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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望雲之情 (망운지정)

    ▶ 한자풀이望: 바랄 망雲: 구름 운之: 갈 지情: 뜻 정구름을 바라보며 그리워하다타향에서 고향의 부모님을 생각함 - <당서(唐書)>측천무후(則天武后)는 당나라 고종의 황후로, 황태자들을 연이어 폐위시키고 자신이 황제가 된 여성이다. 스스로 주나라를 세워 15년간 다스린, 중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여황제다. 그는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잔혹하게 제거했지만, 재능이 뛰어난 인물은 신분을 묻지 않고 파격적으로 기용했다. 이런 연유로 그의 주변에는 인재들이 모여들었는데, 적인걸(狄仁杰)도 그중 하나로 측천무후의 신임을 받아 재상에까지 올랐다. 군주의 곁에 가까이 가기 위한 모함은 어느 시대에나 있는 법. 그는 간신배 내준신(來俊臣)의 모함으로 옥고도 치렀다.적인걸이 병주 법조참군(法曹參軍)으로 있을 때, 그의 부모님은 하양(河陽) 땅 별업(別業)에 있었다. 그는 수시로 태행산에 올라 흰 구름이 외롭게 떠다니는 먼 곳을 바라보며 좌우 사람들에게 일러 말했다. “내 어버이가 저 구름이 나는 아래에 계신데, 멀리 바라만 보고 가서 뵙지 못하니 그 슬픔이 오래되었다.” 당나라 정사(正史)인 <당서(唐書)>에 전해오는 얘기다.망운지정(望雲之情)은 ‘구름을 바라보며 그리워하다’란 뜻으로, 타향에서 고향의 부모님을 그리는 마음을 이른다. 망운지회(望雲之懷)로도 쓴다. 백운고비(白雲孤飛) 역시 멀리 떠나온 자식이 부모님을 그리는 정을 일컫는다.짐승도 부모를 그리고, 고향을 그린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은 여우가 죽을 때 구릉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말이다. 근본을 잊지 않는다는 뜻, 죽어서라도 고향에 묻히고 싶어하는 마음을 함께 이른다. 호마의북풍(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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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道不拾遺 (도불습유)

    ▶ 한자풀이 道: 길 도   不: 아닐 불   拾: 주울 습   遺: 잃을 유길에 떨어진 것을 줍지 않는다법이 잘 지켜져 나라가 태평함-<공자세가(孔子世家)> 등상군(商君)은 위(衛)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앙(), 성은 공손(公孫)이다. 젊었을 때 형명학(刑名學)을 좋아해 정승 공숙좌를 섬겼다.형명학은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학문으로, 전국시대 신불해, 상앙, 한비자 등이 주창했다. 상군은 공숙자가 죽은 뒤 위나라에서 쓰임이 없자 천하의 영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진(秦)나라 효공을 찾아갔다.그는 효공을 설득해 연좌제와 신상필벌 등 변법(變法) 개혁을 단행했는데, 법 적용이 매우 엄중했다. 태자가 법을 범하자 태자의 보육관인 공자건과 사부 공손가를 처형했다. 그러자 10년쯤 뒤에는 ‘길에 떨어진 것을 줍는 자가 없고(道不拾遺)’, 백성들의 삶이 넉넉해졌으며, 군사의 사기도 높아져 싸우면 연전연승했다. <사기(史記)>에 나오는 얘기다.<한비자>에도 이와 유사한 얘기가 있다. 춘추시대 정(鄭)나라 재상 자산(子産)은 적재적소에 인재를 기용하면서 철저히 신상필벌 원칙을 지켰다. 그러니 5년 만에 도둑이 없고, 길에 물건이 떨어져도 주워 가지 않았으며, 길가에 과일이 열려도 따 가는 사람이 없었다.공자의 일대기를 담은 <공자세가>에도 비슷한 얘기가 전해온다. 노(魯)나라 정공(定公) 때 56세의 공자는 대사구(大司寇)가 돼 법 집행을 맡았다. 3개월이 지나자 거래에 속이는 일이 없어졌고, 남녀간에 음란함이 사라졌으며,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 않아 관(官)의 도움 없이도 잃은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도불습유(道不拾遺)는 ‘길에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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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會者定離 (회자정리)

