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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賊反荷杖 (적반하장)

    ▶한자풀이賊: 도둑 적      反: 되돌릴 반      荷: 멜 하      杖: 몽둥이 장'도둑이 되레 매를 든다'는 뜻으로잘못한 사람이 잘한 사람을 나무람     - <순오지(旬五志)>적반하장(賊反荷杖)은 ‘도둑이 되레 매를 든다’는 뜻이다.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것을 꼬집는 말이다.조선 인조 때의 학자이자 시평가 홍만종(洪萬宗)의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적반하장에 대한 풀이가 나온다. “적반하장은 도리를 어긴 사람이 오히려 스스로 성내면서 업신여기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賊反荷杖以比理屈者反自陵轢).”적반하장은 잘못한 사람이 잘못을 빌거나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을 내면서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것을 이른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 ‘문비(門裨)를 거꾸로 붙이고 환쟁이만 나무란다’ ‘소경이 개천 나무란다’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 내 봇짐 내놓으라 한다’ 등 적반하장을 뜻하는 우리 말 속담도 여럿 있다. 문비는 초하룻날 악귀를 쫓는 뜻으로 대문에 붙이는 신장(神將) 그림이다.주인과 손님이 서로 바뀌어 손님이 되레 주인 행세를 한다는 주객전도(主客顚倒)도 적반하장과 뜻이 같다. 객반위주(客反爲主)로도 쓰며, 사물의 대소(大小)나 경중(輕重), 전후(前後)가 뒤바뀐 것을 이르기도 한다. 우리말에 ‘되술래잡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또한 범인이 순라군을 잡는다는 뜻으로, 잘못을 빌어야 할 사람이 되레 남을 나무라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술래잡기는 ‘순라(巡邏)’가 도둑을 잡는 데서 유래한 우리의 전통놀이다.“적반하장도 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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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上善若水 (상선약수)

    ▶한자풀이上: 윗 상善: 좋을 선若: 같을 약水: 물 수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물의 성질을 이상적 경지로 삼음- <도덕경(道德經)>중국 철학의 두 주류는 유가(儒家)와 도가(道家)다.공자 맹자 순자로 대표되는 유가는 인의예지(仁義禮智)가 바탕이고, 노자 장자 열자로 대표되는 도가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이 근간이다. 무위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삶의 태도를 이른다. 무리해서 무엇을 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한 대로 사는 삶이다.“학문을 하면 날로 보태는 것이고, 도(道)를 하면 날로 덜어내는 것이다. 덜고 또 덜어서 함이 없음(無爲)에 이르면 함이 없으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 노자의 이 말에는 도가 사상이 온전히 스며 있다. 자연을 거스르는 인위(人爲)를 짓지 않으면 만사가 잘 다스려진다는 뜻이다. “배우고 익히라”는 공자의 말과 결이 다르다. 유가는 인의예지를 쌓아서 세상을 다스리고, 도가는 인위를 덜어서 세상을 넓게 품는다.도가에서 물은 상징성이 크다.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는 데 뛰어나지만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이다.상선약수(上善若水)는 ‘물은 최고의 선(善)’이라는 뜻으로, 도가는 만물을 이롭게 하는 물의 성질을 이상적인 경지로 삼는다. 물은 만물에 생기를 주는 자양분이다. 순리대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막히면 돌아가고, 기꺼이 낮은 곳에 머문다.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고,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나다. 다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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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簞食瓢飮 (단사표음)

