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知足知止 (지족지지)
▶한자풀이
知: 알 지
足: 족할 족, 발 족
知: 알 지
止: 그칠 지


분수를 지켜 너무 탐내지 않고
분에 맞춰 그칠 줄 아는 것을 이름
-<도덕경>지족지지

유가(儒家)와 도가(道家)는 처세나 사유의 방향이 다르다. 유가는 선현의 말씀을 따르라 하고, 도가는 자신의 이름으로 살라 한다. 유가는 배우고 닦아서 선현의 경지에 닿으라 하고, 도가는 자연의 이치를 깨우쳐 넓게 품으라 한다.

도가 사상이 응축되어 담겨 있는 <도덕경> 44장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스스로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분에 맞게 머물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언제까지나 편안할 수 있다(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도가적 마음가짐과 처세를 한 줄로 일러주는 말이다. 지족지지(知足知止)는 만족함을 알고 그칠 줄 아는 것을 이른다. 노자는 만족을 모르는 것이 화(禍)의 근원이라고 했다. <대학>에는 “머무름을 안 뒤에야 자리를 잡나니, 자리를 잡은 뒤에야 능히 고요할 수 있으며, 고요한 뒤에야 능히 생각할 수 있고, 깊이 생각한 뒤에야 능히 얻을 수 있다”는 구절이 있는데, 이 또한 지족지지의 지혜를 깨우쳐주는 말이다. 갈 자리와 설 자리를 아는 건 세상 최고의 지혜다.

분수를 안다는 건 여기저기 기웃대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산다는 뜻이다. 남의 발걸음에 자기 보조를 맞추지 않고, 남이 잠자는 시간에 자신의 잠을 맞추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간의 욕망과 그 주체를 파헤친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했다. 멈출 자리에서 멈추지 못하는 것은 시선이 늘 타인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내 이름으로 살지 못하고 남의 이름을 빌려 사는 탓이다. 내가 나로 살지 않으면 삶은 늘 결여되고 소외된다. 타인의 욕망을 좇는 자는 숨이 차면서도 설 자리에서 서지 못한다.

신동열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신동열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갈 자리와 설 자리를 구별하는 것은 지혜이지만, 설 자리에서 서는 데는 때로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