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창고형 약국, 규제해야 하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507/AA.41087539.1.jpg)
메가팩토리 약국엔 약사들이 상주하고 있지만 이들의 도움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 계산하는 데만 20~30분이 걸리는 상황에서 자신이 구매한 약의 효능과 부작용을 꼼꼼히 물어보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소비자가 이미 구매할 약을 정한 뒤 복약지도를 받는다는 점도 문제다. 환자의 증상과 복용 이력을 바탕으로 적합한 약을 추천하는 약사의 전문성이 발휘되기 힘든 구조다.
창고형 약국이 대중화한 해외에선 약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의 경우 매년 약 오남용으로 입원하는 환자가 17만명에 달한다. 의사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사례가 많지만, 기침약(덱스트로메토르판), 지사제(로페라미드) 등으로 인한 환각, 심장 이상 사례도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한국이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의약품 판매와 관련한 규제가 깐깐하기 때문이다.
창고형 약국이 대형 유통업체와 결합해 전국으로 확산하게 되면 동네 약국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동네 약국이 줄어들면 지역 의료 인프라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반대] 소비자 편익·선택권이 우선…美·日도 창고형 약국 활성화창고형 약국의 가장 큰 강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진통제 등의 상비약 한 통 가격이 시중 약국보다 1000~2000원 저렴하다. 일부 영양제는 반값에 판매하기도 한다. ‘1+1’과 같은 할인 행사를 벌이는 품목도 적잖다. 상품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제조사와 직거래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유통 비용을 줄인 덕이다.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의 경우 약값으로만 한 달에 수십만원을 쓰고 있다. 창고형 약국이 많아져 약값 부담이 줄어들면 가계 의료비가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창고형 약국에선 기능이 비슷한 여러 약품이 갖춰져 있어, 가격과 효능을 꼼꼼히 비교할 수 있다.
약의 오남용이 우려된다는 대한약사회와 약국들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메가팩토리 약국은 국내 약사법에 따라 약사가 개설한 정식 약국으로 매장에 약사들이 근무 중이다. 약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 얼마든지 복약 방법을 물을 수 있다. 현행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소비자 친화적인 유통 환경을 구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상비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약사의 도움이 꼭 필요한지도 의문스럽다. 요즘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구매하는 약과 관련한 정보를 얻는다. 약 이름만 검색하면 복용 시 주의 사항이 곧바로 뜬다.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별다른 규제 없이 창고형 약국을 허가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의 CVS나 일본의 마쓰모토 기요시가 대표적인 창고형 약국이다. 한국에서도 약사가 없는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살 수 있다. 약국들의 논리대로라면 편의점에서도 약을 팔지 말아야 한다.
창고형 약국의 등장은 국내 의약품 판매 시장의 획일적 유통 구조에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이 촉진되면 약국 서비스의 질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부작용이 크지 않은 상비약의 경우 수량을 제한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등의 규제 완화도 고려해 볼 때가 됐다.√ 생각하기 - 소비자 편의와 안전 사이에 균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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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약국 같은 새로운 유통 채널의 등장을 감안해 제도를 손질하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 규모에 따라 필수로 상주해야 하는 약사의 수를 정하고,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은 구매량을 제한하는 등의 규정을 마련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