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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惡事千里 (악사천리)

    ▶한자풀이惡: 악할 악  事: 일 사  千: 일천 천  里: 마을 리나쁜 일은 천 리를 달린다는 뜻으로안 좋은 소문은 금세 멀리까지 퍼짐 -<북송쇄언>악사천리(惡事千里)는 ‘나쁜 일은 천 리를 달린다’는 뜻으로, 나쁜 소문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멀리까지 금세 퍼짐을 이르는 말이다. 악사행천리(惡事行千里), 악사전천리(惡事傳千里)로도 쓴다. 중국에서는 속담처럼 사용해온 말로, 앞에 호사불출문(好事不出門, 좋은 일은 문밖으로 퍼져나가지 않음)이 붙어 대구를 이룬다.이 말은 송나라 때 손광헌(孫光憲)이 지은 <북송쇄언>에 나오는 “이른바 좋은 일은 문밖으로 퍼지지 않고, 나쁜 일은 천 리를 간다고 하였으니, 선비와 군자가 그것을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所謂好事不出門 惡事行千里 士君子得不戒之乎)”라는 구절에서 유래했다. 같은 송나라 때 도원이 지은 <경덕전등록>의 선문답에도 “어떤 승려가 소종선사에게 ‘달마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인지요’라고 물으니, 소종선사는 ‘호사불출문, 악사행천리’라고 대답하였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악사천리는 <수호지> <서유기> 등 중국의 대중소설에도 자주 나온다. 우리말 속담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와 의미가 비슷하다.소문과 관련된 사자성어는 많다. 유언비어(流言蜚語)는 아무 근거 없이 널리 퍼진 소문이나 풍설을 이르는 말이고, 도청도설(道聽途說)은 길거리에 떠돌아다니는 말을 이른다. 거리나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이르는 가담항어(街談巷語), 아무 근거 없이 널리 퍼진 소문을 이르는 부언유설(浮言流說)도 뜻이 같다. 낭설(浪說)은 터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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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三旬九食 (삼순구식)

    ▶한자풀이三: 석 삼 旬: 열흘 순 九: 아홉 구 食: 먹을 식한 달에 아홉 끼를 먹다몹시 가난함을 이르는 말- <후한서>삼순구식삼순구식(三旬九食)은 ‘열흘에 아홉 끼를 먹다’라는 뜻으로, 매우 가난함을 이르는 말이다. 남북조시대 송나라의 범엽이 후한의 역사를 정리한 <후한서>에 나오는 표현이다. 후한 시대 가난한 백성들의 삶을 묘사하면서 이 말이 사용되었다. 삼순(三旬)은 한 달을 의미하며, 구식(九食)은 아홉 끼니를 뜻한다. 즉 한 달 동안 겨우 아홉 끼니를 먹을 정도로 극심한 가난을 겪는 상황을 나타내는 말이니, 당시 백성들이 얼마나 어려운 삶을 살았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한 사자성어다.송나라를 대표하는 도연명 시인의 시에도 삼순구식이 나온다. 그는 잠시 현령이라는 관직에 있었지만 “다섯 말의 쌀 때문에 부패한 관리들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라는 말을 남기고 낙향해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시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동방에 한 선비가 있으니, 옷차림이 항상 남루했고, 한 달에 아홉 끼가 고작이요(三旬九食) 10년이 지나도록 관직 하나로 지내더라. 고생은 비할 데가 없건만 늘 밝은 얼굴이더라. 내 그분을 뵙고자 이른 아침에 갔더니, 푸른 소나무는 길옆에 울창하고, 흰 구름은 처마 끝에 잠들었더라.”자신의 처지를 동방의 한 선비에 비유한 시로 읽힌다.상루하습(上漏下濕)은 ‘위에서는 비가 새고 아래에서는 습기가 차오른다’라는 뜻으로, 몹시 가난한 집을 이르는 말이다. 위로는 비가 새고 옆으로는 바람이 들이친다는 상우방풍(上雨旁風), 집이 네 벽뿐이라는 가도사벽(家道四壁)도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움을 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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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鐵中錚錚 (철중쟁쟁)