    ▶한자풀이簞: 대광주리 단  食: 밥 사  瓢: 표주박 표  飮: 마실 음한 소쿠리의 밥과 표주박의 물매우 소박한 생활을 비유하는 말          - <논어(論語)>공자는 평생 3000여 명의 제자를 둔 것으로 전해진다. 공문십철(孔門十哲)은 그중 뛰어난 열 명의 제자로, 안회(顔回)·민자건(閔子騫)·염백우(伯牛)·중궁(仲弓)·재아(宰我)·자공(子貢)·염유(有)·계로(季路)·자유(子遊)·자하(子夏)를 가리킨다.자공이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聞一知十)”며 부러워한 인물이 바로 안회다. 하지만 그는 너무 가난해 끼니 거르기를 밥 먹듯 했고, 평생 지게미조차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배움은 놓지 않았다. 공자가 이런 안회를 칭찬했다.“어질도다, 안회여. 한 소쿠리의 밥과 한 표주박(簞食瓢飮)의 물로 누추한 곳에 거처하며 산다면, 다른 사람은 그 근심을 견뎌내지 못하거늘 안회는 즐거움을 잃지 않는구나. 어질도다, 안회여.” 가난에도 학문의 즐거움을 잃지 않는 안회를 두 번씩이나 ‘어질다’고 한 것이다. <논어(論語)> 옹야편에 나오는 얘기다.단사표음(簞食瓢飮)은 소쿠리의 밥과 표주박의 물이라는 뜻으로, 아주 소박한 생활을 이른다. 초야에 묻혀 사는 은사들의 생활 표상이 된 말이기도 하다. 소쿠리와 표주박, 그리고 누추한 거리를 뜻하는 단표누항(簞瓢陋巷)도 함의가 같다.고대 중국은 청빈(淸貧)을 덕목으로 여겨 관련된 한자성어가 많다. 안분지족(安分知足) 안분낙도(安貧樂道) 청빈낙도(淸貧樂道)는 자신의 분수나 처지를 이해하고 만족한다는 말이다. 삼순, 곧 한 달에 아홉 번 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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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묵자흑 (近墨者黑)

    ▶한자풀이近: 가까울 근墨: 먹 묵者: 놈 자黑: 검을 흑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주위 환경에 따라 변함을 비유   - <태자소부잠(太子少傅箴)>어울리면 서로 닮는다. 그러니 친구를 보면 그가 누군지를 안다.진(晉)나라 학자 부현(傅玄)이 편찬한 잠언집 <태자소부잠(太子少傅箴)>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무릇 쇠와 나무는 일정한 형상이 없어 겉 틀에 따라 모나게도 되고 둥글게도 된다. 또 틀을 잡아주는 도지개에 따라 습관과 성질이 길러진다. 이런 까닭으로 주사(朱砂)를 가까이하면 붉게 되고, 먹을 가까이하면 검게 된다(故近朱者赤 近墨者黑). 소리가 조화로우면 울림이 맑고, 형태가 곧으면 그림자 역시 곧다.”근묵자흑(近墨者黑)은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말이다. 백로가 까마귀와 어울리면 안 되는 이치를 깨우쳐주는 한자성어다. 맹자가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孟母三遷)과도 뜻이 맞닿는다. 모두 주위 환경의 중요성을 이르는 말이다.마중지봉(麻中之蓬)은 삼밭에 나는 쑥이라는 뜻으로, 구부러진 쑥도 삼밭에 나면 꼿꼿하게 자라듯이 좋은 벗을 사귀면 절로 선인이 됨을 비유한다. 귤화위지(橘化爲枳) 역시 강남에 심은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듯, 사람도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비유한다.“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白鷺)야 가지 마라. 성난 까마귀 흰빛을 새올세라. 청강(淸江)에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고려 말 정몽주 어머니 영천 이씨가 쓴 시조로, 간신과 소인배들의 다툼에 충신이 물들까 염려하는 글이다. 새오다는 질투하다란 뜻으로, 권력에 눈먼 간신들이 충심을 시기하고 이간질한다는 의미다.유유상종(類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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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同床異夢 (동상이몽)

