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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충남 계룡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이처럼 학교 담장 안에서 교육적 훈육이 무력해지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범죄에 가까운 교권 침해가 반복되면서 무너진 교실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교권 침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록해 가해 학생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생기부 기재라는 강력한 수단이 있어야 예방 효과가 생긴다는 논리다.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어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진보 성향의 교육 단체와 일부 전문가는 생기부 기재가 낙인 효과를 초래해 학생들의 장래를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학교폭력과 마찬가지로 생기부 기재를 막기 위한 학부모의 법적 소송으로 교사들이 2차 피해에 노출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찬성] 무너진 교실…위협받는 교사, 다수의 학습권 보장 위한 예방 장치교권 침해 사실의 생기부 기재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분출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조차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2023년 9월 국회를 통과한 ‘교권보호 4법’의 핵심 내용에서 생기부 기재 조항은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교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하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지역 초중고 교사 24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최근 1년 새 정서·행동 위기 학생으로 인한 수업 방해나 교권 침해가 늘었다”고 답한 교사는 전체의 52.6%(1306명)에 달했다. 국회도서관의 ‘데이터로 보는 교육활동 침해와 교원 보호’ 자료에 따르면 학생이 교원을 폭행하거나 상해를 입혀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분류된 사건은 2020년 106건에서 2022년 347건, 2024년 502건, 2025년 상반기 328건으로 늘었다.

학교폭력 징계는 생기부에 기재되지만 교권 침해 징계는 남지 않는다. “선생님을 때리는 게 친구를 때리는 것보다 가볍게 취급받는다”는 자조적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교원 단체에선 교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생기부 기재를 요구하고 있다.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하루 3~4건의 폭행·상해와 이틀에 한 번꼴로 성폭력 등 범죄 수준의 중대한 교권 침해가 발생한다”며 “이는 처벌이 아닌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는 최소한의 교육 장치이자 다수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 조치”라고 강조했다.[반대] "한때 잘못으로 문제학생 낙인 안돼"…소송 남발로 교사 '2차 피해' 우려생기부 기재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그 근저에는 학교의 본질이 처벌이 아닌 선도에 있다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 반대 논리는 낙인 효과다. 문제 학생이란 낙인이 찍히는 순간, 학생은 스스로 개선하려는 의지를 꺾고 오히려 반사회적 방향으로 엇나갈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미성년기의 잘못이 취업과 사회 진출까지 발목 잡는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다.

가해 학생의 상당수가 정서적 불안이나 정신질환, 충동 조절 문제 등을 겪고 있다는 점도 신중론의 근거로 꼽힌다. 사리분별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학생에게 단순 처벌 중심의 접근만 적용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기부 기재만으로 대응할 경우 학생을 교육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관리와 배제의 대상으로 취급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현실적 부작용도 외면하기 어렵다. 생기부 기록은 대입과 취업 과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학부모들이 이를 막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학교폭력 조치나 징계 처분을 둘러싸고 행정심판과 집행정지 신청, 민사소송 등이 잇따르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생기부 기재가 제도화될 경우 유사한 법적 분쟁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의 부담도 상당하다.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거나 학부모의 법적 대응에 직접 노출되는 것은 물론 심리적 피해도 입을 수 있다.√ 생각하기 - 징계가 만능 해법 아냐…존중과 책임 가르치는 교육 돌아봐야잇따른 교권 침해 사건은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들의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사를 향한 흉기 위협까지 벌어지는 현실은 단순한 생활지도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무너진 질서를 세우기 위해 강력한 징계와 생기부 기재 같은 엄벌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교육 현장이 무법지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기강이 서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의 눈치를 보며 수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

하지만 징계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처벌은 당장의 질서를 바로잡는 효과를 낼 순 있어도 갈등의 근본 원인까지 치유하지 못한다. 교육의 목표는 규율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타인과 공존하고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돕는 데 있다. 요즘 같은 상황일수록 이 같은 교육의 본질은 더 중요하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교권 침해 '생기부 기재' 도입해야 할까
선진국에선 생활교육과 상담 중심의 중재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과 교사 간 관계 회복에 힘쓰고 있다. 우리 교육 역시 처벌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교실이 두려움과 갈등의 공간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과 책임을 배우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정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