    ▶한자풀이鐵: 쇠 철    中: 가운데 중    錚: 쇳소리 쟁    錚: 쇳소리 쟁쇠붙이 중 유난히 맑게 쟁그랑거리는 소리같은 무리에서 가장 뛰어남,  또는 그런 사람-<후한서(後漢書)>후한의 광무제는 천하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적미(赤眉) 일당의 소탕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적미는 왕망 시대에 생긴 농민들의 반란군으로, 신성한 색으로 여기던 붉은색으로 눈썹을 물들여 자기네의 표식으로 삼았기 때문에 붙은 호칭이다. 처음에는 번숭을 두목으로 하여 낭야에서 일어났지만 봉안, 서선, 사록 등이 군대를 거느리고 합류해 오면서 세력이 커져 산둥성을 중심으로 광대한 지역에서 위세를 떨쳤다.유분자를 옹립해 황제로 받든 적미는 서쪽으로 세력을 펼쳐 장안에 침입하고 왕망을 쓰러뜨렸다. 광무제는 이런 막강한 적미 세력과의 싸움에서 적잖게 고전했으나 동방으로 이동하는 적미들을 하남에서 총공격을 가함으로써 그들의 항복을 받아냈다. 적미들이 항복한 다음 날 아침 광무제는 군대를 도열시켜 열병식을 거행하고 참관한 번숭과 서선을 돌아보며 말했다.“통찰력이 있는 인재라면 전세의 추이를 보고 벌써 귀순했을 것이다. 대세를 분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라면, 아직도 항복을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고 있을 것이다. 그대들을 쇠에 비유한다면 좀 더 견고한 쇠로서 범인 중에 놓고 보면 얼마쯤은 두드러진 사람들임이 틀림없도다.”이는 서선 등의 항복이 결코 이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집을 부리는 어리석은 자들보다는 조금 낫다는 평가다. <후한서>에 전해오는 이 고사에서 유래한 철중쟁쟁(鐵中錚錚)은 쇠붙이 중 유난히 맑게 쟁그랑거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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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招搖過市 (초요과시)

    ▶한자풀이招: 부를 초 搖: 흔들릴 요 過: 지날 과 市: 저자 시요란스럽게 저잣거리를 지나가다허풍을 떨며 자신을 드러냄을 비유-<사기(史記)>공자가 위나라에 가서 거백옥의 집에 머물 때였다. 위나라 군주 영공(靈公)의 부인인 남자(南子)가 사람을 보내 뵙기를 청했다. 공자는 처음에는 사양했으나, 남자가 거듭 사람을 보내 요청하자 마지못해 만나러 갔다. 남자는 휘장을 드리우고 공자를 만났는데, 패옥(佩玉)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렸다. 겉치레를 과시하는 이러한 행동은 공자가 중시하는 예(禮)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공자는 제자 자로에게 “나는 그녀를 만나고 싶지 않았으나, 기왕에 만났으니 예로써 대해주었다”라고 말했다. 예가 없는 사람에게 예로 대한 것을 마뜩잖게 생각하는 자로에게 공자는 “내가 잘못이라면 하늘이 나를 미워할 것이다”라고 했다.위나라에 머문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에 영공과 부인 남자는 함께 수레를 타고 행차했다. 그런데 환관인 옹거는 수레에 함께 태우고, 공자에게는 뒤 수레를 타고 따라오게 하면서 요란스레 저잣거리를 지나갔다. 공자는 이를 두고 “나는 덕(德)을 좋아하기를 색(色)을 좋아하는 것과 같이하는 자를 보지 못하였다”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영공이 자신을 그와 같이 대하는 것을 치욕으로 여기고 위나라를 떠나 조(曹)나라로 갔다.<사기(史記)>의 공자세가(孔子世家) 편에 나오는 고사다. 여기에서 유래한 초요과시(招搖過市)는 남의 이목을 끌기 위해 요란스럽게 행차하고 저잣거리를 지나간다는 뜻으로, 허풍을 떨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실속 없이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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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至愚責人明 (지우책인명)

