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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이기심이 풍요를 낳는 역설, 분업과 교환 때문

    대학 인문논술 시험에서 경제학 고전이 출제된다고 하면 많은 수험생이 의아해합니다. “인문학이면 문학이나 철학 텍스트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실제 주요 대학의 논술 기출에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놀라울 만큼 자주 등장합니다. 이유가 뭘까요?인문논술이 묻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거든요. 하나의 텍스트를 읽고 그 안에 담긴 논리 구조를 파악하며 다른 관점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는 능력을 봅니다. <국부론>은 이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인간은 왜 협력하는가’라는 철학적 물음에서 출발하고, ‘사회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라는 경제학적 물음으로 이어지며, ‘개인의 이기심과 사회의 공익은 양립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학적 물음까지 품고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이 철학과 경제학, 윤리학을 관통하고 있으니, 출제자 입장에서 이만한 텍스트가 없죠.특히 <국부론>은 마르크스, 베버, 케인스 등 이후 사상가들과의 비교 논제로 자주 출제됩니다. 이기심이라는 키워드 하나로도 홉스, 루소, 칸트의 도덕철학과 연결되고, 분업 개념은 뒤르켐의 사회분업론, 마르크스의 소외론과 대비됩니다. <국부론> 한 권을 제대로 이해하면 근대 이후 사회사상의 핵심 논쟁 지형이 한눈에 들어오는 거죠. <국부론>의 원제는 <국부의 성질과 원인에 관한 연구(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입니다. 1776년에 출간됐으며, 저자는 스코틀랜드의 도덕철학 교수이던 애덤 스미스예요. 스미스가 경제학자가 아닌 도덕철학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그가 국부론 이전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蹊田奪牛 (혜전탈우)

    ▶한자풀이蹊: 지름길 혜  田: 밭 전  奪: 빼앗을 탈  牛: 소 우무단으로 밭을 가로질러 간 소를 빼앗다벌이 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움을 이름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춘추시대 노(魯)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급한 마음에 남의 밭 사잇길(蹊)을 가로질러 이웃 마을로 갔다. 발이 빠른 지름길이었고, 밭에 별다른 해를 끼친다고도 생각지 않았다. 한데 밭 주인이 이를 보고 관아에 고발했다.관리는 농부의 죄를 엄히 다스려 소를 몰수했다. 농부는 “남의 밭을 잠시 가로질러 간 것이 소를 빼앗길 만한 죄인가”라며 탄식했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공자가 편찬한 역사서 <춘추>의 대표적 주석서인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전해오는 이야기다. 공자는 이를 두고 말했다.“남의 밭을 가로질러 간 것은 실로 잘못이다. 그러나 그 죄로 소를 빼앗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작은 허물에 무거운 벌을 내리는 자는 민심을 잃는다.”혜전탈우(蹊田奪牛)는 ‘남의 밭 사잇길을 밟은 죄로 소를 빼앗다’라는 뜻으로, 죄의 경중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무거운 벌을 내림을 이르는 고사성어다. 작은 잘못에 과도한 제재를 가하는 불균형한 처벌을 꼬집는 말이다. 죄는 가벼운데 벌이 지나치게 무거운 것을 이르는 경죄중벌(輕罪重罰)과 뜻이 비슷하고, 죄는 무거운데 벌이 가벼운 것을 이르는 중죄경벌(重罪輕罰)과 반대된다.공자는 이름과 실질이 서로 맞아야 한다고 했다. 죄와 벌도 균형이 맞아야 법이 법다워지고 백성이 이를 따른다. 사소한 실수에 가혹한 책임을 묻거나 작은 허물을 빌미로 상대를 짓누르는 것은 바르지 못한 처사다. 죄와 벌, 잘못과 책임은

  • 대학 생글이 통신

    잡생각 끊고 공부에 집중하는 방법

    공부하다 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순간이 자주 생깁니다. 문제는 이런 순간이 잠깐 멍해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번 딴생각이 시작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가 많습니다. 이런 잡생각은 쓸데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기가 어렵습니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누가 제지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되면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실제로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지도 않을 상상 속의 일에 신경 쓰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이런 상황은 ‘딴생각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제가 비교적 좋은 효과를 본 방법이 있는데요, 학교 진로부장 선생님을 찾아가 지금 내 성적으로 어느 정도의 대학을 생각해볼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게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강력합니다.머릿속에서 떠다니는 잡생각은 대개 현실과 분리돼 있습니다. 반면 진학 상담은 지금 내 위치가 어디인지,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깨닫게 해줍니다. 그러면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듭니다. 내가 막연하게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학교와 현재 성적 사이에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온갖 잡생각이 사그라듭니다.상담하고 나면 ‘생각보다 괜찮네’라며 안심할 수도 있고, ‘이 정도로는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에 긴장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잡생각을 쫓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해지기 때문입니다. 부족하다면 어떤 과목 점수를 얼마나 올려야 할지 생각하게 되고, 가능성이 보이면 그걸 놓치지 않기 위해 지금 해야 할 공부에 집중하게 됩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BTS '보라해', 좀 어색한 말 같나요? 여기에 숨은 조어법

