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優孟衣冠 (우맹의관)
▶한자풀이
優: 뛰어날 우
孟: 맏 맹
衣: 옷 의
冠: 갓 관


'우맹이 의관을 차려입다'는 뜻으로
그럴듯하게 꾸며 진짜처럼 행세함
- <사기>

춘추시대 초나라의 악인(樂人) 우맹은 풍자하는 말로 사람들을 잘 웃겼다. 재상 손숙오가 그의 현명함을 알아보고 잘 대해주었다. 손숙오는 병석에 누워 죽기 전에 아들에게 “내가 죽고 나면 너는 틀림없이 빈곤해질 터이니, 우맹을 찾아가 ‘제가 손숙오의 아들입니다’라고 말하거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몇 년이 지나자 그의 아들은 과연 곤궁해져서 생계 수단으로 땔나무를 팔았다. 아들은 우맹을 찾아가 “저는 손숙오의 아들입니다. 부친께서 돌아가실 때 빈곤해지면 당신을 찾아가라고 당부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맹은 이때부터 손숙오처럼 의관을 갖추고 몸짓과 말투를 흉내 내기 시작해 1년쯤 지나자 손숙오와 똑같이 행동할 수 있었다.

우맹은 장왕이 베푼 주연에 참석해 만수무강을 축원했다. 장왕은 매우 놀라며 손숙오가 환생한 것으로 여기고 그를 재상으로 삼으려고 했다. 그러자 우맹은 아내와 상의한 뒤 3일 뒤 다시 오겠다고 했다. 3일 뒤에 돌아온 우맹이 장왕에게 말했다.

“아내가 초나라 재상은 할 만한 것이 못된다고 하였습니다. 손숙오 같은 분은 충성을 다하고 청렴하게 생활하며 왕이 패자(覇者)가 될 수 있도록 보좌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들은 송곳을 꽂을 만한 땅도 없이 가난하게 살면서 땔나무를 팔아 연명하고 있습니다. 손숙오처럼 되느니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낫습니다.”

이에 장왕은 잘못을 사과하며 손숙오의 아들을 불러 침구(寢丘) 땅 400호를 봉토로 주었다. <사기(史記)> 골계열전(滑稽列傳)에 실려 있는 고사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여기서 유래한 우맹의관(優孟衣冠)은 그럴듯하게 꾸며서 진짜인 것처럼 행세하는 경우나, 예술 작품에서 남의 것을 모방해 독창성과 예술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경우를 이른다. 의관우맹(衣冠優孟)으로도 쓴다. ‘비슷하지만, 아닌 것’과 진짜를 구별하는 혜안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