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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必作於細 (필작어세)

    ▶한자풀이必: 반드시 필    作: 지을 작    於: 어조사 어    細: 가늘 세모든 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작은 것을 놓치지 않아야 큰일이 안 생긴다  - <도덕경>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이고, 대해(大海)도 시작은 물 한 방울이다. 등고자비(登高自卑), 높은 곳에 닿으려면 낮은 곳부터 올라야 한다.도가(道家)의 이치를 담은 <도덕경>에는 노자의 정언약반(正言若反)식 문구가 많다. ‘빛나도 눈부시지 마라’, ‘곧아도 찌르지 마라’, ‘진짜 크면 소리가 없다’ 등 바른말은 반대인 듯이 들린다는 것이 정언약반식 화법이다.<도덕경> 63장에는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시작되고(天下難事 必作於易), 세상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부터 일어난다(天下大事 必作於細)”는 구절이 있다. 뒤에는 “이런 이치로 성인은 끝내 일을 크게 벌이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에는 큰일을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개 쉽게 하는 승낙에는 믿음이 부족하고, 사태를 너무 쉽게 보면 반드시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이런 까닭으로 성인은 오히려 모든 일을 어렵게 대한다. 그래서 종래 어려움이 없게 되는 것이다.” 노자의 정언약반식 어법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필작어세(必作於細)는 모든 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뜻으로, 작은 일을 쉬이 여기지 않아야 큰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노자는 “작은 것을 크게 보고, 적은 것을 많게 보며, 어려운 일을 하려는 자는 쉬운 일부터 하고, 큰일을 하려는 자는 작은 일부터 한다”고 했는데, 위의 문구와 뜻이 일치한다. <도덕경> 15장에는 성인의 형상을 &l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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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未曾有 (미증유)

    ▶ 한자풀이 未: 아닐 미 曾: 일찍 증 有: 있을 유 '일찍이 있지 않았던 일'이라는 뜻으로 유례가 없이 처음 벌어진 현상 - 능엄주(楞嚴呪)는 대불정여래 깨달음의 공덕을 설한 427구(句)의 주문(呪文)이고, 은 이를 토대로 한 불교 경전이다. 에는 “부처의 설법을 듣기 위해 모인 승려들이 미증유함을 얻었다(法筵淸衆, 得未曾有)”라고 했고, 또 다른 불교 경전인 에도 수장자(手長者)가 지켜야 할 여덟 가지 미증유의 법에 대한 설명이 있다. 이처럼 불경에 자주 보이는 미증유(未曾有)는 부처의 공덕을 찬탄하거나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일을 뜻하는 의미로 사용되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이전에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는 뜻으로 두루 쓰인다. ‘미증유의 참사’, ‘미증유의 신기술’과 같은 표현을 예로 들 수 있다. ‘미상유(未嘗有)’라고도 한다. 아직 맛도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난 시대에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전대미문(前代未聞), 이전 사람이 아직 밟지 않았다는 전인미답(前人未踏)도 미증유와 뜻이 같으며 어떤 일을 처음으로 해내거나 아무도 가보지 않은 단계에 도달하는 행위 등을 가리킨다. 파천황(破天荒)은 천지가 아직 열리지 않은 혼돈의 상태인 천황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뜻으로 미증유와 쓰임이 유사하다. 당말 오대의 사회 풍속과 문인들의 일화를 모은 에는 “형주(荊州)에서는 매년 과거 시험에 많은 사람을 응시시켰으나 급제자가 없어 이를 천황(天荒)이라 일렀는데, 유태라는 자가 급제해 천황을 깨뜨렸다(破天荒)”고 했다. 벽성(僻姓)이나 무반향(無班鄕)에서 인재가 나와 본디의 미천한 처지에서 벗어나는 일을 했음을 뜻하는 파벽(破僻)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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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物以類聚 (물이유취)