    “BTS를 새겨넣은 모자와 티, 멤버들을 상징하는 인형까지, 공연을 즐길 준비는 마쳤습니다. 현장에서는 아미들의 ‘보라해!’ 함성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21일 밤 전 세계를 달군 BTS의 컴백 무대 직전 한 방송사는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2일부터 25일까지 전광판 등에 환송 메시지를 띄워 공연을 보고 출국하는 팬들을 배웅했다. “보라해요 아미, 대한민국에서 또 만나요!”‘보라해’, 서로 믿고 사랑하자아미들이 있는 곳에 약방의 감초처럼 늘 따라다니는 말 ‘보라해’. 이 말은 태어난 지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예사롭지 않다. 방탄소년단의 상징처럼 쓰이는 말이라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설다.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다. 어색함이 묻어나는 것은 이 말이 통상적인 우리말 조어법에서 벗어난 데다 독특하게 만들어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보라해’를 통해 우리말 조어법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접미사 ‘-하다’ 용법과 진화된 모습이다.보라해는 ‘서로 믿고 사랑하자’는 뜻으로 만든 조어다. 2016년 BTS 팬 사인회에서 멤버 뷔가 즉석에서 만들어 널리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보라해’로 쓰이지만, “옷을 보라하게 입었다” “아미 여러분, 정말 많이 보라합니다” 식으로 활용해서도 쓴다. 동사 ‘보라하다’를 기본형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얼핏 보기에도 ‘보라+하다’의 결합으로 이뤄진 말임을 알 수 있다. 이때 ‘-하다’는 접미사다. 일부 명사 밑에 붙어 우리말에 부족한 동사, 형용사를 파생시킨다. 동작명사에 붙으면 그 말을 동사로 만들고

  • 영어 이야기

    꽃샘 추위를 말할 땐 'cold spell'

    People are suffering a so-called “appflation” crisis due to an apple production shortage amid accelerating climate change and aging apple growers.The average wholesale price of apples hit 5414 won per kilogram on Wednesday, up 1.96% from a week ago. Compared to the previous year, the price climbed by 97.33%.The key reason for soaring apple prices in Korea was extreme weather conditions, which have hurt apple production.Apples currently in the market in Korea were picked in 2023 but total apple production last year dropped to 394,000 tons from 566,000 tons in 2022 and 516,000 tons in 2021.“Last year’s spring frost and cold spell hampered fruit setting,” said a distribution manager at the Daegu-Gyeongbuk Apple Farming Cooperative.Climate change is set to reduce the country’s available apple-growing regions.기후변화의 가속화와 사과 재배 농가의 고령화 속에 사과 생산이 부족해지면서 이른바 ‘애플플레이션’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수요일 기준, 사과 평균 도매가는 킬로그램당 5414원을 기록하며 일주일 전보다 1.96% 올랐다. 전년과 비교하면 가격이 97.33%나 폭등했다.사과 가격이 치솟은 핵심 원인은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 감소다. 현재 국내시장에 판매되는 사과는 2023년에 수확한 것으로, 지난해 전체 사과 생산량은 39만4000톤으로 급감했다. 이는 2022년 56만6000톤, 2021년 51만6000톤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대경사과원예농협의 유통 관계자는 “지난해 봄철 서리와 한파로 열매가 제대로 맺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기후변화로 인해 사과 재배 가능 지역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해설우리가 흔히 아는 spell은 동사로 ‘철자를 쓰다’를 의미합니다. 명사형 spelling은 영어 단어를 알파벳으로 어떻게 쓰는지, 또는 외국어를 현지어로 어떻게 표

  • 학습 길잡이 기타

    직선의 질서가 빚는 곡선의 숨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수만 개의 빛나는 직선이 뻗어갑니다. 그런데 그 직선들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형상은 놀랍게도 부드럽게 소용돌이치는 나선형 은하입니다. 이것은 착시가 아닙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차가운 실, 그 정직한 직선들이 그려내는 우아한 곡선의 미학, 바로 스트링 아트의 마법입니다.<그림 1>의 은하 소용돌이를 확대하면 곡선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그림 2>에서 보이듯, 이 모든 형상은 곡선을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팽팽하게 당겨진 직선들의 집합입니다. 이 직선들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미세하게 각도를 틀며 겹쳐질 때 우리 눈은 매끄러운 원형의 곡선을 인식하게 됩니다. 수학적으로는 무수히 많은 접선의 방정식들이 중첩되어 하나의 곡선을 형성하는 과정입니다.직선의 방정식에서 가장 친숙한 형태는 y=mx+n입니다. 이 식이 널리 쓰이는 이유는 m 과 n이 하는 역할이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입니다. m은 직선이 기울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기울기이며 n은 직선이 세로축인 y축과 만나는 지점인 y절편을 의미합니다.그렇다면 여기서 x와 y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좌표평면 위에 나타나는 모든 도형은 수많은 점의 집합입니다. 이때 x는 각 점의 가로 위치를, y는 세로 위치를 나타내는 변수입니다. 도형 위의 어떤 점을 잡더라도 그 좌표 (x, y)가 일정한 규칙을 따를 때 그 관계를 식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관계식입니다. 그 관계식이 일차식인 y=mx+n의 형태를 갖춘다면 그 점들이 모여 곧게 뻗은 직선을 이루게 됩니다. y=m(x-a)+b라는 형태는 기울기 m과 직선이 지나는 한 점 (a,b)가 주어진 경우 사용하면 유리합니다. 따라서 (1,1)을 지나는 접선을 설계하고 싶다면 기울기를 m이라 두

