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판매자 관점’의 말이다. ‘가입자’ 정도가 중립적이고 정확한 표현이다. 또는 ‘소비자’나 ‘손님’ ‘방문객’ 등 내용에 따라 적절한 말을 골라 쓸 수 있다. 그것이 이른바 글쓰기에서의 ‘객관적 표현’을 구현하기 위한 문장론적 기법이다.

예문에서는 ‘고객’이 눈에 띈다. ‘고객’은 어떤 때 쓰는 말일까? 누구나 아는 말 같지만, 의외로 이 말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고객’은 보통 두 가지로 쓰인다. ‘① 상점, 식당, 은행 따위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는 사람 ② 단골로 오는 손님’, 특히 ②의 의미로 이 말을 쓸 때 제격이다. 즉 ‘판매자 관점’의 말인 셈이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고객’이겠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고객’보다 ‘가입자’ 정도가 중립적이고 정확한 표현이다. 또는 ‘소비자’나 ‘손님’ ‘방문객’ 등 내용에 따라 적절한 말을 골라 쓸 수 있다. 그것이 이른바 글쓰기에서의 ‘객관적 표현’을 구현하기 위한 문장론적 기법이다. 과학적·논리적 표현 담은 말을 써야‘고객’은 가치를 담은 말이다. 문세영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인 <조선어사전>(1938년)에서 ‘고객(顧客)’을 ‘단골손님’으로 풀었다. ‘객(客)’은 ‘찾아온 사람’ 또는 ‘물건을 사는 사람’이다. 순우리말로 ‘손’과 같다고 했다. ‘손님’은 ‘손’을 높인 표현이다. 그러니 ‘손’은 ‘객’이고 이를 높인 ‘손님’이 곧 ‘고객’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단골손님’이 ‘고객’의 개념에 가깝다(물론 요즘은 ‘고객’의 개념이 넓어져 물건을 사는 사람뿐 아니라 은행이나 공공시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붙이기도 한다).
‘고객(顧客)’이 가치어인 것은 글자를 풀어보면 금세 드러난다. ‘顧(고)’는 ‘(지난날을)돌아보다/방문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문지방(戶) 위로 제비(隹)가 날아드는 모습을 그렸다. 조상들은 봄이 오면 다시 찾아드는 제비를 보고 농사일을 준비했다. 즉 제비가 돌아오듯 사람이나 생각을 돌아본다는 뜻이다. 그러니 기업 등 영업주체 또는 공급자 입장에서 고객은 매우 소중한 존재다. 그 의미가 ‘돌아볼 고(顧)’ 자에 담겨 있다.
따라서 기업 관점에서는 손님은 다 ‘고객’이다. 이에 비해 제3자 관점, 즉 객관적 관점에서는 ‘손님/소비자/가입자/예금자/방문객/시민/주민’ 등을 상황에 맞게 골라 쓸 필요가 있다. 그것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논리적·객관적인 글쓰기를 구현하는 한 방법이다. ‘고객’과 ‘손님’의 차이가 드러났으니 이제 실전에 응용해보자.
“금융감독원은 이번 금리인하로 전체 예금 고객의 이자 수입이 연간 1조68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서 ‘예금 고객’은 시중은행 관점이므로 객관적 표현으로는 ‘예금 가입자’ 정도가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