    ▶한자풀이 物: 만물 물 以: 써 이 類: 같을 류 聚: 모일 취 '물건은 종류대로 모인다'는 뜻으로 우리말 '끼리끼리 모인다'와 같은 의미 - 친구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러니 내가 누군지 궁금하면 친구를 보면 된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다. 초색(草色)과 녹색(綠色)을 합해 초록이라 하듯 서로 같은 무리끼리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가재는 게 편이요, 솔개는 매 편”이라 했으니 닮으면 한 편이 되는 게 세상의 이치다. 유유상종(類類相從). 끼리끼리는 서로 따르고 서로 좇는다. 역서이면서 철학서인 계사 편에는 “삼라만상은 같은 종류끼리 모이고, 만물은 무리를 지어 나누어지니 이로부터 길함과 흉함이 생긴다(方以類聚 物以群分 吉凶生矣)”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유래한 물이유취(物以類聚)는 우리말의 ‘끼리끼리 모인다’와 같은 뜻으로, 오늘날에는 주로 좋지 않은 사람들이 한 부류로 모인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인이군분(人以群分, 사람은 같은 무리끼리 모인다)와 연결해 ‘물이유취 인이군분’으로도 사용된다. 문언 편에는 “하늘에 근본을 둔 것은 위와 친하고, 땅에 근본을 둔 것은 아래와 친하니, 이는 각자가 그 비슷한 것을 좇기 때문이다(本乎天者親上 本乎地者親下 則各從其類也)”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또한 물이유취(物以類聚)와 뜻이 온전히 통한다. 제책 편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전국시대 제나라의 순우곤(淳于)은 왕이 인재를 구한다는 말을 듣고는 하루에 7명이나 천거했다. 왕이 “인재는 구하기 어려운 법인데 하루에 7명이나 천거한 것은 너무 많지 않냐”라고 묻자 순우곤은 “물건은 각기 비슷한 부류가 있으며(物各有疇),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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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巧言令色 (교언영색)

    ▶한자풀이 巧: 공교할 교 言: 말씀 언 令: 하여금 령(영) 色: 빛 색 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빛을 꾸미다 환심을 사기 위한 꾸민 말과 아첨하는 얼굴 - 말(言)은 공자가 군자와 소신을 가르는 대표적 잣대다. 공자에 따르면 “군자의 말은 묵직하고 소인의 말은 가볍다”. 군자의 말은 발을 따라가지만 소인의 말은 발보다 저만치 앞서간다. 군자의 말이 어눌한 듯한 것은 발(行)이 말을 따라가지 못할까 저어하기 때문이다. “발라 맞추는 말과 아첨하는 얼굴빛에는 인이 적다(巧言令色 鮮矣仁).” 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반면 공자는 “강직하고 의연하고 질박한 사람이 오히려 인에 가깝다”고 했다. 마지막 장(81장)에 “미더운 말은 번지르르 하지 않고 번지르르 한 말은 미덥지 않다(信言不美 美言不信)”고 했는데, 공자의 말과 뜻이 오롯이 맞닿는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은 교묘하게 꾸민 말과 아첨하는 얼굴빛이다. 환심을 사기 위해, 이익을 취하기 위해,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말재주를 부리고 표정을 꾸미는 거다. 여기서 영(令)은 아름답다는 뜻으로, 외면적 꾸밈을 이른다. 니체는 “거짓을 말하는 자는 말이 너저분하고 길어진다”고 했다. 입의 현란함으로 진실을 가리고 거짓인지 의심하는 마음을 흔들려는 심리를 꼬집는 말로 읽힌다. 참고로 에는 팔관(八觀:,사람을 보는 여덟 가지 관찰법)이 나오는데, 말과 관련된 것이 두 개나 포함된다. 1. 잘 나갈 때 어떤 사람을 존중하는가 2.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을 쓰는가 3. 부유할 때 어떤 사람을 돌보는가 4. 남의 말을 들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 5. 한가할 때 무엇을 즐기는가 6. 친해진 뒤에 무슨 말을 털어놓는가 7. 좌절했을 때 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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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身外無物 (신외무물)

