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게임은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규제해야 하나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가 게임을 중독 물질로 분류해 ‘4대 중독 예방’을 주요 주제로 콘텐츠 공모전을 진행하다가 논란 끝에 철회했다. 해당 공모전이 인터넷 게임을 알코올, 약물, 도박과 같은 중독 행태로 묶어 동일한 사회적 해악 요소로 분류한 점이 반발을 샀다. 특히 이 지자체는 주요 게임업체 본사가 밀집해 있는 ‘한국 게임산업의 심장’으로 통하는 곳이어서 더욱 논란이 컸다. 게임업계와 이용자들은 “게임을 무분별한 중독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산업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게임의 중독성과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이처럼 게임을 둘러싼 ‘중독 프레임’은 학술적 논의나 규제 수준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게임을 어떤 가치로 바라보고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찬성] 청소년 학업포기·관계 단절 피해…규제·예방으로 부작용 막아야최근 게임은 문화산업의 꽃이자 청년 세대의 대표적 여가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으로도 게임 산업은 영화와 음악 산업을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분명히 ‘중독’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게임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사용자의 몰입과 반복적 이용을 유도한다.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해 쾌감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만들고, 이는 결국 통제력 상실로 이어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게임 이용 장애’를 국제질병분류(ICD-11)에 공식 등재하기도 했다. 이는 게임 과몰입이 알코올이나 도박, 마약처럼 뇌의 구조와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국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청소년의 경우, 뇌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시기에 게임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충동 조절 장애, 주의력 결핍, 학습 능력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게임 중독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하거나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부 청소년은 게임 속 가상 세계에 몰입한 나머지 현실 세계에서의 삶을 방기하기도 한다.

게임의 중독성은 단순한 오락의 차원을 넘어, 개인과 사회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가정 내 갈등, 학교 부적응, 심지어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인터넷·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수조 원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자제력 부족으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 전체가 경계하고 개입해야 할 중대한 문제임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게임을 문화로만 포장하며 중독 문제를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게임이 지닌 중독성의 위험을 외면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 큰 비용과 고통을 치르게 될 것이다. 게임은 분명히 문화이자 산업이지만, 그 이면의 중독성 또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우리 사회가 게임의 밝은 면뿐 아니라 어두운 그림자까지 직시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반대] 과몰입 사례 일부분…긍정효과 많아, 산업 발전 막고 부당한 낙인찍기 안돼게임을 마약, 도박과 같은 중독물로 간주하며 규제 강화와 질병 분류를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시대착오적 낙인에 불과하다. 이런 일방적 시각은 게임 이용자, 특히 청소년과 젊은 세대 전체를 ‘잠재적 중독자’로 몰아가는 문제적 접근이 될 수 있다.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국제질병분류에 포함시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결정은 전체 게임 이용자 중 극소수의 극단적 사례에 한정된 것이다.

게임은 이미 한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취미이자, 20조 원 규모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첨단 산업이다. 단순한 오락을 넘어 스토리텔링·기술·심리학 등이 결합한 종합 콘텐츠 산업으로, 수많은 청년이 이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런 게임을 단순히 ‘중독 유발 도구’로 바라본다면,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인 게임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수많은 이용자에게 부당한 낙인을 씌우게 된다.

게임 과몰입이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 사례에 국한된다. 과몰입의 근본 원인은 게임이라는 매체 자체보다 개인의 심리적 취약성, 가정환경, 학교·사회적 단절 등 복합적 요인에 있다.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지 않고 게임만을 문제 삼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여러 연구에서는 게임의 긍정적 효과도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게임은 스트레스 해소, 감정 조절, 사회적 교류, 공간 인지력 향상, 창의력 자극 등 다양한 인지·정서적 이점을 지닌다.

게임을 무조건 중독의 관점에서만 규정하는 것은 이용자 전체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고, 청소년의 자율성과 건강한 취미 활동을 억압할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 또한 일방적인 억압이나 규제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강제적 통제보다 게임 이용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고, 다양한 여가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효과적 예방책이다.√ 생각하기 - 게임을 건강하게 즐기는 문화 정착 돼야
[시사이슈 찬반토론] "게임은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규제해야 하나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e스포츠, 교육,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을 거듭하며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 나타나는 중독적 행동과 사회적 문제 역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중요한 건 ‘게임=중독’이라는 단순하고 획일적인 등식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와 현실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성숙한 사회적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 게임을 중독 물질로 단정 짓기보다 문화적·산업적 가치를 인정하는 가운데 과몰입자에 대한 예방·치료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건강한 이용 환경과 사회적 안전망을 함께 구축해나가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해악이 될 수도, 문화적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사회 전체가 그 균형점을 찾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유병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