    ▶한자풀이至: 이를 지  愚: 어리석을 우  責: 꾸짖을 책  人: 사람 인  明: 밝을 명어리석은 사람도 남 나무라는 데는 총명하다자신의 허물은 못 보고 남 탓만 하는 것을 비유- <송명신언행록>송나라 때 명신 범순인(范純仁)은 명재상 범중엄(范仲淹)의 아들로, 시호는 충선공(忠宣公)이다. 그는 임금에게는 충직하고 아랫사람에게는 넉넉했다. 주자가 송나라 명신들의 언행을 엮은 <송명신언행록>에는 그의 충(忠)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 있다. 범순인의 말이다.“내가 평생 배운 것은 오직 충서(忠恕, 충성과 용서)라는 두 글자뿐이니, 일생토록 써도 다함이 없다. 조정에서 임금을 섬길 때나, 동료들을 대할 때나, 종족(宗族)과 친목을 다질 때나 나는 잠시도 충서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그가 충과 서를 얼마나 단단히 쥐고 조정에 나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가 자식들을 가르치는 훈계는 그의 품이 얼마나 넉넉한지를 보여준다.“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남을 나무라는 데는 총명하고(人雖至愚 責人則明), 총명한 사람일지라도 자신을 용서하는 데는 어리석다. 너희들은 항상 남을 나무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나무라고,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도록 하여라. 그리하면 성현의 지위에 이르지 못함을 근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이 구절은 <명심보감> 존심(存心) 편에도 실려 있다.지우책인명(至愚責人明)은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도 남을 나무라는 데는 총명하다’는 뜻으로, 자신의 허물은 고치지 않고 남의 탓만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는 개 나무란다”는 우리말 속담과 의미가 비슷하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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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良禽擇木

    공자는 인의(仁義)에 기반한 도덕 정치를 주창했다. 공자가 노나라에서 자신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치국의 도를 유세하기 위해 천하를 떠돌다 위나라에 갔을 때의 일이다. 공자가 위나라의 실력자인 공문자를 찾아가 만났는데, 천하가 알아주는 유가(儒家)의 시조가 왔다며 반겨 맞으면서도 정작 도덕 정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대숙질(大叔疾)을 공격하는 문제를 화제로 삼으면서 그에 대한 조언만 구할 뿐이었다. 실망한 공자가 답했다. “제가 제사에 대해서는 배운 일이 있습니다만 전쟁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습니다.” 공자는 서둘러 자리를 물러 나와 제자들에게 떠날 준비를 하라고 일렀다. 제자들이 오자마자 서둘러 위나라를 떠나려는 이유를 묻자 공자가 말했다.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튼다고 했다(良禽擇木). 같은 이치로 현명한 신하는 훌륭한 군주를 섬겨야 하느니라.” 위나라에는 공자가 표방하는 도덕적 이상 정치를 실현할 임금도, 벼슬아치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공문자가 황급히 달려와 결코 딴 뜻이 있어서 한 말이 아니라며 위나라에 더 머물러달라고 당부했다. 공자가 마음을 풀고 위나라에 좀 더 머무르려 할 즈음에 노나라에서 사람이 찾아와 귀국을 청하자 고향 생각이 간절해 노나라로 돌아갔다. 양금택목(良禽擇木)은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튼다’는 뜻으로,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는 사람을 섬겨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혜안(慧眼)은 둥지를 틀 좋은 나무를 알아보는 눈이다.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 나의 재능을 키워줄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다. 나 또한 누군가가 둥지를 틀 좋은 나무가 되어야 한다.의지할 언덕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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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난지붕 急難之朋

