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甕裏醯鷄 (옹리혜계)
▶한자풀이
甕: 항아리 옹
裏: 속 리
醯: 식혜 혜
鷄: 닭 계


항아리 속에서 태어난 초파리라는 뜻으로
식견이 좁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것을 비유
-<장자>

옹리혜계(甕裏醯鷄)는 ‘항아리 속의 초파리’라는 뜻으로 식견이 좁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항아리 속에서 태어난 초파리가 그 안을 하늘로 여기는 것처럼 생각이나 앎이 좁고 편향됨을 비유한다.

출전은 <장자> 전자방이다. 전자방 3장에는 공자가 노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큰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자가 가장 신임한 제자 안회가 노자와의 만남이 어떠했는지를 묻자 공자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도(道)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항아리 속 초파리의 수준일 뿐이었다. 노담(老聃: 노자) 선생이 항아리 뚜껑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하늘과 땅의 위대함과 완전함에 대해서 알지 못했을 것이다(丘之於道也 其猶醯鷄與 微夫子之發吾覆也 吾不知天地之大全也).”

2장에서는 남쪽 나라의 현인인 온백설자(溫伯雪子)가 공자가 예의에는 밝아도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는 서툴다면서 유가(儒家)의 형식주의를 비판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의 비판이 무색할 정도로 공자의 그릇이 얼마나 큰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식견의 좁음을 비유하는 사자성어는 많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은 연못에 사는 도롱뇽이라는 뜻의 척택지예(尺澤之鯢), 변방의 작은 나라일 뿐인 야랑(夜郞)이 스스로를 크다고 여겼다는 뜻의 야랑자대(夜郞自大), 우물 안 개구리라는 뜻의 정저지와(井底之蛙)도 뜻이 유사하다. 우물 속에 앉아서 하늘을 본다는 뜻의 좌정관천(坐井觀天) 정중관천(井中觀天), 대롱 구멍으로 하늘을 본다는 뜻의 관중지천(管中之天) 이관규천(以管窺天), 대롱 구멍으로 표범을 본다는 뜻의 관중규표(管中窺豹), 대롱 구멍으로 하늘을 엿보고 송곳을 땅에 꽂아 대지의 깊이를 측량한다는 뜻의 관규추지(管窺錐指)도 식견이 좁음을 이르는 말이다. 여름 한 철만 사는 매미는 겨울에 내리는 눈을 모른다는 뜻의 선부지설(蟬不知雪)도 의미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