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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북향민'은 '새터민'의 전철 밟을까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취업·창업 등 자립·자활 역량 강화 및 심리상담 등을 통해 …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안착을 지원하고, 사회통합적 관점에서 ‘탈북민’ 명칭 변경을 추진한다.” 지난해 12월 19일 통일부에서 낸 보도자료 하나가 우리말 용어 사용을 둘러싸고 논란을 일으켰다. 그동안 써오던 ‘탈북민’이란 단어를 바꾸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이어 세밑을 하루 앞두고 구체적으로 ‘탈북민’ 대신 ‘북향민(北鄕民)’이란 말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귀순용사·탈북민·새터민’ 용어 변천‘탈북민(脫北民)’이란 글자 그대로 ‘북한을 탈출한 사람’이란 뜻이다.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 간)에 올라 있는 정식 단어다. 이 말의 생성·변천 과정을 통해 우리말 변화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어 주목할 만하다. 지금은 ‘탈북민’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이 말의 초기 형태로 ‘귀순용사’를 꼽아도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휴전 후 북한 괴뢰군에서 탈출한 의거 귀순용사 가운데 미혼자 60명의 합동결혼식이 오는 27일 국민회당에서 거행된다. (하략)” 1962년 3월 20일 자에서 한 신문이 자유를 찾아 월남한 ‘귀순용사’들의 합동결혼식 소식을 전했다. 이 말은 한국전쟁 이후 쓰이기 시작해 1980년대까지 언론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특히 1983년 미그기를 몰고 온 이웅평 대위의 귀순 사건으로 ‘귀순용사’란 말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했다.‘귀순(歸順)’은 사전에서 “적이었던 사람이 돌아서서 복종하거나 순종함”으로 정의한다. 1957년 완간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이모와 누나·형' 수난시대

    지난해 12월 한 연예인에게서 시작된 이른바 ‘주사이모’ 논란이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고 있다. 불법 의료행위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애꿎은 ‘이모’까지 도매금으로 부정적 인식에 휩쓸리는 모양새다. 우리말에서 ‘이모’가 쓰이는 맥락에 따라 부정적으로 비친다는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멀리는 서비스업 등에서 종업원을 부르는 호칭부터 가깝게는 1년여 전 정부에서 시행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에 이르기까지 갑론을박을 불러왔다. 당시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언론에서 일명 ‘필리핀 이모’라고 불렀다. 친족어 ‘이모’의 쓰임새 확장 주목신문윤리위원회는 이후 이 표현을 쓴 언론사 11곳에 ‘주의’ 조치했다. ‘필리핀 이모’가 외국인 여성 근로자를 비하 또는 차별하는 표현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비슷한 시기에 한 여당 의원과 대통령실 비서관이 휴대전화로 인사 청탁을 주고받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여기서는 “훈식이 형, 현지 누나”가 튀어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 각기 대통령비서실장과 제1부속실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어쨌거나 세간에 파장을 일으킨 이모와 형, 누나 같은 말을 ‘친족어’라고 한다. ‘친족어’란 혈연이나 혼인으로 이뤄지는 인간관계를 나타내는 어휘를 말한다.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같은 낱말이 친족어다. 이 중 ‘이모’는 친족 범위를 벗어나 사회적으로 널리 쓰인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앞서 살핀 ‘필리핀 이모’가 그 예다. 우리말에는 식당 같은 데서 직원을 부르는 마땅한 호칭어가 따로 없다. 그러다 보니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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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오년 적토마가 온다

    병오년(丙午年)의 해가 밝았다. ‘병오년’은 육십갑자의 하나로 ‘붉은 말’의 해라 불린다. ‘병(丙)’이 천간(天干)의 하나로 붉은색을 뜻하고, ‘오(午)’가 지지(地支) 가운데 말(馬)을 나타낸다. 이른바 ‘적마(赤馬)’다. 삼국지의 관우가 탔다는 준마 ‘적토마’를 떠올리면 된다. ‘천간’이란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10개가 있는데, 이를 ‘십간(十干)’이라 부른다. 천간이 하늘을 의미하는 데 비해 지지는 땅을 가리킨다.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 십이지로 구성된다. 각각 ‘쥐,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잔나비, 닭, 개, 돼지’로 상징된다. 우리가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각자 갖고 있는 ‘띠’가 그것이다.‘정월’은 음력 1월 … 요즘은 양력에도십간과 십이지, 즉 천간과 지지를 합쳐 ‘간지’라고 한다. 가령 지난해가 ‘을사년’이었고, 올해 ‘병오년’, 내년 ‘정미년’ 식으로 부르는 것을 “간지를 따진다” 또는 “간지를 짚는다”라고 한다. 한때 “간지 난다(느낌 있다, 멋지다)”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그것은 일본어 ‘간지[感(かん)じ]’에서 온 말이고, 천간과 지지를 뜻하는 우리말 ‘간지’를 기억해야 한다.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를 순차적으로 배합한 게 ‘육십갑자’다. 태어난 해에 맞춰 갑자년, 을축년·병인년 식으로 꼽다 보면 60가지가 나오고, 61번째에 다시 갑자년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환갑(還甲)’이라고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한 살을 먹는 전통 방식의 나이(이를 ‘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인공지능'과 'AI'에 담긴 우리말 질서