    ▶ 한자풀이 會: 만날 회者: 놈 자定: 반드시 정離: 헤어질 리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인연의 무상함을 이르는 말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부처의 열반(涅槃)이 다가오자 제자 아난자가 슬퍼했다. 부처가 아난자를 위로했다. “인연으로 맺어진 이 세상 모든 것은 덧없음으로 귀결되니, 은혜와 사랑으로 모인 것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헤어지기 마련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그렇거늘 어찌 슬퍼하고 근심만 하랴.”아난자는 여전히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하늘이나 땅에서 가장 거룩하신 스승님께서 머지않아 열반에 드신다니, 어찌 슬퍼하고 근심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 세상의 눈을 잃고, 중생은 자비하신 어버이를 잃나이다.”부처가 다시 아난자의 슬픔을 달랬다. “아난아, 슬퍼하지 마라. 내가 비록 한 겁을 머문다 해도 결국은 없어지리니, 인연으로 된 모든 것의 근본이 그러하니라.”석가모니의 열반을 중심으로 편찬한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에 나오는 얘기다.회자정리(會者定離)는 ‘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는 뜻으로, 불교의 윤회(輪廻)와 선이 닿는다.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는 거자필반(去者必返)과 대구로 많이 쓰인다. 태어난 자는 반드시 죽는다는 생자필멸(生者必滅)도 회자정리와 함의가 같다.불교와 관련된 사자성어는 많다. 아비규환(阿鼻叫喚)은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이라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비참한 지경이나 고통에 처한 상황을 이른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는 의미의 불교용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다는 뜻의 염화미소(拈華微笑), 교리는 문자로 세우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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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不恥下問 (불치하문)

    ▶한자풀이不 : 아닐 불恥 : 부끄러울 치下 : 아래 하問 : 물을 문아랫사람에게 묻는 게 부끄럽지 않다모르면 누구에게도 물어야 한다는 뜻   -<논어(論語)>자공(子貢)이 스승 공자에게 위(衛)나라 대부인 공문자(孔文子)의 시호(諡號)가 어떻게 해서 ‘문(文)’이 되었는지를 물었다.공자가 답했다. “공문자는 민첩해서 배우기를 좋아하고,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시호를 문이라 한 것이다(敏而好學 不恥下問 是以謂文也).” 공자의 학문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논어(論語)> 공야장편에 나오는 얘기다.불치하문(不恥下問)은 글자 그대로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지위가 낮거나 못난 사람일지라도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알 수 있으니 묻는 것을 주저하고 수치스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공자가 관직에 있을 때 종묘(宗廟)에서 제사를 모시는 일이 있었다. 공자는 제사를 지내면서 제물의 위치 등을 두루두루 종묘지기에게 물었다. 집에 돌아온 공자에게 제자들이 물었다.“예(禮)로 말하면 스승님을 따를 사람이 없는데 어찌 종묘지기에게 그리 물으셨는지요.”공자가 답했다. “종묘에서는 그게 예니라.” 공자가 왜 대인(大人)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공자천주(孔子穿珠)라는 말이 있다. 공자가 구슬을 꿴다는 뜻으로,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모르는 것을 묻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공자가 실에 구슬 꿰는 법을 몰라 바느질하는 아낙네에게 물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공자는 아낙네의 말을 듣고 개미 허리에 실을 맨 뒤 구슬 구멍 반대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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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寸陰是競 (촌음시경)

