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藥石之言 (약석지언)
▶한자풀이
藥: 약 약
石: 돌 석
之: 어조사 지
言: 말씀 언


약이나 침 같은 말이라는 뜻으로
사람의 잘못을 뉘우치고 고치게 하는 말
-<춘추좌씨전>

춘추전국시대 노나라에는 ‘삼환(三桓)’이라 불린 3대 권문세가가 있었다. 중손 씨(仲孫氏), 숙손 씨(叔孫氏), 계손 씨(季孫氏)였다. 그중 계손 씨 집안의 대부(大夫) 계무자라는 사람에게 적자(嫡子)는 없고 첩의 소생인 두 아들 공미(公彌)와 도자(悼子)가 있었다. 계무자는 장자인 공미보다 작은 아들인 도자를 후계자로 세우고 싶어 했다. 다수가 탐탁지 않아 했지만, 장무중(臧武仲)이 그 뜻을 지지해주었다. 사람들을 초대한 연회 자리에서 도자를 높이고 공미를 낮추어 도자를 계승자로 공인할 수 있게 도왔다. 장무중은 계무자의 신임을 얻었으나, 다른 대부인 맹장자(孟莊子)는 서자에 장자도 아닌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게 도운 장무중을 못마땅해했다.

맹장자가 죽어 장무중이 조문을 가 곡을 하는데 몹시 애통해했다. 시중드는 이가 물었다. “맹장자가 어르신을 싫어했는 데도 이렇게나 애통해하시네요. 계무자가 죽으면 어떻게 하시렵니까?” 장무중이 답했다.

“계무자가 나를 좋아한 것은 고통이 없는 질병과 같고, 맹장자가 나를 미워한 것은 병을 치료하는 약과 침과 같네. 아무리 고통이 없는 병이라도 고통이 따르는 약석만 못한 법이야. 약석은 나를 살리지만, 고통이 없는 병이라도 그 해독(害毒)이 심하다네. 맹장자가 죽었으니 내가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먼.”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아프지 않더라도 병은 나쁜 것이고, 치료할 때 아프더라도 약과 침은 몸에 좋은 것이다. 장무중은 자신을 싫어하는 맹장자를 거부하기보다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게 자극을 주는 처방약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였다. 맹장자가 죽은 것은 자신에게 약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 <춘추좌씨전>에 전해오는 이야기다. 약석지언(藥石之言)은 약이 되고 침이 되는 말을 이른다. 약석은 약제(藥劑)와 폄석(砭石)으로, 폄석은 돌로 만든 침(針)을 말한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양약고구(良藥苦口)와 뜻이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