拂: 떨칠 불
鬚: 수염 수
塵: 먼지 진
수염에 붙은 티끌을 털어 준다는 뜻으로
정도에 지나치게 아부하는 것을 비꼬는 말
-<송사(宋史)>불수진
송(宋)나라 건국 후 한창 국운이 절정에 달하던 4대 인종(仁宗) 때였다. 구준(寇俊)이라는 재상이 있었는데, 그는 강직하고 공명정대한 일 처리로 임금을 비롯해 조정 대신의 신망을 한 몸에 받았다. 또한 사방에서 학문이 높거나 유능한 인재를 다수 발굴해 직책을 부여함으로써 국정이 잘 돌아가도록 했다. 종2품인 참정(參政) 정위(丁謂)도 그중 한 사람이니, 정위에게 구준은 큰 은인인 셈이다.
어느 날 대신들이 모여 회식을 했는데, 구준이 음식을 먹다가 긴 수염에 음식 찌꺼기가 조금 묻었다. 몇 사람 건너 앉아 있던 정위는 구준의 모양새를 보기가 민망했다. 본인은 수염이 더러워진 줄도 모르고, 주위 사람들은 상대가 상대인지라 못 본 척 외면하고 있었다. 사정이 딱하다고 생각한 정위는 슬그머니 구준에게 다가가 자기 소맷자락으로 수염에 붙은 음식 찌꺼기를 공손히 닦아주었다. 비로소 상황을 알아차린 구준은 우스갯소리를 했다.
“허허, 나라의 중신인 참정쯤 되는 사람이 어찌 남의 수염에 붙은 티끌을 털어주는 하찮은 일을 하오?”
구준은 자신의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농담 삼아 한 소리였다. 하지만 정위는 얼굴이 새빨개졌고, 존경하는 은인에 대한 호의적 배려로 한 일이 아첨이 되어 더할 수 없는 창피를 당했다고 생각해 고개를 숙인 채 도망치듯 물러가고 말았다. 중국 이십사사 중 하나로, 북송과 남송의 약 320년에 걸친 장대한 역사를 기록한 기전체 정사인 <송사(宋史)>에 나오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나오는 불수진(拂鬚塵)은 수염에 붙은 티끌을 털어준다는 뜻으로, 정도에 지나치게 아부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畵虎類狗 (화호유구)](https://img.hankyung.com/photo/202511/01.42517333.3.jpg)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閹然媚世 (엄연미세)](https://img.hankyung.com/photo/202511/01.42450798.3.jpg)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藥石之言 (약석지언)](https://img.hankyung.com/photo/202511/01.42380312.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