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杜漸防萌 (두점방맹)
▶한자풀이
杜: 막을 두
漸: 차차 점
防: 막을 방
萌: 싹 맹


애시당초 싹이 나오지 못하게 막다
좋지 못할 일의 조짐을 사전에 제거함
- <후한서>

후한 화제(和帝) 때의 일이다. 조정의 고위관직은 두태후(竇太后)의 친정 식구들이 전부 차지하고 권력을 독점해 다른 대신들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그 폐해를 알면서도 후환이 두려워 모두 입을 닫았다.

물이 끓으면 넘쳐 흐르는 법. 임금에게 직언하는 대관(臺官) 정홍(丁鴻)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나섰다. 그는 유창하면서도 논리정연한 언변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는데, 황실 외척의 국정농단이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 기회를 잡은 정홍이 주위 신하들을 물리친 채 목숨을 버릴 각오로 황제를 독대해 진언했다.

“폐하, 그릇된 일도 즉각 바로잡으면 쉬이 풀리지만, 뒤로 미루면 점점 손댈 수 없게 되어 끝내 수습 불능에 이르고 맙니다. 송구스럽게도 지금 조정의 사정이 그러하오니, 폐하께서 바로 두점방맹(杜漸防萌)하시어 두씨 일족의 국정농단을 바로잡지 않으시면 큰 후환이 될 것입니다.”

화제가 정홍의 간언을 받아들였다. “내 잘 알겠소. 그럼 어찌하면 좋겠소.”

정홍이 해법을 제시했다. “두씨 일족을 조정에서 내치시고, 폐하께서 친정(親政)을 시작하시어 태후마마의 국정 간섭을 막으십시오. 이와 함께 어질고 유능한 선비들을 등용해 빈자리를 채우고 폐하를 보필하게 하시면 나라가 곧 안정될 것입니다.”

화제는 정홍의 의견을 따라 다양한 개혁조치를 시행했다. <후한서>에 전해오는 고사다.

두점방맹(杜漸防萌)은 애초에 싹이 자라지 못하게 막음으로써 좋지 못한 일의 조짐을 사전에 제거한다는 뜻이다. 뿌리를 뽑아버리고 근원을 막아 없애버린다는 발본색원(拔本塞源)과 뜻이 닿는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우리말 속담은 의미가 정반대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조짐과 기미는 일의 점(漸)이자 맹(萌)으로, 시작이자 싹이다. 병세가 짙으면 알기는 쉬워도 치료가 어렵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