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대지를 달리며 무리 생활을 해야 하는 늑대가 콘크리트 바닥과 철창 속에 갇혀 지내는 것은 심각한 학대나 다름없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이 같은 자리를 무의미하게 반복해 도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모습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의 증거다. 인간의 짧은 즐거움을 위해 생명체를 평생 감옥에 가두는 행위는 현대사회가 지향하는 생명 존중의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동물원 밖에서 자유를 누려야 할 동물들이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은 동물권을 심각하게 해치는 일이다. 또 동물원에서는 동물에게 여러 가지 묘기를 부리게 한다. 쉬어야 할 시간에 계속 사람들에게 노출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본래 지녀야 할 습성도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인위적 환경을 개선한다고 해도 동물은 자연의 삶을 선호할 것이다.
과거에는 동물원이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치는 교육의 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갈수록 교육적 효과는 회의적이다. 창살 안에 갇혀 생기를 잃은 동물을 보는 것은 오히려 생명을 도구화하는 행위일 뿐이다. 인간 중심적으로 동물을 바라보는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줄 위험도 크다. 지금은 고화질 다큐멘터리나 가상현실(VR) 등으로 동물의 야생 생태를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는 시대다. 기술적 대체재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굳이 동물을 좁은 우리에 가둬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삶 속에서 자연을 느끼고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더 고차원적 생태 교육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동물을 전시하는 상업적 동물원은 전면 폐지하고, 자연 그대로의 서식지를 지켜주는 것이 진정한 공존의 시작이다.[반대] 멸종 위기종 등은 보호해야…관리·규제 강화가 현실적 해법동물원을 무조건 폐지하자는 것은 기후변화와 밀렵, 서식지 파괴 등으로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사지로 내모는 무책임한 처사다. 현대의 국·공영 동물원은 단순히 동물을 가두고 구경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동물 종의 보존과 학술 연구를 수행하는 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다. 야생에서 생존하기 어렵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인공적으로 증식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서식지 외 보존 시설’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같은 기능은 국·공영 동물원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도심 속에서 자라는 미래 세대가 살아 있는 생명과 직접 교감하며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적 가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책이나 TV, 모니터로만 접하는 동물은 박제된 지식에 불과하다. 동물들과 눈을 맞추고 숨결을 느낄 때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싹틀 수 있다.
동물원의 극단적 폐쇄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동물원을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생태 공원으로 진화시키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다. 대전 오월드 늑구 탈출 사건 이후 정부 주도로 ‘전국공영동물원협의체’가 출범하는 등 동물 복지와 안전 기준을 법적으로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동물 보호를 위한 긍정적 신호다. 부실한 민간 시설과 오락 목적의 체험형 동물원은 규제하되, 선진국형 생태 동물원처럼 서식지 환경을 최대한 재현하고 동물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된다.
한국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동물 보호 체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 법은 2023년 12월부터 시행됐으며, 기존 등록 동물원에는 2028년 12월까지 유예 기간이 부여돼 단계적 전환을 예고했다. 정부는 협의체를 통해 허가제 이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장의 애로를 공유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제도적으로 보완해 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다.√ 생각하기 - 생명 존중 위한 공존의 길 모색할 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오락거리·전시 중심의 동물원을 종 보존과 부상 동물 치료, 철저한 생태 교육 중심의 공익적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일이다. 동물원 탈출 사건이 잇따르는 것은 동물들이 우리 안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동물 복지를 확실히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단순히 동물원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동물의 존엄성을 존중하면서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길을 고민해야 한다.
안정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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