    “멀쩡한 한글을 두고 왜 자꾸 쓸데없이 외래어를 쓰느냐. 특히 공공영역에서 그러는 건 더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교육부를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에서 우리말 관련한 생각을 밝혀 화제가 됐다. 한자 교육과 언어순화 문제를 비롯해 잘못 쓰이고 있는 표현과 외래어 남용 등에 대해서도 지적을 쏟아냈다. 대통령이 업무보고 도중 우리말 오용을 직접 거론했다는 점에서 향후 상당한 파장도 예상해볼 수 있다. 공공기관의 우리말 오용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란 점에서 그렇다. ‘국어순혈주의-혼혈주의’ 세력 다툼우리말에서 외래어 남용은 여러 측면에서 다뤄질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영문 약어의 범람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말 대(對) 말’의 세력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영역으로 ‘인공지능’과 ‘AI(artificial Intelligence)’를 꼽을 수 있다. 언어 사용에도 ‘효율성’이 작용해 보통은 영문 약어를 선호하는데, 이들 사이는 좀 특이하다. 두 말의 세력이 서로 팽팽하다.그런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AI가 두 가지로 쓰인다는 점이 AI의 언어적 세력을 분산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인공지능’과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가 그것이다. 즉 ‘AI’와 ‘인공지능’이 경합 중인데, 거기에 ‘조류인플루엔자’가 끼어든 셈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인공지능’이 힘을 받는 데는 언론의 강력한 지원 덕도 고려해봄 직하다. 가령 ‘국제축구연맹(FIFA)’ 같은 표기법을 보자. 언론에서 외래 고유 명칭을 쓸 때 통상 우리말 번역어(‘국제축구연맹’)를 병기하는데, 이는 온전히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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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파'를 통해 본 우리말 세 얼굴

    “한국은 6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결과 멕시코, 남아공 등과 함께 A조에 속했다. FIFA는 이날 ….”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 리그 상대가 결정됐다.” “피파(FIFA·세계축구연맹)는 … 신설된 ‘피파 평화상(FIFA Peace Prize)’을 트럼프에게 수여한다고 밝혔다.” 얼마 전 내년 북중미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 본선 조 추첨 결과가 발표됐다. 각종 언론이 전한 관련 기사에는 우리말에서 외래 고유 명칭을 옮기는 여러 방식이 드러나 주목을 끌었다.‘에프아이에프에이’ 사전에서 버려야‘FIFA’ ‘국제축구연맹’ ‘피파’는 우리말 안에서 동일한 국제기구를 나타내는,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말이다. FIFA는 영문 약어(애크로님)이고, 국제축구연맹은 우리말 번역어, 피파는 영문 약어를 한글로 읽은 명칭이다. 영문 약어 중 피파나 나토(NATO) 등 단어처럼 읽을 수 있는 것을 ‘애크로님(acronym)’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WTO(세계무역기구)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처럼 단어화해 읽을 수 없는 것을 ‘이니셜(initial)’이라고 한다. 이들은 더블유티오, 오이시디 식으로 영문 글자를 하나하나 읽어야 한다.애크로님은 원래 단어처럼 읽는 것인데,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에선 ‘FIFA’를 ‘피파’뿐 아니라 영문 글자대로 읽은 ‘에프아이에프에이’도 함께 표제어로 올려놓았다. 이는 ‘피파’가 단독으로 우리말 단어로 자리 잡기엔 아직 언어 세력이 충분치 않다고 보았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사전 편찬자의 개별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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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이순재 선생이 남긴 우리말 숙제

