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瓦釜雷鳴 (와부뇌명)
▶한자풀이
瓦: 질그릇 와
釜: 가마 부
雷: 우레 뢰(뇌)
鳴: 울 명


와부뇌명흙으로 만든 솥이 우레처럼 울려 퍼지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득세해 기세등등한 모습
- <초사>

전국시대 초나라 시인 굴원은 일찍부터 재주와 학식이 뛰어났다. 그는 초회왕(楚懷王)의 신임을 받아 중책을 맡았지만 후에 모함을 받아 양자강 이남 먼 땅으로 유배되었다. <초사>는 추방되어 강남땅에 머물 때 그가 쓴 낭만주의 풍경이 두드러진 서정시집이다. 그중 ‘복거’는 당시 사회의 어두운 면과 굴원 자신의 비분강개가 잘 표현되어 있다. 그 글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추방된 지 3년 동안 간신들의 참소로 초왕을 만나지 못한 굴원은 분한 마음에 점을 잘 친다고 소문난 태복(太卜) 정첨윤을 찾아가 물었다. “내가 어떤 일들에 대한 의혹이 풀리지 않소. 점을 쳐서 내가 잘 판단할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하오.”

첨윤이 시초(蓍草: 점을 치는 데 사용한 국화과의 톱풀)를 바로 놓고 거북 등껍질의 먼지를 털어내며 굴원에게 물었다. “선생은 무엇을 일러주시길 원합니까?”

굴원이 말했다. “나는 충심을 다할 것인가, 아니면 세상에 영합하여 곤경을 벗어날 것인가? … 숨김없이 직언하다 스스로 화를 부를 것인가, 아니면 세속의 부귀를 탐하여 구차하게 목숨을 구할 것인가? 이런 것들입니다. 지금 세상이 혼탁해 매미의 날개를 무겁다 하고, 천균이나 되는 무게를 가볍다고 합니다. 황종(黃鍾) 같은 좋은 악기는 깨트려 버림을 받고 질솥이 우레처럼 울려 퍼집니다. 아첨하는 사람은 제멋대로 날뛰고 현명한 사람은 이름도 알려지지 않습니다(黃鍾棄 瓦釜雷鳴 讒人高張 賢士無名).”

정첨윤이 시책(蓍策)을 풀어보고 말했다. “한 자(尺) 길이에도 짧은 것이 있고 한 마디(寸)도 긴 것이 있으며, 만물에는 숫자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이 있고 신의 힘으로도 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선생의 마음을 따라 선생의 뜻을 실행하십시오. 거북점도 시초점도 그 일은 알 수가 없습니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여기에서 유래한 와부뇌명(瓦釜雷鳴)은 흙으로 만든 솥이 우레처럼 울려 퍼진다는 뜻으로, 재주도 덕도 없는 사람이 걸맞지 않은 자리를 차지하고 기세등등한 모습을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