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280>中原逐鹿중원축록
▶ 한자풀이
中: 가운데 중
原: 근원 원
逐: 쫓을 축
鹿: 사슴 록


중원의 사슴을 쫓는다는 뜻으로
치열한 자리다툼을 비유하는 말
-<사기(史記)>

한신(韓信)은 한나라를 세운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천하를 통일한 고조(유방)은 숙적이던 항우의 심복 장수를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그를 모살했다. 다다익선(多多益善), 토사구팽(兎死狗烹)은 한신과 연관된 고사성어다.

죽음을 앞둔 한신이 하늘을 쳐다보며 탄식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진작 괴통(通)의 계책을 따를 걸 그랬구나.”

한신이 죽을 당시 반란을 몸소 진압하느라 조정을 비운 고조가 장안에 돌아와 여황후에게 물었다.

“한신이 죽으면서 뭐라고 한 말이 없었소?”

“괴통의 말을 들을 걸 그랬다며 분해하더이다.”

고조는 괴통을 즉시 불러들여 물었다.

“네가 한신에게 모반하라고 했느냐?”

“그런 적이 있었으나, 한신이 듣지 않았습니다.”

고조가 이성을 잃고 명했다. “이놈을 당장 삶아 죽여라!”

그러자 괴통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항변했다.

“신이 무슨 죄를 범했습니까. 진나라의 사슴(鹿, 제위를 이름)이 중원(中原)으로 달아났을 때 누구나 이것을 쫓았고(逐), 그중 키 크고 발 빠른 영웅이 그걸 붙들었던 것 아닙니까. 그 옛날 대악당 도척의 개가 요(堯)임금을 보고 짖었다지만, 그게 어디 요임금이 악당이기 때문이었겠습니까. 개는 원래 주인밖에 모르는 짐승이라 상대가 비록 임금이라도 주인이 아닌 이상 짖는 법입니다. 신 역시 당시에는 한신만 알고 폐하는 잘 몰랐기에 짖은 것입니다. 그런데 천하가 평정된 지금에 와서 난세에 폐하처럼 천하를 노렸다는 이유만으로 죽이려고 하시니, 이게 과연 제왕의 도리에 맞는 일이라고 보십니까?”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고조는 흠잡을 데 없는 논리라 여겨 괴통을 방면했다.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원축록(中原逐鹿)은 ‘중원의 사슴을 쫓는다’는 뜻으로 좁게는 왕위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것을 뜻하지만 넓게는 어떤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을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