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進寸退尺 (진촌퇴척)
▶한자풀이
進: 나아갈 진
寸: 마디 촌
退: 물러날 퇴
尺: 자 척


한 치를 나아가고 한 자를 물러나다
얻은 것은 적고 잃은 것은 많음을 비유
-<도덕경>

도가(道家) 사상을 집대성한 <도덕경> 제69장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용병의 방법에 ‘내가 감히 주체가 되려 하지 않고 객체가 되며, 감히 한 치를 나아가지 않고 한 자를 물러선다(進寸退尺)’라는 말이 있다. 이것을 일러 행하되 행하지 않는 것처럼 하고, 팔을 휘두르되 팔을 들지 않은 것처럼 하고, 적과 대치하되 적을 공격하지 않는 것처럼 하고, 무기를 잡고 있되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한다는 것이다. 적을 가벼이 여기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이 없으니, 가벼이 여기면 나의 보배를 잃게 된다. 그러므로 거병하여 서로 항거할 때는 슬퍼하는 자가 승리한다.”

여기에서 유래한 진촌퇴척(進寸退尺)은 한 치를 나아가고 한 자를 물러선다는 뜻으로, 얻은 것은 적고 손실은 큰 경우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흔히 말하는 “득보다 실이 크다”와 의미가 같다. 치(寸)는 길이의 단위로, 한 치는 약 3.3cm에 해당한다. 한 자(尺)는 열 치이므로 약 33cm에 해당한다. 동일한 의미로 촌진척퇴(寸進尺退)가 있다.

당나라 학자 한유(韓愈)가 쓴 <상병부이시랑서(上兵部李侍郞書)> 서두에도 같은 구절이 나온다.

“운수가 희박하고 행운이 따르지 않아서 움직이면 참언과 비방을 당하여 한 치를 나아가고 한 자를 물러섰으니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薄命不幸 動遭讒謗 進寸退尺 卒無所成)”라는 내용이다.

이 글은 한유가 유배 생활을 마친 뒤 다시 조정에 중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병부시랑 이손(李巽)에게 스스로를 추천하며 보낸 편지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진촌퇴척이 나오는 위 <도덕경> 문구는 노자의 정언약반(正言若反) 어법을 잘 보여준다. 정언약반은 진실은 언뜻 들으면 가짜처럼 들린다는 뜻이다. “빛나도 눈부시지 마라” “곧아도 찌르지 마라” “진짜 큰소리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