    ▶한자풀이 身: 몸 신 外: 바깥 외 無: 없을 무 物: 만물 물 몸 외에는 다른 것이 없다는 뜻으로 무엇보다 몸이 가장 소중함을 이름 - 나이가 들면 건강한 사람이 부자라는 말이 있다. 어디 나이 든 사람뿐이겠는가. 행복으로 가는 길에도, 성공으로 가는 길에도 건강이라는 디딤돌이 놓여 있다. 신외무물(身外無物)은 ‘몸 외에 다른 것이 없다’는 뜻으로, 다른 어떤 것보다도 몸(건강)이 가장 소중함을 이르는 말이다. 신외무물의 원전은 분명치 않으나 44장에 의미가 같은 구절이 있다. “명성과 몸, 어느 것이 가까운가?(命與身孰親). 몸과 재화, 어느 것이 소중한가?(身與貨孰多). 얻음과 잃음, 어느 것이 병인가?(得與亡孰病). 이런 까닭에 애착이 심하면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르고, 많이 쌓아두면 반드시 크게 잃는다.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知足不辱),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知止不殆) 장구할 수 있다(可以長久).” 노자가 보기에 모든 우환의 시작은 과욕(過慾), 즉 지나친 욕심이다. 그러니 과욕(寡慾), 즉 욕심을 비움으로써 몸과 마음을 잘 보존하라는 얘기다. 지족이나 지지는 장구함으로 이어진다는 게 도가 철학의 골자다. 유가의 주요 경전인 도 “신체의 털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므로 감히 손상시키지 않음이 효도의 시작이요(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孝之始也), 입신하고 도를 행하여 후세에 이름을 날려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효도의 끝이다(立身行道揚名於後世 以顯父母孝之終也)”라고 했다. 유가와 도가는 걷는 방향은 서로 다르지만 몸을 귀히 여긴다는 출발선은 같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고,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신체가 깃든다. 건강은 몸과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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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羊質虎皮 (양질호피)

    ▶ 한자풀이 羊: 양 양 質: 바탕 질 虎: 범 호 皮: 가죽 피 양의 몸에 호랑이 가죽을 걸치다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내실이 빈약함 - 중국 한(漢)나라 때 양웅(揚雄)이 지은 은 의 문체를 모방한 일종의 수상록이다. 오자 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혹자가 묻기를 ‘어떤 사람이 공자의 문하에 들어가 그 안채에 올라 공자의 책상에 엎드리고 공자의 옷을 입는다면 그 사람은 공자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하니, ‘그 무늬는 그렇지만 그 바탕은 아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혹자가 다시 ‘바탕이란 무엇을 말하는지요’라고 물으니, ‘양은 그 몸에 호랑이 가죽을 씌어놓아도 풀을 보면 좋아라 뜯어 먹고, 승냥이를 만나면 두려워 떨며 자신이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 사실을 잊어버린다(羊質而虎皮, 見草而說, 見豺而戰, 忘其皮之虎矣)’라고 대답하였다.” 양이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써서 겉으로는 호랑이처럼 보일지라도 호랑이의 바탕(본질)까지 갖추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호랑이 가죽을 쓰고서도 예전처럼 풀을 뜯어 먹으며, 다른 짐승의 눈에는 자신이 호랑이로 보인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승냥이를 만나면 예전처럼 무서워하며 벌벌 떤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래한 양질호피(羊質虎皮)는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그에 걸맞은 실력이나 실속은 갖추고 있지 못함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또 양의 본질을 바꾸지 못한 채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서 호랑이가 될 수 없듯이,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변화하지 않음을 비유하는 말로도 쓰인다. 우리나라 속담 “빛 좋은 개살구”와도 의미가 통한다. 공자가 강조한 문질빈빈(文質彬彬)은 꾸밈(文)과 바탕(質)이 조화를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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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民同樂 (여민동락)

