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一葉知秋 (일엽지추)
▶한자풀이一: 한 일 葉: 잎 엽 知: 알 지 秋: 가을 추나뭇잎 하나로 가을이 옴을 알다작은 일을 가지고 올 일을 미리 짐작함 -<회남자(淮南子)><회남자(淮南子)는 전한의 회남왕 유안(劉安)이 빈객들을 모아 편찬한 일종의 백과사전이다. 모두 21권으로 되어 있으며, <여씨춘추(呂氏春秋)>와 함께 제자백가 중 잡가(雜家)의 대표작이다.<회남자> 설산훈 편에는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밝히고, 나뭇잎 하나 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옴을 알고(一葉知秋), 병 속의 얼음을 보고서 세상이 추워졌음을 알 수 있노라”하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유래한 일엽지추(一葉知秋)는 낙엽 하나로 가을이 오는 것을 안다는 뜻으로, 작은 일로 장차 다가올 일을 미리 짐작한다는 말이다. 당나라 시에도 “산의 중은 여러 갑자년을 풀지 못하지만, 나뭇잎 하나가 지는 것으로 가을이 돌아왔음을 안다(山僧不解數甲子 一葉落知天下秋)”는 구절이 나온다.<논어>에 나오는 일이관지(一以貫之)도 함의가 비슷하다. 공자가 자공에게 물었다. “자공아, 너는 내가 많은 걸 배워서 그걸 안다고 생각하느냐?” 자공이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답하니 공자가 말했다. “아니다. 나는 하나의 이치를 꿰어서 알고 있느니라(一以貫之).” 이는 하나의 이치를 꿰면 나머지는 절로 따라온다는 뜻이다. 흔히 도가 깊은 스님은 방 안에 앉아서도 사계가 바뀌는 것을 안다고 했는데 일엽지추, 일이관지와 뜻이 하나로 이어진다.통찰은 작은 조짐으로 큰 변화를 읽을 줄 아는 힘이다. 지식과 경험, 사유가 어우러져 통찰력을 키운다. “어리석은 사람은 당해봐도 모르고, 보통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愛及屋烏 (애급옥오)
▶한자풀이 愛: 사랑 애 及: 미칠 급 屋: 집 옥 烏: 까마귀 오사랑이 집 위의 까마귀에까지 미친다누군가를 좋아하면 모든 것이 이뻐 보임 -<상서대전(尙書大傳)>고대 중국 상나라 말기 사치스럽고 방탕한 주(紂)임금이 정사를 돌보지 않자 서쪽의 희발(發)이 여러 제후와 부족을 규합해 상나라를 공격했다. 전쟁에 패한 주왕의 자살로 상나라는 멸망하고 희발이 무왕(武王)에 등극하면서 주(周)왕조가 시작되었다. 상나라의 유민과 주임금의 옛 신하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된 무왕이 대신들을 불러 논의했다.“상나라의 수도였던 은(殷)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소?”먼저 강태공(姜太公)이 말했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면 그 지붕 위의 까마귀까지 좋아하기 마련이고, 어떤 사람을 싫어하면 담벼락 모서리까지 미워지는 법입니다(愛人者兼其屋上之烏 不愛人者及其胥餘).” 무왕은 모두를 엄벌해야 한다는 강태공의 생각이 탐탁지 않았다. 소공(召公)이 말했다. “죄가 있는 사람은 죽이고 죄가 없는 사람은 살려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무왕은 이 또한 옳지 않다고 여겼다. 주공(周公)이 말했다. “그들이 예전부터 하던 생활을 그대로 이어가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원래 살던 집에서 그대로 살게 하고, 원래 하던 일을 그대로 하게 하면 됩니다. 큰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어질고 덕 있는 사람을 많이 기용하면 나라를 평온히 다스릴 수 있을 것입니다.”무광은 주공의 말을 옳다고 여겨 주왕의 아들 무경을 은에 머무르게 하고 주왕의 이복형인 미자계에게 상나라 제사를 계승하도록 하는 등 상나라의 백성을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割席分坐 (할석분좌)
