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本)’은 초목이나 영화 필름을 세는 말로 예전에 쓰였으나 지금은 초목은 그루로, 필름은 편 또는 통으로 쓴다. 자동차 단위는 ‘대’이므로 ‘주차대수 200대’ ‘주차용량 200대’라고 하면 그만이다. 타이어 개수를 셀 때 ‘본’을 쓰기도 하는데, ‘개’로 통일해 쓰는 게 알아보기 쉽고 이해하기 쉽다.
한자어 ‘본’은 本(밑 본)에서 온 말이다. 이 글자는 본래 木(나무 목) 자의 아랫부분에 점을 찍어 ‘나무의 뿌리’를 가리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사물을 구성하는 토대라는 의미에서 ‘근본’ ‘밑바탕’이란 뜻이 나왔고 다시 고향, 관향(시조가 난 곳. “본이 어디냐?”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나무에서 비롯된 글자라 자연스럽게 ‘초목을 세는 단위’로도 쓰인다.
‘본’은 명사, 의존명사, 관형사, 접두사, 접미사 등으로 쓰여 우리말을 풍성하게 해준다. 본보기, 본전 등을 뜻하는 말 ‘본’은 명사다. 소나무 10본, 채송화 30본 같은 데서는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명사로 쓰였다. 본 협회니 본 사건이니 할 때는 관형사다. 본계약, 본고장 등에서는 접두사이며, 인쇄본이나 교정본 따위에서는 책 또는 판본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기능을 한다.
누구나 알 것 같은 말이지만 낯선 용법도 있다. 주로 단위어로 쓰일 때 나타난다. 앞서 살핀 활주로 단위 ‘본’을 비롯해 자동차 타이어 개수를 나타낼 때도 ‘본’을 쓴다. 특히 주차장의 주차 용량을 가리킬 때는 단위어로 ‘본’은 물론 ‘면·바닥·바탕·대·개·칸’ 등 쓰이는 말이 적어도 일곱 가지는 된다. 주차 용량을 나타내는 말이 중구난방이라는 얘기다. ‘그루·면·개·대’ 등 좋은 말 많아‘본(本)’은 예전에는 초목이나 영화 필름을 세는 말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이마저도 잘 쓰지 않는다. 초목은 그루로, 필름은 편 또는 통으로 바꿔 쓴다. 주차장에서 차량별 점유 구획을 나타낼 때도 흔히 ‘주차 면적 200본’ 식으로 적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본’의 뜻인 ‘바탕’이란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낯선 한자말 ‘본’보다는 자동차 단위는 ‘대’이므로 ‘주차 대수 200대’ ‘주차 용량 200대’라고 하면 그만이다.
이를 ‘주차 용량 200칸’ ‘주차 용량 200면’ 식으로 ‘칸’이나 ‘면’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요즘 신축 아파트는 전체 주차장 칸수의 5% 이상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야 한다.” “주차장 200칸이 있는 아파트는 최소 10칸에 전기차 충전기를 구비해야 한다.” 이런 데 쓰인 ‘칸’은 ‘사방을 둘러막은 그 선의 안’을 말한다. “시험지 칸을 채우느라고 진땀 뺐다” “빈칸에 체크하세요” 식으로 말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칸’도 쓸 수 있을 것이다.
‘주차 용량 200면’은 어떨까? ‘면(面)’은 겉으로 드러난 평평한 바닥을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주차장에서 자동차를 주차하는 바닥을 나타내는 단위어로 쓰일 수 있다. 서두에서 살펴본 활주로의 단위어로도 좋다. 낯설고 어려운 ‘본’보다는 ‘면’이 제격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면의 풀이에 단위어로서의 쓰임새를 올려놓고 있다. 다만 ‘책이나 신문 따위의 지면을 세는 단위’로 돼 있어서 풀이가 제한적이다. 활주로, 주차 용량 등을 나타내는 단위로서의 쓰임새를 함께 올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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