    은 고려 충렬왕 때 예문관 대제학 등을 지낸 노당(露堂) 추적(秋適, 1246~1317)이 편저한 어린이들의 인격 수양을 위한 한문 교양서다. 사서삼경을 비롯해 공자가어, 소학, 근사록, 성언잡언 등 유교 경전과 유학자들의 저술을 중심으로 여러 고전에서 금언과 명구를 발췌해 주제별로 엮은 책이다. 상하 2권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술과 밥 먹을 때 형님 동생은 천 명이나 있지만, 위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 ‘웃을 때는 여럿이 웃어도 울 때는 혼자 운다’는 말과 뜻이 오롯이 이어진다. 여기서 유래한 급난지붕(急難之朋)은 위급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힘이 되어주는 참된 친구를 이른다. 막역지우(莫逆之友)는 서로 거스름이 없는 친구라는 뜻으로, 허물없는 사이를 의미한다. 이는 내편에 나오는 “네 사람이 서로 보며 웃고 마음에 거슬리는 게 없어서 마침내 서로 벗이 되었다”는 구절에서 유래한다. 정호승 시인은 “친구는 한 명이면 족하다. 두 명은 너무 많고 셋은 불가능하다”라고 했는데, 살면서 참된 친구 하나를 얻는 게 얼마나 귀하고 힘든 일인지를 시로 잘 표현하고 있다. 지나치게 재물을 탐하면, 작은 이익을 마음이 자꾸 기웃대면, 생각이 고집으로 굳어지면 자칫 친구를 잃기 쉽다. 에는 “명아주 먹고 비름으로 배를 채우는 가난한 사람 중에도 옥처럼 깨끗한 사람이 많지만, 좋은 옷 입고 좋은 음식 먹는 사람 중에도 종처럼 비굴한 사람이 많다. 대개 지조는 담백하고 맑음에 있고 부귀를 탐하면 절개를 잃고 만다”라는 구절이 있다. 지조와 절개를 친구로 대치해도 뜻이 크게 어긋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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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從容有常 (종용유상)

    ▶한자풀이從: 따를 종  容: 얼굴 용  有: 있을 유  常: 항상 상얼굴색과 행동에 변함이 없다군자의 몸가짐을 비유하는 말 -<예기(禮記)>從容有常공자는 “얼굴색을 꾸미고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는 사람은 인(仁)이 적다고 했다. 예로부터 이상적인 인간상을 군자(君子)라고 했는데, 이를 강조하고 몸소 실천하려고 애쓴 사람이 공자다. 군자는 최고의 인격과 선을 갖춘 사람이다. 군자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감정의 변화를 얼굴에 쉽게 드러내면 안 된다. 공자는 얼굴은 곧 인격을 나타내는 것이고, 변하지 않는 얼굴색을 지니는 게 군자의 미덕이라고 했다.떠들지 않고 소리 없이 얌전한 것을 두고 조용하다고 하는데, 여기서 조용은 한자 ‘종용(從容)’에서 온 것이다. 말 그대로 얼굴을 따른다는 뜻이다. 마음과 얼굴빛이 따로인 경우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사람이 된다. 얼굴로는 반기고 말로는 친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해칠 생각을 품고 있는 구밀복검(口蜜腹劍)도 표리부동과 뜻이 이어진다.‘유상(有常)’은 군자로서 변하지 않는 상도(常道)를 말한다. 작은 일로 처신이나 말이 우왕좌왕하지 않고 늘 중심이 있음을 이른다. 두 말을 합한 종용유상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얼굴색이나 행동거지가 변하지 않으며, 자신의 소신대로 정도(正道)를 걷는 것을 의미한다. 공자는 <예기(禮記)> 치의 편에서 종용유상을 통치자의 바른 자세라고 했다. 백성을 다스리는 자의 행동거지는 항상 조용하면서 법도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종용유상의 몸가짐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백성은 그의 덕에 감화되어 불변의 충성심을 보인다고 했다.<시경(詩經)>에도 도읍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