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 ‘다만’은 문장 안에서는 ‘다른 것이 아니라 오로지’란 의미를 띤다. 문장 앞에 쓰일 때도 흔하다. 접속부사로서의 용법인데 이때는 (앞의 말을 받아) ‘예외적인 사항이나 조건을 덧붙이는’ 기능을 한다. ‘단지’로 바꿔 쓸 수 있다.
지난달 26일 경상북도 김천시에서 열린 ‘김천 김밥축제’ 메뉴.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경상북도 김천시에서 열린 ‘김천 김밥축제’ 메뉴. /연합뉴스
“깔따구 유충으로 의심되는 물질이 발견된 황금정수장과 김천시 관내 배수장에서는 환경청과 낙동강 수도지원센터 관계자 등이 깔따구 유충 유입 경로를 확인하는 역학조사 중이다. 다만 오는 25일 개막을 앞둔 김천김밥축제 용수 공급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5일과 26일 이틀간 15만여 명이 방문해 폭발적 관심을 보인 김천김밥축제가 개최를 앞두고 한때 긴급 상황을 맞았다. 언론에서도 집중 조명을 했는데, 예문은 그중 한 대목이다. 여기에 그냥 넘어가기엔 어색한 말이 눈에 띈다.예외적 사항이나 조건 덧붙일 때 써‘다만’이란 표현이 그것이다. ‘다만’은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접속어다. 이 말의 용법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남발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의미상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글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고, 의미 전달을 어색하게 한다. 군더더기로 작용하는 셈이다.

우선 ‘다만’의 용법에 대해 알아보자. 부사 ‘다만’은 문장 안과 문장 앞에서 쓰이는데, 각각 의미 기능이 조금씩 다르다. 문장 안에서는 ‘다른 것이 아니라 오로지’란 의미를 띤다. “내 수중에 있는 것은 다만 1만 원뿐이다.” 문장 앞에 쓰일 때도 흔하다. 접속부사로 쓰인 용법인데,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쓰임새다. 이때는 (앞의 말을 받아) ‘예외적 사항이나 조건을 덧붙이는’ 기능을 한다. ‘단지’로 바꿔 쓸 수 있다.

접속부사 ‘다만’의 전형적 쓰임새는 한글 맞춤법 규정에 많이 나타난다. 한글 맞춤법에 그만큼 예외나 단서 조항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중 하나를 보면, 제18항 “다음과 같은 용언은 어미가 바뀔 경우, 그 어간이나 어미가 원칙에 벗어나면 벗어나는 대로 적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말 용언의 불규칙활용에 대한 규정을 담은 것이다. 여기에 ‘ㄹ탈락’을 비롯해 ‘ㅅ불규칙’ ‘ㅎ불규칙’ 등 여러 불규칙 활용법이 나온다.

그중 여섯 번째가 ‘ㅂ불규칙’ 활용 사례다. 즉 “어간의 끝 ‘ㅂ’이 ‘ㅜ’로 바뀔 적에는 바뀐 대로 적는다”는 것이다. 가령 ‘가깝다, 괴롭다’ 따위를 활용할 때 ‘가까워/가까우니/가까웠다, 괴로워/괴로우니/괴로웠다’ 식으로 변하는 것은 변하는 대로 적는다는 규정이다. 여기에 단서가 붙는다. “다만, ‘돕-, 곱-’과 같은 단음절 어간에 어미 ‘-아’가 결합돼 ‘와’로 소리 나는 것은 ‘-와’로 적는다”고 했다. 즉 ‘돕다’와 ‘곱다’는 활용할 때 예외적으로 “도와/도와서/도왔다, 고와/고와서/고왔다”처럼 모음조화 규칙이 살아나므로 이것은 이것대로 적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만’은 앞에서 진술한 것을 받아 예외적 사항이나 조건을 덧붙일 때 쓰는 말이다.접속어 남발은 군더더기 되기 십상이제 ‘다만’의 용법에 대해 이해했으니, 앞의 김천축제를 전한 글이 왜 잘못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깔따구 유충 의심 물질로 김천시가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 김밥축제도 당연히 영향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이는 예외적이거나 조건을 덧붙일 상황이 아니다. 이를 무리하게 ‘다만’으로 연결해 어색함을 자초했다. “이에 따라(또는 ‘이 때문에’) 오는 25일 개막을 앞둔 김천김밥축제에도 용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식으로 써야 한다.

홍성호 
이투데이 여론독자부장·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홍성호 이투데이 여론독자부장·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글쓰기에서 ‘다만’을 비롯해 각종 접속어 종류는 조심해서 써야 한다. 군더더기로 작용할 때가 많아 빼고 나면 더 간결하고 문장에 힘이 붙는다. 가) “지역별 성비 불균형은 혼인율 반등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정책에서 성비 문제는 빠져 있다.” 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과 동일한 1.4%로 유지했다. 다만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서는 중국 경기침체 심화 등을 이유로 종전 2.4%에서 2.2%로 낮췄다.” 두 문장에 있는 ‘다만’도 상투적으로 쓰였다. 굳이 따지자면 가)에선 ‘그러나’ 정도가 적당하다. 또는 없어도 되는 맥락이다. 나)에서도 ‘다만’을 삭제해야 의미 전개가 명료해진다. 올해와 내년의 성장률 전망치를 나열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