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亢龍有悔 (항룡유회)
▶한자풀이
亢: 오를 항
龍: 용 룡
有: 있을 유
悔: 후회할 회


하늘에 오른 용은 후회할 때가 있다
높이 오른 자가 겸손하지 못하면 패망함
- <항룡유회(亢龍有悔)>

항룡유회(亢龍有悔)는 ‘하늘 끝까지 올라가 내려올 줄 모르는 용은 후회할 때가 있다’는 뜻으로, 극히 존귀한 지위에 올라간 자가 겸손하지 못하면 반드시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적당한 곳에서 만족하지 않고 무작정 밀고 나가다가는 도리어 큰 실패를 가져온다는 것을 비유한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인 <주역>에는 용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잠룡(潛龍)은 연못이나 늪에 숨어 아직 승천하지 않은 용을 가리키며 높은 자리를 피해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이나 출세하기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몸을 낮추며 기다리는 영웅 등을 뜻한다. 현룡(見龍)은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와 능력을 발휘해 비상하려는 용(사람)을 이른다. 비룡(飛龍)은 뜻을 품고 하늘로 날아올라 치솟는 용을 말하며, 항룡(亢龍)은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내려올 것을 걱정하는, 하늘 끝까지 날아오른 용을 뜻한다. 잠룡은 우리나라에서도 대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다.

항룡유회(亢龍有悔)는 더 이상 전진하지 말고 겸손하고 자중하라는 말이다. 오를 대로 올랐으니 만족할 줄 알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긴다는 말이다. <주역>에는 잠룡물용(潛龍勿用)이라는 말도 있는데, 물속 깊이 있는 용이니 꼼짝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다. 주역은 모든 일에 때(時)를 중시한다.

신동열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신동열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겸손하기란 쉽지 않다. 권력이든 명예든 내려오는 길에서 탈이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토머스 머튼은 “자만심은 우리를 거짓되게 만들지만 겸손은 우리를 진실하게 만든다”라고 했다. 존 우드는 “재능은 신이 주는 것이기에 겸손해라. 명성은 사람이 주는 것이기에 감사해라. 자만심은 자신이 자신에게 주는 것이기에 조심하라”고 했다. 겸손하면 남들이 올려주는 게 세상 이치다. 그걸 알면서도 스스로 목을 빼다 화를 입는다. 높이 날았으면 내려올 줄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