점수’가 아니라 ‘수능 등급’이다.2단계에서는 수능 60%, 교과역량평가 40%를 합산한다. 현재 20%인 교과역량평가 비중을 40%로 확대하는 것이다. 수능은 백분위 합산 점수를 환산해 활용한다. 서울대는 “공통 수능에서 확인하지 못하는 학생의 개별적 특성과 자질을 교과역량평가에서 심층 평가해 대학 학업 적응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교과역량평가에는 과목 이수 충실도, 학업성취도, 학업 수행 내용, 공동체 역량 등이 포함된다. 과목 이수 충실도는 서울대에서 요구하는 전공 연계 과목을 선택했는지가 매우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는 지난 6월 ‘2028학년 전공 연계 과목 선택 안내’를 발표하면서 “권장과목은 지원 자격과 무관하나 모집단위가 권장하는 과목의 이수 여부는 수시 서류평가와 정시 교과역량평가에 반영된다”고 명시했다.서울대는 인문계열로 불리는 모집단위는 제2외국어, 한문을 한 과목 이상 이수하도록 권장했다. 의약계열을 포함한 자연계열은 기하, 미적분Ⅱ를 권장과목으로 제시했다. 자연과학대학, 공과대학 등은 개별 학과에 따라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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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韓 석유화학 산업 '위기'…중동에 경쟁력 밀려
비교우위의 상실정부와 업계 의뢰로 석유화학 재편 컨설팅을 맡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전남 여수산업단지 생산시설을 24% 줄여야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유지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과잉생산에 따른 업계 공멸을 막기 위해 현재 7개인 여수 에틸렌 공장 중 2~3개를 정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2025년 8월 11일 자 한국경제신문-최근 국내 3위 에틸렌 제조업체인 여천NCC가 부도 위기를 맞으면서 석유화학 산업 위기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동, 미국 등에서 들여온 석유를 정제, 가공해 휘발유와 경유 같은 연료부터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가 되는 ‘산업의 쌀’ 나프타, 이를 통해 만든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다양한 석유화학제품을 만들어내며 한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것이 우리의 석화 산업이지요.한때 석화 산업이 발전한 여수에선 “벌교에선 주먹 자랑 말고 여수에선 돈 자랑 하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석화 산업은 ‘땅 짚고 헤엄치는’ 안정적인 산업의 대표 주자로 꼽히곤 했습니다. 그토록 강고해 보이던 석화 산업이 위기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요.여수와 울산, 서산 등에 위치한 석화 산업 단지에 가보면 은빛의 철로 만들어진 수십 층 아파트 크기의 설비와 이를 혈관처럼 연결하고 있는 수십만 개의 배관으로 가득 찬 공장의 규모에 압도당하곤 합니다. 한국의 석유화학 업체들은 ‘세계 최대’, ‘동양 최대’ 규모의 설비를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막대한 투자금을 투입해 거대한 설비를 짓고, 장기간에 걸쳐 수익을 회수하는 ‘장치산업’이자 ‘규모의 경제’ 산업인 석화 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