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첫머리가 아닌 경우에는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두음법칙 규정을 ‘작열-작렬-장렬’ 세 단어에 적용해 보자. ‘모음이나 ㄴ받침 뒤’에선 ‘열’, 그 외에는 본음인 ‘렬’로 적는다는 규칙을 잊어선 안 된다.

우선 ‘작열하다’를 보자. ‘불 따위가 이글이글 뜨겁게 타오름’이 작열(灼熱)이다. ‘불사를 작(灼), 더울 열(熱)’로 이뤄졌다. 둘 다 글자에 ‘불 화(火)’ 자가 들어 있음을 염두에 두면 알기 쉽다(熱 자 아래쪽 점 4개가 부수 火의 이체자다). 올여름 내내 입에 오르내렸던 ‘이열치열, 열대야, 열사병’ 같은 말에 모두 같은 ‘열(熱)’ 자가 들어 있다.
‘작렬하다’의 ‘작렬(炸裂)’은 ‘터질 작, 찢을 렬’ 자다. 그래서 포탄 따위가 터져서 쫙 퍼지는 것을 뜻한다. ‘장렬(壯烈)하다’는 ‘장할 장, 세찰 렬’이다. ‘장하다’는 기상이나 인품이 훌륭하다는 뜻이니 ‘장렬하다’는 곧 의기가 씩씩하고 굳세고 열렬함을 나타낸다. 이들은 의미에 따라 각각 “① 태양이 작열하다 ② 포탄이 작렬하다 ③ 최후를 장렬하게 마치다”처럼 구별해 쓰인다.
이들 단어의 표기에는 우리말의 큰 줄기 중 하나인 두음법칙이 적용돼 있다. 두음법칙은 간단히 말하면 “단어 첫머리에 ㄴ, ㄹ이 오는 것을 피한다”는 규정이다(한글맞춤법 11항). ‘녀자(女子)’라 하지 않고 ‘여자’로, ‘력사(歷史)’가 아니라 ‘역사’로 적는 게 이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는 뒤집어 말하면 단어 첫머리가 아니면, 즉 중간이나 뒤에서는 본래 음대로 ㄴ, ㄹ을 살려 쓴다는 얘기다. ‘자녀(子女)’, ‘경력(經歷)’ 같은 게 그렇게 해서 나온 표기다. 모국어 화자라면 이런 유의 두음법칙은 대부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말하고 적을 수 있다.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선 ‘열, 율’로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까다로워진다. 두음법칙은 우리말 가운데 한자어에만 적용하는 규정이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어려움이 생긴다. 한자와 함께 본음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자 의식이 약해진 요즘 세대에서는 더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열/렬’ ‘율/률’의 구별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단어 첫머리가 아닌 경우에는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원래 음대로 적으면 된다. 다만,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서는 ‘렬, 률’도 ‘열, 율’로 적는다”. ‘나열[나열], 비율[비ː율], 선열[서녈], 운율[우ː뉼]’ 등에서와 같이 현실 발음이 [열], [율]로 소리 나므로 소리대로 적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