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不食周粟 (불식주속)
▶한자풀이
不: 아닐 불
食: 밥 식
周: 주나라 주
粟: 조 속


주나라 곡식은 먹지 않는다는 뜻으로
국가나 왕에 대한 충절과 지조를 비유
-<사기>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고죽국의 후작인 묵태초의 아들이다. 백(伯)은 첫째라는 뜻이며, 이(夷)는 시호이고, 숙(叔)은 셋째라는 뜻이며, 제(齊)는 시호다. 이름은 각각 묵태윤·묵태치인데, 흔히 백이·숙제로 불린다.

묵태초는 삼남인 숙제에게 군주 자리를 물려주려고 했다. 아버지가 죽자 숙제는 군주 자리를 관례에 따라 장남인 백이에게 양보하려 했지만, 백이는 막내아우를 아낀 부친의 뜻이라며 극구 사양하고 나라 밖으로 피신했다. 이에 숙제도 셋째가 왕위에 오르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며 도망쳐 결국 둘째인 아빙이 왕이 되었다.

고죽국을 떠난 백이와 숙제는 왕으로 추존될 주나라의 서백(西伯)이 어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으나 이미 세상을 뜬 뒤였다. 백이와 숙제는 서백의 아들 무왕이 부친의 상중에 주왕(紂王) 정벌에 나서는 것을 보고 경악해 “주나라는 상나라의 신하 국가인데 신하가 어찌 임금을 주살할 수 있느냐”라며 무왕 수레의 말고삐를 잡은 채 막아서며 만류했다. 무왕이 분노했지만 강태공이 “이들은 의인이니 죽여서는 안 된다”고 변호해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다.

무왕의 주나라가 강성해지자 백이·숙제 형제는 주나라 백성이 되는 게 부끄럽다며 수양산에 은거, 나물을 캐 먹으며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누군가가 “수양산도 주나라 땅이 아니냐”라고 하자 고사리조차 먹지 않고 굶어 죽었다는 야사도 전해온다. <사기> 백이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로 본기는 스토리가 조금 다르다. 여기에서 유래한 불식주속(不食周粟)은 주나라 곡식은 먹지 않는다는 뜻으로, 국가나 왕에 대한 충절과 지조를 비유하는 말이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참고로 백이·숙제를 보는 시선은 다르다. 중국의 문호 루쉰(魯迅)은 이들 형제를 유교적 위선자라고 극렬히 비난한 반면, <사기>를 지은 사마천은 “폭력으로 폭력을 대신했지만 그 부당함을 아는 이가 없다”며 백이와 숙제를 칭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