    ▶ 한자풀이 寸 : 마디 촌陰 : 그늘 음是 : 이 시競 : 다툴 경아주 짧은 시간이라도다투어 귀히 쓰라는 뜻  - 《천자문(千字文)》<천자문(千字文)>은 4언절구의 한시(漢詩)이자 한문 습자의 대표적 교본이다. 전해오는 최초의 <천자문>은 남북조시대 양무제 때 학자 주흥사(周興嗣)가 쓴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서예가 석봉 한호(韓濩)가 쓴 <천자문> 등이 있다. 이 책에 이런 글귀가 있다. “한 자의 벽옥이 보배가 아니요, 한 치의 시간이야말로 보배니, 분초를 다투며 공부하고 수양해야 한다. 이것은 성현에게만 국한되는 말이 아니다. 성공한 사람은 늘 시간을 아꼈다.”이에 해당하는 한자가 척벽비보 촌음시경(尺璧非寶 寸陰是競)이다. 한 자짜리 구슬이라도 보배가 아니니, 촌각(寸刻)을 다투어 아껴 쓰라는 뜻이다. 세상 최고로 귀한 게 시간이라는 거다. 이 글귀 뒤에는 <진서(晋書)>와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말이 이어진다. “도간이 항상 말하기를, 대우(大禹)는 성인이면서도 촌음(寸陰)을 아꼈으니, 보통사람으로서는 한 푼의 짧은 시간도 마땅히 아껴야 한다. 우임금은 햇빛이 한 치쯤 옮겨가는 것도 아낄 정도였으니 참으로 부지런히 살았다. 해도 돌고 달도 돌아 시간은 사람과 같이 있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성인은 한 자나 되는 보배는 귀히 여기지 않으면서도 한 치의 시간은 중히 여긴다.”촌(寸)은 아주 짧거나 날카롭다는 뜻이다. 짧으면서도 날카롭게 상대의 허를 찌르는 문장을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고 한다.미국 시인 칼 샌드버그는 시간을 동전에 비유한다. “시간은 인생의 동전이다. 시간은 네가 가진 유일한 동전이고, 그 동전을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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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走馬加鞭 (주마가편)

    ▶한자풀이 走 : 달릴 주馬 : 말 마加 : 더할 가鞭 : 채찍 편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잘되는 일을 더 몰아침을 비유   - 《순오지(旬五志)》《순오지(旬五志)》는 조선후기 학자 홍만종이 저술학 잡록(雜錄)이다. 잡록은 소설·가사·제문 등 여러 종류의 글을 모아 수록한 책을 말한다. 《난후잡록(亂後雜錄)》은 조선 선조 때 학자이자 정치인 류성룡이 임진왜란 후 보고 들을 것을 쓴 글이다. 《순오지》에는 우리나라의 역사·고사(故事)·일화(逸話)·전기(傳記)·가사(歌辭)·속요(俗謠) 등이 두루 수록돼 있다.주마가편(走馬加鞭)은 《순오지》에 나온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한다는 것은 그 말로 인해 더 힘을 내도록 한다는 뜻이다(走馬加鞭 言因其勢而加之力).’ 주마가편은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는 말로, 형편이나 힘이 한창 좋을 때 더욱 힘을 더한다는 의미다. 힘껏 하는 데도 더 잘하라고 격려함을 이르는 뜻으로도 쓰인다.한자성어에는 말(馬)이 포함된 것이 많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은 달리는 말 위에서 산천을 구경한다는 말이다. 일이 바빠서 이것저것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대강 훑어보고 지나치는 것을 비유한다. 주마등(走馬燈)은 안팎 두 겹으로 된 틀의 안쪽에 갖가지 그림을 붙여 그 틀이 돌아가면 안에 켜놓은 등불로 인해 다양한 그림이 종이나 천으로 바른 바깥쪽에 비치게 만든 등이다. 사물이 덧없이 빨리 변해 돌아가는 것을 이른다.마이동풍(馬耳東風)은 ‘말의 귀에 동풍’이란 뜻으로, 남의 비평이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고 흘려버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사마난추(駟馬難追)는 네 마리 말로도 따라잡지 못한다는 말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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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仁者不憂 (인자불우)