▶한자풀이割: 벨 할 席: 자리 석 分: 나눌 분 坐: 앉을 좌자리를 잘라서 앉은 곳을 나누다친구과 절교함을 이르는 말 -<세설신어(世說新語)>관영(管寗)과 화흠(華歆)은 중국 한나라 말기에 어려서부터 함께 공부한 친구였는데, 처세나 성품이 서로 매우 달랐다. 관영은 학문을 닦는 데 힘쓰고 부귀영화를 부러워하지 않았으나, 화흠은 언행이 가볍고 부귀영화를 흠모했다.한 번은 두 사람이 함께 채소밭에서 김을 매는 데 땅속에서 금 조각이 나왔다. 관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호미질을 계속했지만, 화흠은 그 금 조각을 들고 나가 다 써버렸다. 어느 날은 둘이 함께 글을 읽고 있었는데 집 앞으로 고위 관리의 수레 행렬이 지나갔다. 관영은 전과 다름없이 책을 읽었지만, 화흠은 밖으로 나가 한참을 구경하고 나서야 돌아와 그 행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벌리면서 부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관영은 이런 화흠의 태도에 화가 나서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있던 자리를 칼로 잘라 버리고는 “너는 이제부터 내 친구가 아니다(寗割席分坐曰 子非吾友也)”라고 했다. 나중에 화흠은 오나라 손책의 휘하에 있다가 위나라 조조에게 귀순해 한나라를 찬탈하는 일을 도왔다. 관영은 위나라에서 내린 벼슬을 끝내 고사했다. 이 고사는 <세설신어(世說新語)> 덕행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세설신어>는 중국 남북조시대 송나라 출신의 유의경이 후한 말부터 동진까지의 문인, 학자, 승려, 부녀자, 제왕 등의 일화를 모아 편찬한 책이다. 이 고사에서 유래한 할석분좌(割席分坐)는 ‘자리를 잘라서 앉은 자리를 나눈다’는 뜻으로 친구와 절교함을 이르는 말이다. 할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函谷鷄鳴 (함곡계명)
▶한자풀이函: 지닐 함 谷: 골 곡 鷄: 닭 계 鳴: 울 명'함곡관의 닭 울음소리'라는 뜻으로비굴하게 남을 속이는 하찮은 재주 -<사기(史記)>제나라 맹상군(孟嘗君)은 전국시대 사군자 중 가장 앞 시대 인물이다. 제나라 위왕의 막내아들인 정곽군 전영의 서자로 태어났다. 전영은 사람 보는 안목이 좋았으나 정작 자기 아들 맹상군 전문의 능력은 알아보지 못했다. 전문이 천첩(賤妾)의 자식인 데다 하필이면 5월 5일에 태어나 재수가 없다며 아이를 내다 버리라고 명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을 몰래 길러 장성하자 전영에게 데려갔다. 전문이 아버지에게 물었다.“어째서 저를 버리려 하십니까?” “속설에 5월 5일에 태어난 아이는 문설주만큼 자라면 아비를 죽인다고 하지 않더냐.” “그럼 사람 목숨이 하늘이 아니라 문설주에게서 받은 것입니까? 설령 문설주에게서 받았더라도 문설주를 계속 높이면 그만 아닙니까.”맹상군은 인심이 후해 갖가지 재주 있는 식객이 많았다. 어느 날 진나라 소왕(昭王)의 부름을 받아 여우 겨드랑이 쪽 흰 털이 있는 부분의 가죽으로 만든 갖옷인 호백구를 선물했다. 소왕은 맹상군을 주요 관직에 임명하려 했지만 왕의 신임을 잃을까 염려한 신하들의 반발로 좌절되었다. 신하들은 맹상군을 죽여야 진나라에 후환이 없다고 감언이설로 소왕에게 간했다. 음모를 알아차린 맹상군이 소왕의 애첩 총희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호백구를 가져오면 청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개 흉내로 도둑질에 능한 자가 왕에게 바친 호백구를 훔쳐 와 총희에게 주었고, 그녀의 간청으로 맹상군은 석방되었다. 궁을 빠져나와 밤중에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多言數窮 (다언삭궁)