    “부끄러운 연기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다그친 일화가 여럿이다. 대사를 암기할 때 그는 완벽을 목표로 했다. 사전을 펼쳐 들고 ‘정(丁) 씨는 단음으로, 정(鄭) 씨는 장음으로 발음한다’는 그 앞에서 동료들은 혀를 내둘렀다.” ‘국민 배우’ 이순재 선생이 지난달 27일 91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영원한 현역’으로 연기 열정을 불태웠던 그를 소개하는 일화 가운데 한 신문의 ‘정(丁) 씨와 정(鄭) 씨의 발음 구별’ 대목은 유독 눈에 띈다. ‘정(丁)’ 씨는 단음, ‘정(鄭)’ 씨는 장음모국어 화자 중에서도 이를 구분하는 이들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말에서 장음과 단음을 구별하지 않고 쓰는 게 아무렇지도 않게 됐다. 어릴 때는 [눈(目)]과 [눈:(눈)], [밤(夜)]과 [밤:(栗)], [말(馬)]과 [말:(言)]이 단음이냐 장음이냐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는데, 요즘은 그조차도 잘 안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표준발음법에서는 모음의 장단을 구별해 발음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표준발음법 제6항). 이는 수백 년 동안 국어에서 지켜온 규칙으로, 장단에 따라 뜻이 구별되는 단어 쌍이 있기에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그중에서도 성(姓)씨의 장단음 구별은 특히 어렵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김(金) 씨는 단음이고, 이(李) 씨는 장음이다. 그다음으로 많은 박(朴) 씨를 비롯해 조(曺) 씨는 짧게, 송(宋) 씨와 조(趙) 씨는 길게 발음해야 한다. 한글로는 같아도 임(林) 씨는 단음이고 임(任) 씨는 장음이다.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에서는 장음으로 소리 나는 표제어에 대해 발음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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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시키다, 입금시키다"의 남용과 오용

    “◇◇◇ 원내대표는 13일 대장동 항소 포기를 둘러싼 검찰 내부 반발과 관련해 ‘정치 검사들의 특권을 보장하는 제도부터 폐지시키거나 과감히 뜯어고치겠다’고 밝혔다.” “산업 현장 혼란이 커질 것이란 경영계 우려에도 정부 여당은 개의치 않고 노란봉투법을 입법화시켜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올해 사회적 이슈가 돼 주목받은 두 사건을 각각 설명한 언론보도 가운데 한 대목이다. 두 문장엔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 중 잘못 쓰는, 하지만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말 표현 오류가 공통적으로 하나 있다.‘시키다’는 남에게 ~하게 하는 것‘폐지시키거나’와 ‘입법화시켜’가 그것이다. 바른 어법은 ‘폐지하거나’ ‘입법화해’라고 해야 한다. 사동접미사 ‘-시키다’ 남용에 따른 오류다. 사동(使動)이란 어떤 주체가 제3의 대상에게 동작이나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예문에서는 주체(주어)가 직접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니 사동형을 쓸 게 아니라 타동사 ‘~를 폐지하다’ ‘~를 입법화하다’ 형식을 취해야 한다.우리말에서 사동의 의미를 지닌 표현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이, 히, 리, 기’ 같은 사동접미사를 붙여 사동사를 만든다. 가령 ‘먹다, 넓다, 늘다, 옮다’에서 ‘먹이다, 넓히다, 늘리다, 옮기다’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어간에 ‘-게 하다’를 붙이는 방법이다. ‘먹게 하다, 넓게 하다’ 같은 꼴이 그것이다. 셋째 ‘-시키다’를 붙여 만들 수 있다. 사동 용법의 오류는 이 ‘-시키다’를 습관적으로 아무 곳에나 붙이는 데서 발행한다. 예컨대 &l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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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 어색한 까닭

    “10·15대책은 조정대상지역 확대는 물론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대출 규제 강화 등 강력한 규제로 시장을 압박했다. 이로 인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기조가 한층 강화됐다.” 지난달 15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한 달여를 지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자산 양극화만 키운 정부 실패라는 야권의 거센 공격 속에 언론에서도 다양한 진단이 쏟아졌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란 표현이다. 무심코 이런 말을 자주 하지만 이는 단어를 정확히 쓰지 않은, 잘못된 표현이다. 서울·인천·경기를 묶은 게 ‘수도권’‘수도권(首都圈)’이란 말을 흔히 쓴다. 하지만 정확히 개념을 이해하고 쓰는 것 같지는 않다.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 간)에서는 ‘수도권’을 “수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도시권”으로 풀이한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은 좀 더 구체적이다. “수도와 인접한 권역.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가 되며,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 및 경기도 일원이 이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정의하는 수도권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전역의 지역을 가리킨다. 이를 두고 요즘도 수도권에 서울이 포함되느니, 포함되지 않느니(경기·인천만 가리킴) 하며 헷갈려 하는 이가 있다.언론에 ‘수도권’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1960년대 들어서인데, 이는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관련이 깊다. 산업화 추진으로 서울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라의 모든 정치·경제&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