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覆雨飜雲 (복우번운)
▶한자풀이
覆: 뒤집힐 복
雨: 비 우
飜: 뒤집을 번
雲: 구름 운

집으면 비가 내리고 엎으면 구름이 일어난다
잘 변하는 변덕스러운 세상인심을 비유하는 말
- <두보의 시 '빈교행(貧交行)'>

두보(杜甫)는 당나라 중기의 관리이자 문인이다. 중국 역사상 매우 위대한 시인으로, 이백과 동시대 인물이다. 시성(詩聖) 두보가 시선(詩仙) 이백보다 열한 살 아래다. 두보는 이백의 재능에 크게 탄복했고, 두 사람은 하남성과 산둥성 일대를 유람하며 친구가 되었다. 두보와 이백은 둘 다 상당히 유력한 가문의 후손이었다.

두보의 ‘빈교행(貧交行)’은 변덕스러운 세태를 비유한 시다.

손 뒤집으면 구름 일고 손 엎으면 비 내리니(飜手作雲覆手雨)

분분하고 경박한 이들을 어찌 다 헤아리리오(紛紛輕薄何須數)

그대 보지 못했는가, 관중과 포숙아의 가난했을 때의 사귐을(君不見管鮑貧時交)

지금 사람들은 이 도리를 흙처럼 버리고 만다네(此道今人棄如土)

두보는 세력이 있을 때는 아첨하며 따르고 세력이 없어지면 푸대접하는 염량세태(炎涼世態)를 통감하며 세상인심이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반복되는 무상함을 노래하고 있다. 가난할 때의 본받을 만한 사귐으로 관중과 포숙아를 들면서, 세상 물정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고 올바른 우정의 도리를 흙 털어버리듯 무시한다고 통탄한다. 여기서 유래한 복우번운(覆雨飜雲)은 ‘손을 뒤집으면 비가 내리고 엎으면 구름이 일어난다’는 뜻으로, 가볍고 변덕스러운 세상인심을 비유하는 말이다. 번운복우(翻雲覆雨)로도 쓴다.

신동열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신동열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대인의 우정은 묵직하지만 소인의 우정은 솜털처럼 가볍다. 작은 이익에도 왼쪽으로 가던 발길을 오른쪽으로 돌린다. 이익으로 맺은 관계는 이익이 사라지면 관계도 사라진다. 마음으로 맺은 관계는 이익이 사라지면 더 끈끈해진다. 그 둘의 차이가 참으로 크다. 삿된 이익을 추구하면 우정이 자주 흔들리고 관계에도 쉬이 금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