▶한자풀이 多: 많을 다 言: 말씀 언 數: 자주 삭 窮: 다할 궁말이 많으면 자주 궁해진다입이 가벼우면 자주 곤란에 처함-<도덕경><도덕경>은 노자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도가(道家)를 대표하는 경전이다. 총 81장으로 구성되며 처세의 지혜와 인생길을 밝혀주는 문구가 가득하다.경전에는 여러 장에 걸쳐 말을 경계하는 구절이 나온다. 5장에는 “말이 많을수록 자주 궁색해지니 중심을 지키는 것만 못하다(多言數窮 不如守中)”라고 했고, 23장에는 “말을 적게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希言自然)”고 했다. 5장에는 “천지는 인하지 않다. 만물을 모두 풀강아지로 여긴다. 성인은 인하지 않다. 백성을 모두 풀강아지로 여긴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천지 만물의 변화는 누구의 개입이나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내뱉는 말이 많으면 자연스러운 과정에 부자연스러운 개입이 될 수 있고, 이는 곧 위기나 화를 자초한다는 것이다.다언삭궁(多言數窮)은 노자의 이런 생각을 반영한 말로, 말이 많으면 자주 궁해진다는 뜻이다. 궁해진다 함은 곤란하고 난처한 상황에 부닥침을 이른다. 말을 많이 해 자칫 화를 초래하는 것보다 침묵으로 내면의 중심을 지키라는 말이다. 흔히 셀 수로 쓰이는 수(數)가 여기서는 ‘자주’라는 뜻으로 사용하며, ‘삭’으로 읽는다. 입은 복을 부르는 입구(口)이자 화를 부르는 입구다. 세상 다툼의 대다수는 입에서 비롯한다. 우리말 속담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도 함의가 비슷하다.공자도 “먹음에 배부름을 구하지 않고 거처함에 편안함을 구하지 않으며, 일에는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前倨後恭 (전거후공)
▶한자풀이前: 앞 전 倨: 오만할 거 後: 뒤 후 恭: 공손할 공이전에는 거만하다 후에는 공손하다상대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것을 비유-<사기(史記)>소진(蘇秦)은 뤄양(洛陽) 사람이다. 제나라 귀곡자(鬼谷子)에게서 학문을 배우고 곤궁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오자 형제와 집안 식구들이 그를 비웃었다.“주(周)나라는 농업을 주로 하고, 상공업에 진력해 2할의 이익을 올리기에 힘쓰는 데 본업을 버리고 혀를 놀리는 일에만 몰두했으니 곤궁한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소진이 이 말을 듣고 부끄럽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방문을 닫고 틀어박혔다. 그러던 중 주서(周書)의 음부(陰符)를 탐독하고, 1년이 지나니 남의 속내를 알아내는 술법을 생각해내었다. 이제는 군주를 설득할 수 있다고 자신한 그는 연(燕)나라와 조(趙)나라로 가서 제(齊), 초(楚), 위(魏), 한(韓)의 여섯 나라가 연합하여 진나라에 대항하는 합종책(合從策)을 건의했다. 여섯 나라는 소진의 뜻에 따라 합종의 맹약을 맺었고, 소진은 합종을 성사시킨 공으로 여섯 나라의 재상을 겸했다.소진이 북쪽의 조왕에게 경위를 보고하기 위해 가는 도중 낙양을 통과했다. 소진을 따르는 일행의 행렬은 임금에 비길 만큼 성대했다. 주나라의 현왕(顯王)은 이 소식을 듣고 도로를 청소하고 사자를 교외에까지 보내 위로하게 했다. 소진의 형제, 처, 형수는 곁눈으로 볼 뿐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소진이 웃으며 형수에게 말했다.“전에는 그렇게 거만하더니 지금은 이렇게도 공손하니 웬일입니까?”형수가 넙죽 엎드려서 얼굴을 땅에 대고 사과했다.“계자의 지위가 높고 재산이 많기 때문입니다.”소진이 탄식하며 말했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藏頭露尾 (장두노미)