    ▶한자풀이同: 같을 동床: 침상 상異: 다를 이夢: 꿈 몽같은 잠자리에서 다른 꿈을 꾸다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함을 이름   - 남송(南宋)의 학자 진량(陳亮)<201>중국 역사에서 춘추전국시대는 혼란기였다. 주(周) 왕실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제후국들은 합종연횡(合從連橫)을 거듭했다. 힘이 약하면 뭉치고, 힘이 강해지면 어제의 동맹을 먹이로 삼는 걸 서슴지 않았다. 공자 맹자가 인(仁)과 덕(德)을 주창한 배경이며, 오늘날에도 합종연횡에서 음모적 색채가 짙게 배어나는 이유다.동상이몽(同床異夢)은 같은 잠자리에서 다른 꿈을 꾼다는 말이다. 겉으로는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이른다. 남송(南宋)의 학자 진량(陳亮)이 처음 사용한 말로 전해온다.상(床)은 평상 또는 잠자리를 가리킨다. 예로부터 침대를 써온 중국에서는 나무로 다리를 세우고 그 위에 널빤지를 얹혀 잠자리로 썼는데, 이게 상이다. 온돌 문화인 우리나라에서는 방바닥 잠자리가 상인 셈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기상(起床)이라 하고, 병자가 앓아누운 자리를 병상(病床)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동상이몽은 동상각몽(同床各夢)으로도 쓴다.면종복배(面從腹背)는 겉으로는 복종하지만 속에는 딴마음을 품고 있음을 이른다. 우리 속담 ‘앞에서 꼬리치는 개가 뒤에서 발뒤꿈치 문다’와 뜻이 같다. 입에는 꿀이 있고 배에는 칼이 있다는 구밀복검(口蜜腹劍), 마음이 음흉해 겉과 속이 다르다는 표리부동(表裏不同)도 면종복배와 뜻이 겹친다.공자의 동이불화(同而不和)는 소인(小人)의 사귐을 이르는 말이다. 겉으로는 화(和)하고 동(同)하는 듯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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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因果應報 (인과응보)

    ▶한자풀이 因: 원인 인果: 결과 과應: 응할 응報: 갚을 보행한 대로 대가를 받는다결과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음 -《대당자은사삼장법사전(大唐慈恩寺三藏法師傳)》‘선(善)을 쌓는 집에는 경사로움이 있다.’<역경>에 나오는 말로, 행한 대로 그 대가를 받는다는 뜻이다. 선행에는 좋은 결과가, 악행에는 나쁜 결과가 따른다는 말이다.인과응보(因果應報)는 불교 용어로 <역경>에 나오는 위 구절과 뜻이 오롯이 맞닿는다. 씨를 뿌려야 곡식을 거두고, 그물을 쳐야 물고기를 잡는 이치다. 업(業)은 미래 선악의 원인이 되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으로, 불교 윤회(輪廻)사상의 바탕이 되는 개념이다. 과보(果報)는 과거에 지은 선악업(善惡業)에 의해 현재 받고 있는 결과로, 이숙과(異熟果)와 뜻이 같다. 인과응보라는 말은 <대당자은사삼장법사전(大唐慈恩寺三藏法師傳)> 등에 나온다.불교는 선악(善惡)의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낙고(樂苦)의 결과가 있다고 한다. 윤회에 의하면 오늘의 나는 어제 누군가 행실의 열매이고, 내일 누군가의 씨앗이다. 인과응보는 일은 반드시 바른 곳으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 자기가 만든 새끼줄로 자기 자신을 묶는다는 자승자박(自繩自縛), 자신이 저지른 일의 결과를 자신이 감수한다는 자업자득(自業自得)과도 뜻이 같다.불교의 인과사상은 권선징악(勸善懲惡)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춘추(春秋)>의 문장은 간략해 보이지만 뜻이 다 담겨 있고, 사실을 서술하지만 뜻이 깊고, 완곡하지만 도리를 갖추었고, 사실을 다 기록하되 왜곡하지 않고, 악을 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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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浸潤之讒 (침윤지참)