  • 대입 전략

    지역의사 도입, 지방高서 의대 1.7명 합격 가능…지방 상위권, 의약학 집중…이공계 합격선 영향

    2022학년도부터 2025학년도까지 최근 4년간 지방권 27개 의대의 수시 내신 합격선은 전국선발전형과 지역인재전형에서 지역인재전형 합격 점수가 전국선발전형보다 낮게 나왔다. 지방권 27개 의대 학생부교과전형 내신 합격선은 전국선발전형의 경우 2022학년도 1.26등급, 2023학년도 1.20등급, 2024학년도 1.16등급, 2025학년도 1.27등급이었다. 지역인재전형은 2022학년도 1.31등급, 2023학년도 1.25등급, 2024학년도 1.26등급, 2025학년도 1.40등급이었다. 지역인재전형이 전국선발전형 합격선보다 2022학년도는 0.05등급, 2023학년도 0.05등급, 2024학년도 0.10등급, 2025학년도 0.13등급 낮았다.학생부종합전형은 전국선발전형 합격선이 2022학년도 1.44등급, 2023학년도 1.40등급, 2024학년도 1.38등급, 2025학년도 1.33등급이었다. 지역인재전형은 2022학년도 1.70등급, 2023학년도 1.89등급, 2024학년도 1.59등급, 2025학년도 1.83등급이었다. 지역인재전형 합격선이 전국선발 합격선보다 2022학년도 0.26등급, 2023학년도 0.49등급, 2024학년도 0.21등급, 2025학년도 0.5등급 낮았다.2025학년도 학생부교과전형 권역별 합격선을 살펴보면 강원권은 전국선발 1.25등급, 지역인재전형 1.51등급으로 0.26등급 지역인재 합격선이 낮았다. 대구경북권은 전국선발 1.38등급, 지역인재 1.56등급으로 0.18등급 격차, 제주권은 전국선발 1.08등급, 지역인재 1.39등급으로 0.31등급 격차, 충청권은 전국선발 1.18등급, 지역인재 1.39등급으로 0.21등급 격차, 호남권은 전국선발 1.24등급, 지역인재 1.41등급으로 0.17등급 격차로 지역인재전형 합격선이 낮았다.반면 부울경은 전국선발 1.31등급, 지역인재 1.22등급으로 0.09등급 격차를 보이며 전국선발이 지역인재 합격선보다 낮았다. 특히 부울경은

  • 영어 이야기

    누군가를 상징하는 색 'signature color'

    On an ordinary day, the broad avenue between Gyeongbok Palace and Gwanghwamun Gate carries buses, office workers and clusters of tourists.A few days later, hundreds of thousands of fans dressed in purple - BTS’ signature color - are expected to flood the boulevard for the group’s first full-band concert in nearly four years.Six years ago, it chose New York’s Grand Central Terminal to introduce its music to the world.This time, the group is coming home, inviting its global fan base to the capital city of South Korea.“This concert will be a historic moment tying Seoul’s identity to BTS,” said Kim Yoon-ji, a researcher at the Export-Import Bank of Korea and the author of a book on the global spread of Korean culture.“Gwanghwamun, in particular, could become a place the world remembers as part of K-pop’s global story.”평소 경복궁과 광화문 사이의 넓은 도로에는 버스가 오가고, 직장인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며칠 뒤면 이곳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가득 찰 것이다. 거의 4년 만에 열리는 BTS 멤버들의 완전체 공연을 보기 위해 수십만 명의 팬이 이 거리를 메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6년 전 BTS는 정규 4집 공개 장소로 미국 뉴욕의 기차역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정규 5집 앨범을 공개한다. 전 세계 팬을 한국의 수도로 불러들이는 셈이다.한류의 세계적 확산을 다룬 책의 저자인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이번 공연은 서울의 정체성과 BTS를 잇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며 “특히 광화문은 K-팝의 서사까지 더해서 전 세계가 기억하는 상징적 장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설 지난 21일 K-팝을 대표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