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覆水不返 (복수불반)
▶한자풀이
覆: 엎을 복
水: 물 수
不: 아닐 불
返: 돌이킬 반


엎지른 물은 도로 담을 수 없다는 의미로,
한번 저지른 일은 돌이킬 수 없다는 뜻
- <야객총서>

서백(西伯)은 주나라를 세운 무왕(武王)의 아버지로, 후에 문왕(文王)이란 시호(諡號)를 받은 인물이다. 서백이 어느 날 황하의 큰 지류인 위수 쪽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강가에서 낚시질하고 있는 초라한 노인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서백은 노인의 식견에 깜짝 놀랐다. 그는 그저 그런 촌 늙은이가 아니라 학문이 깊은 탁월한 경륜가였다.

서백이 인연을 맺고 싶어 물었다. “어르신의 함자는 어찌 되시는지요?” “성은 강(姜)이고 이름은 여상(呂尙)이라 합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제가 스승으로 모셔야 할 분으로 생각됩니다. 잘 지도해주십시오.” “과분한 말씀입니다. 촌구석 민초(民草)가 무엇을 알겠소.”

강여상은 서백의 요청이 너무 간곡해 청을 받아들였다. 이 강여상이 ‘낚시질로 세월을 낚았다’는 강태공(姜太公)이다. 그는 서백의 스승이 되었다가 서백의 아들 발(發)의 스승까지 되었다. 발이 주나라를 세우자 재상을 지냈으며, 탁월한 식견으로 주나라의 기틀을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강여상은 형편이 궁색했다. 그런데도 집안일은 등한시한 채 책만 끼고 살았으므로, 아내 마씨(馬氏)는 참다못해 친정으로 가버렸다. 강여상이 출세하자 마씨가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했다. “용서해주세요. 친정으로 간 건 하도 배가 고파서였지, 당신이 싫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강여상이 곁에 있던 그릇의 물을 마당에 부으며 말했다. “이 물을 여기 도로 담아보구려.” 마씨가 당황했다. “아니, 엎지른 물을 어떻게 담으라는 거요?” 강여상이 말을 받았다. “그렇소. 한번 엎지른 물은 다시 그릇에 주워 담을 수 없고(覆水不返), 한번 집을 나간 여자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법이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남송 시대 왕무가 쓴 <야객총서>에 나오는 이야기로, 복수불반(覆水不返)은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