    ▶한자풀이浸: 스며들 침潤: 젖을 윤之: 갈 지讒: 참소할 참물이 차츰 스며드는 것처럼깊이 믿도록 서서히 하는 참소   - <논어(論語)><논어(論語)> 안연편에는 공자와 자장의 대화가 나온다.자장(子張)이 공자에게 묻는다. “스승님, 어떤 것을 가리켜 밝다고 합니까?”공자가 답한다. “물이 스며들듯 하는 참소(浸潤之)와 피부로 직접 느끼는 호소(呼訴)가 행해지지 않으면 마음이 밝고, 또 생각이 멀다고 할 수 있느니라.”침윤지참(浸潤之)은 물이 차츰 배어들어 가듯이 남을 지속적으로 교묘히 헐뜯어서 곧이듣게 하는 참소(讒訴)다. 물이 수건에 스며들듯 점차 의심을 깊어지게 하는 참언으로, 아주 교활한 중상모략을 이른다. 침윤지언(浸潤之言)으로도 쓴다. 부수지소(膚受之)는 듣는 사람의 피부를 송곳으로 찌르듯 강하게 와닿는 참소를 뜻한다. 공자는 은근하게든 노골적이든 참소에 혹하지 않는 것을 ‘밝다’고 한 것이다.참소는 남을 헐뜯어 없는 죄도 있는 것처럼 윗사람에게 고해바치는 것을 이른다. 중국 당대의 최고 시인 두보(杜甫)는 “봄이 지나 망종(芒種) 후에도 백설조가 울면 임금 곁에 참소하는 자가 있다”고 했다. 백설조가 울지 않아도 권력 주변에는 언제나 음모가 기웃댄다. 간신이 충신의 가면을 쓰고 군주의 마음에 의심을 심는다.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 거짓도 여러 번 되풀이하면 참인 것처럼 들리고, 참소도 여럿이 입을 모으면 대역죄가 된다. 적훼소골(積毁銷骨). 여럿이 헐뜯어 비방하면 굳은 뼈라도 녹는다. 차츰 스며드는 게 더 혹한다. 조금씩 커지는 의심이 더 무섭다.공자는 “그럴듯하게 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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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見蚊拔劍 (견문발검)

    ▶한자풀이見: 볼 견蚊: 모기 문拔: 뽑을 발劍: 칼 검모기를 보고 칼을 뽑아든다사소한 일에 과민하게 대응함   - <위략(魏略)><위략(魏略)>은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위나라 사람 어환(魚)이 지은 이 책 ‘기리전’에는 한 노인의 얘기가 전해온다.조조에게 인정받아 대사농(大司農: 재정을 담당하는 관리)까지 지낸 왕사(王思)라는 사람이 있었다. 노년에는 성질 고약한 고집불통으로 변해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는 탓에 ‘가혹한 관리(苛吏)’로 불렸다. 성미가 급해서 글을 쓰는 데 파리(蠅)가 붓끝에 앉자 두세 번 쫓은 뒤 또 날아오니 화를 내며 일어나 쫓아냈고, 그래도 다시 오자 붓을 땅에 던지고 밟아 망가뜨렸다.이 고사는 조선에도 전해졌다. 세종의 명으로 만들어진 <운부군옥>을 비롯해 19세기 <송남잡지> <이담속찬> 등의 사전류와 속담집에도 나온다. 다만 왕사의 고사를 밝히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모기를 쫓아내느라 칼을 뽑아 든다’는 견문발검(見蚊拔劍)으로 바뀌었다. 별것 아닌 일에 화를 내거나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대응하는 것, 작은 일을 하는 데 지나치게 큰 수단을 쓰는 것 등을 비유한다. 노승발검(怒蠅拔劍)으로도 쓴다.견문발검은 <논어>에 나오는 우도할계(牛刀割鷄)와 뜻이 닿는다. 우도할계는 닭을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다는 의미로, 작은 일을 처리하는 데 지나치게 큰 수단을 사용함을 빗댄 말이다. 공자가 제자 자유(子遊)가 다스리는 무성에 와 보니 마을 곳곳에서 거문고 소리에 맞춰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유가 예악(禮樂)으로 그곳 백성들을 교화하는 것을 본 공자가 흐뭇한 마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