    ▶한자풀이仁 : 어질 인  者 : 사람 자  不 : 아닐 불  憂 : 근심 우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는다인한 사람은 양심에 꺼릴 게 없다는 뜻 - 《논어(論語)》유가(儒家)와 도가(道家)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유가는 높이 오르라 하고, 도가는 넓게 품으라 한다. 유가는 군자와 소인을 가르지만, 도가는 선을 긋는 건 피아(彼我)만 구별지을 뿐이라고 한다. 《도덕경》은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로 시작한다. 도(道)를 도라고 부르면 이미 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모든 것은 변하며 고정된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논어》는 학(學)으로 시작된다. 성현의 말씀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유가 최고의 덕목이다. 두 사상 다 나름의 뜻이 깊다. 상반된다고 서로 어긋난 게 아니다. 뜻이 서로 다를 뿐이다.유가는 인(仁)을 중시한다. 그러다 보니 인이 포함된 한자성어가 많다. 인자불우(仁者不憂)는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진 사람은 도리(道理)에 따라 행하고 양심에 거리낌이 없으므로 근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지혜로운 사람은 미혹하는 일이 없고, 어진 사람은 근심할 일이나 걱정할 일이 없으며,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워할 일이 없다(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공자는 이를 군자의 세 가지 도(道)라고 불렀지만, 자신은 이 가운데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공자가 성인인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이다.인자무적(仁者無敵)은 어진 사람은 널리 사람을 사랑하므로 적이 없다는 말로, 《맹자》에 나온다. 《논어》에 나오는 인자요산(仁者樂山)은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어진 사람은 모든 일을 도의(道義)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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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서양단 (首鼠兩端)

    ▶한자풀이 首 : 머리 수鼠 : 쥐 서兩 : 두 량端 : 끝 단구멍에서 쥐가 목을 내밀까 말까 한다결정을 못하고 망설이는 것을 비유        - 《사기(史記)》전한(前漢) 경제(景帝) 때, 두영(竇)과 전분(田) 두 신하가 서로 왕의 인정을 받으려다 사소한 일로 시비가 벌어졌다. 왕이 시비를 가리게 되었다.경제가 어사대부 한안국에게 그 시비를 묻자 한안국이 대답을 주저했다. “전하, 이번 다툼은 시비를 가리기가 좀 곤란합니다.” 경제는 다시 궁내대신 정에게 시비를 물었지만 그 역시 대답을 피했다. 왕이 진노했다. “그래 가지고서 어찌 궁내대신을 감당하겠소. 일족(一族)을 멸(滅)하든지 해야지.”전분은 왕의 심기를 건드린 게 송구해 직을 사임했다. 그리고 대답을 주저한 한안국을 불러 쏘아보며 말했다. “그대는 구멍에서 머리만 내민 쥐처럼 엿보기만 하고, 시비곡직(是非曲直)이 분명한 일을 어찌 얼버무리는가.”《사기(史記)》에 전해지는 얘기로, 수서양단(首鼠兩端)은 이 고사에서 유래했다. 수서양단은 구멍 속에서 목을 내민 쥐가 나갈까 말까 망설인다는 뜻으로, 결정을 못하고 이리 재고 저리 재는 것을 이른다. 어느 쪽으로도 붙지 않고 양다리를 걸치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한다는 좌고우면(左顧右眄)도 뜻이 같다. 좌고우면은 위나라 조식이 오질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온 말로, 원래는 ‘좌우를 바라보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의미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뜻이 바뀌었다. 좌고우시(左顧右眄)로도 쓴다.공자의 제자 계문자는 세 번을 생각한 뒤에야 실행했다. 공자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두 번이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