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대학 축제, 고액 들여 아이돌 불러야 하나
5월 전국 대학가가 축제 열기로 들썩이는 가운데 ‘연예인 섭외비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대학들이 정상급 아이돌 모시기 경쟁을 벌이며 수억 원씩을 쓰고 있어서다. 대학 재정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낙후된 시설과 부족한 실험 환경, 우수 교원 확보의 어려움 등 본질적인 교육 여건 개선보다 연예인 공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비판이 거세다. 반면 학생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지고 축제에 대한 무관심이 커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화려한 연예인 공연이 대학 구성원 결집과 학교 브랜드 제고에 기여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학 축제 문화가 ‘지성’보다 ‘돈’이 우선되는 풍토로 변질하고 있다는 우려와 축제의 본질적 가치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찬성] 공동체 의식 함양…돈 이상의 가치, 대학 이미지 높이는 데도 효과적축제는 대학 문화의 꽃이다. 외부적으로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고, 내부적으로는 학생들의 결집을 통해 대학 고유의 문화를 창달하는 중추적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공동체의식 함양’이 대학 축제의 가장 큰 순기능이다. 최근 MZ세대 학생 사이에서는 공동체의식이 점점 약해지는 추세이며, 취업 준비 등으로 인해 축제에 참여하는 학생도 줄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학생들이 축제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공동체에 참가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대학 축제의 흥행을 좌우하는 핵심 카드는 ‘유명 연예인 초청’이다. 바쁜 학업과 취업 준비에 지친 학생들에게 인기 가수의 무대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많은 학생이 어떤 가수가 오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라인업 발표만으로도 축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연예인 공연이 있는 날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학생이 캠퍼스를 찾고, 축제장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일상에서 얻기 힘든 연대감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교우 관계나 애교심 역시 축제 참가를 통해 새롭게 형성되고 강화된다. 이처럼 축제는 단결과 화합을 도모하고 대학의 일상을 본연의 모습으로 구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는 학생 충원율을 높이고 중도 탈락률을 낮추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긍정적 효과다.

유명 연예인 공연은 대학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축제에 참여하는 연예인 라인업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공연 영상에는 대학 로고와 상징물이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이는 잠재적 지원자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준다. 전통적 광고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수단이다. 지역 주민이나 인근 학생 등 외부인도 축제에 참여하면서, 대학과 지역사회 간 유대도 자연스럽게 강화된다. 연예인 섭외에 드는 비용이 표면적으로는 높아 보이지만 그 효율성과 효과 측면에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반대] 과소비·상업화로 축제 본질 흐려…장학금·동아리 등 학생지원 '뒷전'한국의 대학 축제는 갈수록 상업화하고 있다. 대학 본연의 순수성은 퇴색하고,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벤트 업체를 통해 ‘국내 최정상급 가수 3팀 이상 섭외’ 같은 조건이 관행이 됐다. 이런 상업화는 대학 문화의 고유성과 순수성을 위협한다. 아이돌을 보려면 콘서트장에 가면 되지, 굳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비싼 연예인을 학교로 부를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억대 예산의 대부분이 연예인 섭외에 집중되면서, 정작 학생 복지나 장학금, 동아리 활동 등 실질적인 학생 지원은 뒷전으로 밀린다. 일부 대학에서는 1년 치 학생회비의 절반 이상이 축제 하루 이틀에 모두 소진된다. 식비 지원이나 취업 프로그램 등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곳에 예산을 쓰는 것이 낫다.

축제를 흥행 위주로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대학이 관객 모집에 실패하지 않으려고 연예인을 부른다면, 상업적 기관과 다를 바 없다. 화려한 아이돌에게 의존한 이벤트화는 대학생들의 창의성과 자치 역량의 빈곤을 드러낸다. 심지어 섭외한 연예인의 인지도를 두고 다른 학교와 비교하며 학생회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이처럼 축제가 대중문화 소비의 장으로 전락한다면 대학의 교육적·문화적 역할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공동체의 의미 역시 퇴색시키고 있다. 대학 축제는 원래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모두가 어울리는 자치 행사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예인 공연이 축제의 중심이 되고, 학생들은 단순한 관객으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대부분 대학이 비슷한 연예인 라인업을 내세우다 보니, 각 학교만의 개성과 전통도 점점 사라진다. 대학 간 차별화 없는 천편일률적 구성과 생산적 콘텐츠의 부재 속에서 축제가 대중문화 중심의 소비문화로 변질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동아리 공연, 이색 체험 프로그램, 학과별 이벤트 등 학생 주도 프로그램은 설 자리를 잃는다.√ 생각하기 - 과도한 예산이 문제…학생이 주인공 되는 축제로대학 축제는 각 대학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구성원의 결속을 다지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공동체적 행사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학 문화 창달과 구성원 결집이라는 본래 기능을 상실한 채 상업화·동질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예인 공연과 기업 스폰서십 등 상업화에 대한 비판과 함께, 대학 축제의 본질적 기능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대학 축제, 고액 들여 아이돌 불러야 하나
연예인 공연이 대학 축제의 흥행을 이끄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도한 예산 집중과 학교만의 개성 약화는 분명한 문제다. 대학 축제는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어 직접 만들고 즐기는 자리여야 한다. 이제는 학교의 전통과 학생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학 축제의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다.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면서 대학마다 추구하는 고유한 가치를 드러내는 축제로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유병연 논설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