▶한자풀이藏: 감출 장 頭: 머리 두 露: 드러낼 노 尾: 꼬리 미머리는 숨겼으나 꼬리는 드러나 있다진실을 숨겨도 거짓의 꼬투리가 보인다는 뜻 - <점강순·번귀거래사>원나라의 문인 장가구(張可久)가 지은 산곡(散曲) <점강순·번귀거래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일찌감치 관직에서 물러나 세속의 시비를 멀리하고 머리만 감추고 꼬리를 드러내는 일은 덜어보려 하네(早休官棄職 遠紅塵是非 省藏頭露尾).”이 구절에서 유래한 장두노미(藏頭露尾)는 머리는 숨겼으나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뜻으로, 진실을 숨기고 감추려 해도 거짓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같은 시기에 왕엽(王曄)이 지은 잡극(雜劇) <도화녀(桃花女)>에도 장두노미가 나온다. 무슨 일이든 흔적 없이 감추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원래 뜻은 쫓기던 타조가 덤불 속에 머리를 처박고 숨으려 하지만 몸 전체를 가리지는 못하고 꼬리를 드러낸 모습을 형용하는 말에서 비롯됐다. 진실을 숨기려 하지만 거짓이 이미 드러나 보이거나 진실을 감추려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비유한다. “꿩은 머리만 풀에 감춘다”는 우리말 속담과 함의가 같다. 몸통을 감추고 그림자마저 감춘다는 장형닉영(藏形匿影)도 뜻이 같다. 장두치(藏頭雉)는 ‘머리를 감추는 꿩’이라는 뜻으로, 머리를 처박으면 자기가 보이지 않으므로 온몸을 숨겼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한다.거짓과 관련된 사자성어도 많다. 허전장령(虛傳將令)은 ‘장수의 명령을 거짓으로 꾸며서 전하다’는 뜻으로, 윗사람의 명령을 거짓으로 바꿔서 전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전와(以訛傳訛)는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伐齊爲名 (벌제위명)
▶한자풀이伐: 칠 벌齊: 엄숙할 제爲: 할 위名: 이름 명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딴짓함명분은 그럴듯해도 실속이 없음도 비유- <사기(史記)>전국시대 연나라의 장수 악의(樂毅)가 제나라를 공격했다. 지략이 뛰어난 제나라 장군 전단(田單)이 이간계를 썼다.“악의가 제나라를 정벌한 후에는 제나라의 왕이 되려고 한다.”연왕(燕王)이 전단의 반간(反間, 이간질)에 넘어가 제나라 정벌을 멈추게 하고 악의를 연나라로 불러들였다. 군주가 귀가 얇고 의심이 많으면 이간질에 쉽게 넘어가는 법이다. 전단은 악의에게도 “연왕이 당신을 의심하고 있다”고 이간질했다. 악의가 물러난 뒤에는 또 다른 계책으로 연나라 군사들을 혼란에 빠뜨려 빼앗긴 성들을 모두 회복했다. <사기> 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여기서 유래한 벌제위명(伐齊爲名)은 겉으로는 무언가를 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딴생각을 품거나 딴짓을 하는 것을 이른다. 제나라를 정벌하면서(伐齊) 명분만 있을 뿐(爲名), 사실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명분은 그럴듯하게 내세우나 실속이 없음을 비유하기도 한다. 명(名)은 일을 도모할 때 앞세우는 구실이나 이유다. 명분(名分)의 줄임말인 셈이다.겉과 속이 다르다는 표리부동(表裏不同),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양두구육(羊頭狗肉), 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등을 돌린다는 면종복배(面從腹背), 입에는 꿀을 바르고 뱃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는 구밀복검(口蜜腹劍), 겉으로는 명령을 받드는 체하면서 물러가서는 배반한다는 양봉음위(陽奉陰違)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뜻이 비슷하다. 안팎이 같다는 표리일체(表裏一體)와는 뜻이 반대다.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