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畏首畏尾 (외수외미)
▶ 한자풀이
畏: 두려워할 외
首: 머리 수
畏: 두려워할 외
尾: 꼬리 미


목을 움츠리고 꼬리를 사리다
남이 아는 것을 아주 두려워함
- <춘추좌씨전>

춘추시대에 진(晉)나라와 초(楚)나라는 서로 패권을 다투면서 주변의 약소국들을 위협했다. 기원전 610년에 진나라 영공(靈公)이 소국들을 소집했는데, 정(鄭)나라는 이웃한 초나라의 눈치를 보느라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진나라는 정나라가 초나라 편에 설 것이라 판단하고 정나라를 공격할 채비를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정나라의 공자 가(家)는 진나라의 대신 조돈(趙盾)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우리 군주는 그동안 귀국의 군주를 잘 섬겨왔으나 지금 귀국에서는 ‘너희는 아직 내 마음에 차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우리나라는 이제 망할 일만 남았습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머리가 어찌 될까 두려워하고 꼬리가 어찌 될까 두려워한다면, 온몸에 걱정스럽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는가(畏首畏尾 身其餘幾)’라고 했고, 또 ‘사슴은 죽을 때 소리를 고르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소국이 대국을 섬김에 대국에서 덕을 베풀면 소국이 도리를 지키지만, 덕을 베풀지 않으면 사슴처럼 되고 맙니다. 쇠몽둥이에 맞아 험한 곳으로 도망치느라 다급한 마당에 고운 소리를 낼 겨를이 어디 있겠습니까?”

공자가 편찬한 것으로 전해지는 <춘추>의 대표적 주석서 중 하나인 <춘추좌씨전>에 전해오는 이야기다.

정나라는 지금까지 진나라를 잘 섬겨왔지만 지나치게 핍박당하면 하는 수 없이 초나라에 의탁해 진나라에 맞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에 진나라는 정나라 공격 계획을 철회하고 예전처럼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외수외미(畏首畏尾)는 목을 움츠리고 꼬리를 사리듯이 머리가 어찌 될까 두려워하고 꼬리가 어찌 될까 두려워한다는 뜻으로, 지나치게 겁이 많거나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것을 비유한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떨면서 걷는 자가 빙판에서 쉬이 미끄러지는 법이다. 조심도 세상을 걷는 지혜가 되지만 조심이 지나치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내딛지 못한다. 만사 지나치면 적당함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