    ▶ 한자풀이 與: 더불 여 民: 백성 민 同: 같을 동 樂: 즐거울 락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하다'는 뜻으로 백성과 동고동락하는 통치자의 자세를 비유 - 맹자는 인의(人義)와 덕(德)으로 다스리는 왕도(王道)정치를 주창했다. 왕도정치의 바탕에는 백성을 정치적 행위의 주체로 보는 민본(民本)사상이 깔려 있다. 맹자가 전쟁을 즐기고 백성의 아픔을 돌보지 않는 양(梁)나라 혜왕(惠王)에게 말했다. “지금 왕께서 음악을 연주하시는데 백성들이 종과 북, 피리 소리를 듣고는 골머리를 앓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우리 왕은 음악을 즐기면서 어찌하여 우리를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하여 부자(父子)가 만나지 못하고, 형제와 처자가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가’라고 불평하고, 또 왕께서 사냥을 하시는데 백성들이 그 행차하는 거마(車馬) 소리와 화려한 깃발을 보고는 골머리를 앓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우리 왕은 사냥을 즐기면서 어찌하여 우리를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하여 부자가 만나지 못하고, 형제와 처자가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가’라고 원망한다면, 이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백성들과 즐거움을 함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此無他, 不與民同樂也).” 맹자가 말을 이었다. “지금 왕께서 음악을 연주하시는데 백성들이 종과 북, 피리 소리를 듣고는 모두들 기뻐하며 ‘우리 왕께서 질병 없이 건강하신가 보다, 어찌 저리 북을 잘 치실까’라고 하고, 왕께서 사냥을 하시는데 백성들이 거마 소리와 화려한 깃발을 보고 모두들 기뻐하며 ‘왕께서 질병 없이 건강하신가 보다, 어찌 저리 사냥을 잘 하실까’라고 한다면, 이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백성들과 즐거움을 함께하기 때문입니다(此無他, 與民同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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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世推移 (여세추이)

    ▶한자풀이 與: 더불 여 世: 인간 세 推: 옮길 추 移: 옮길 이 세상의 변화에 맞춰 변화해가다 시대의 흐름에 융통성 있게 적응함 -한자풀이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에서 한때 삼려대부의 지위까지 올랐던 굴원은 제(齊)와 동맹해 강국인 진(秦)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적들의 모함을 받아 좌천되었다. 결국 굴원의 간언을 무시하고 제나라와 단교하며 친진(親秦) 정책을 편 초의 회왕은 장의의 모략에 빠져 진에 사로잡혀 객사했다. 경양왕이 즉위한 뒤 굴원은 다시 조정으로 돌아왔으나 회왕을 객사하게 한 자란이 재상이 되자 그를 비판하다 다시 유배됐다. 굴원은 를 지어 자신의 심정을 나타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굴원이 쫓겨나 강과 못 사이를 거닐면서 시(詩)를 읊조릴 적에 안색이 초췌하고 몸이 수척해 있었다. 어부(漁父)가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삼려대부가 아니시오? 무슨 까닭으로 여기까지 이르렀소?” 굴원이 대답했다. “온 세상이 혼탁한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뭇 사람이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 추방을 당했소이다.” 어부가 이에 말했다. “성인은 사물에 얽매이거나 막히지 않고 능히 세상과 추이를 같이한다오(聖人不凝滯於物而能與世推移). 세상 사람들이 모두 혼탁하면 어찌 그 진흙을 휘저어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고, 뭇 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으면 왜 그 술지게미 배불리 먹고 박주(薄酒)나마 마시지 않고 어찌하여 깊은 생각과 고상한 행동으로 스스로 추방을 당하셨소?” 굴원이 답했다. “내 일찍이 듣기로, 새로 머리를 감은 자는 반드시 관(冠)의 먼지를 털어 쓰고, 새로 목욕을 한 자는 반드시 옷을 털어 입는다 하였소. 어찌 이 깨끗한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