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知魚之樂 (지어지락)
▶한자풀이
知: 알 지
魚: 물고기 어
之: 어조사 지
樂: 즐거울 락


물고기의 즐거움을 안다는 뜻으로
융통성 있는 유연한 사고를 이르는 말
- <장자>

춘추전국시대 사상가인 장자는 도가(道家) 사상의 대가다. 도가는 노자-장자-열자로 이어지며 스스로를 비워서 넓게 품으라는 게 골자다. 높이 쌓아서 하늘의 뜻(성현의 뜻)에 닿으라는 유가(儒家)와 사유의 방향이 다르다.

당대 변론가였던 혜자(惠子)는 장자의 친한 벗이었는데, 혜자가 죽자 장자는 통곡을 하면서도 <장자> 뒤쪽에는 그를 비판하는 글을 적었다. 그 화려한 언변을 세상을 현혹하고 이리저리 줄을 긋는 데 썼다는 것이다. 도가는 선을 그어 피아를 구별하고, 군자와 소인을 가르고, 높고 낮음을 따지는 것을 싫어한다.

<장자> 추수 편에는 장자와 혜자가 함께 호수 다리 위를 거닐며 나누는 대화가 나온다. 장자가 호수를 노리는 물고기를 보며 말한다. “작은 물고기들이 물속에서 얼마나 유유히 노니는지요. 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이겠지요.” 이에 혜자가 말한다. “그대가 물고기가 아닌데 물고기가 즐거운지 어떻게 안단 말이오(子非魚 安知魚之樂).” 이에 장자가 답한다. “나는 그대가 아니니 그대를 이해할 수 없지요. 그대 또한 물고기가 아니니 본래 물고기를 이해할 수 없겠지요….” 혜자가 장자의 말을 이어받는다. “나는 그대가 아니니 그대를 이해할 수 없지요. 그대 또한 물고기가 아니니 본래 물고기를 이해할 수 없겠지요.”

이에 장자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우리 대화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그대는 내게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느냐 묻지 않았소. 그 말은 그대가 이미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안다는 걸 인정하고 내가 어떻게 아는 것인지 물은 것이 아니겠소. 나는 호수 다리 위에서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 것이오.”

신동열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신동열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이 대화에서 나오는 지어지락(知魚之樂)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안다는 뜻으로, 융통성 있고 유연한 사고를 이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