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주차하고 와서는 “주차시키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라고 한다. ‘주차하느라’가 바른 표현이다. 금융거래 시 자신이 입금해야 할 거면서 “아직 돈을 입금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입금하지 못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 원내대표는 13일 대장동 항소 포기를 둘러싼 검찰 내부 반발과 관련해 ‘정치 검사들의 특권을 보장하는 제도부터 폐지시키거나 과감히 뜯어고치겠다’고 밝혔다.” “산업 현장 혼란이 커질 것이란 경영계 우려에도 정부 여당은 개의치 않고 노란봉투법을 입법화시켜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올해 사회적 이슈가 돼 주목받은 두 사건을 각각 설명한 언론보도 가운데 한 대목이다. 두 문장엔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 중 잘못 쓰는, 하지만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말 표현 오류가 공통적으로 하나 있다.‘시키다’는 남에게 ~하게 하는 것‘폐지시키거나’와 ‘입법화시켜’가 그것이다. 바른 어법은 ‘폐지하거나’ ‘입법화해’라고 해야 한다. 사동접미사 ‘-시키다’ 남용에 따른 오류다. 사동(使動)이란 어떤 주체가 제3의 대상에게 동작이나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예문에서는 주체(주어)가 직접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니 사동형을 쓸 게 아니라 타동사 ‘~를 폐지하다’ ‘~를 입법화하다’ 형식을 취해야 한다.

우리말에서 사동의 의미를 지닌 표현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이, 히, 리, 기’ 같은 사동접미사를 붙여 사동사를 만든다. 가령 ‘먹다, 넓다, 늘다, 옮다’에서 ‘먹이다, 넓히다, 늘리다, 옮기다’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어간에 ‘-게 하다’를 붙이는 방법이다. ‘먹게 하다, 넓게 하다’ 같은 꼴이 그것이다. 셋째 ‘-시키다’를 붙여 만들 수 있다. 사동 용법의 오류는 이 ‘-시키다’를 습관적으로 아무 곳에나 붙이는 데서 발행한다. 예컨대 ‘(상품을) 개발하다’의 동작주는 주어 한 사람인데, 이를 ‘개발시키다’라고 하면 주어가 ‘(누군가에게 시켜) 개발하게 하다’라는 의미가 된다. 즉 ‘-하다’ 형태로 써야 할 말을 ‘-시키다’로 남용하는 데서 오는 오류다.

‘주차시키다’와 ‘소화시키다’ ‘입금시키다’ 등은 일상에서 흔히 생기는 대표적 오류 사례다. 자신이 주차하고 와서는 “주차시키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라고 한다. 이는 ‘다른 사람에게 시켜 주차했다’라는 뜻이 된다. ‘주차하느라’가 바른 표현이다. 흔히 음식을 먹고 “소화시킨다”라고 하지만, 누구에게 시켜 소화하게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역시 잘못 쓰는 말이다. ‘소화한다’라고 해야 한다. 이 말은 의미가 확대돼 다양한 상황에서 쓰이는데, 가령 “그는 어려운 과제를 무난하게 소화시켰다”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소화했다’라고 해야 바른 말이다.

금융거래 시 자신이 입금해야 할 거면서 “아직 돈을 입금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누군가를 시켜 입금해야 하는데 아직 이를 못했다’는 뜻이 된다. ‘입금하지 못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 완성시킨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라고 하면 ‘누군가에게 시켜 완성하게 한 제품’이란 뜻이라 엉뚱한 의미가 된다. ‘-시키다’의 남용과 오용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다. 이를 무심코 반복하는 것은 우리말을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쓰려는 태도가 아니다.말을 논리적으로 써야 우리말 발전반대로 사동사를 써야 할 곳에 자동사나 타동사를 써서 표현이 어색해지는 경우도 많다. 가령, “국가인권위원회는 ◇◇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언론자유를 위축할 우려가 있다’며 법안 수정을 요구했다” 같은 문장은 어디에 문제가 있을까. ‘위축하다’는 자동사다. ‘~가 위축하다’ 꼴로 쓰인다. 여기서는 목적어가 있어서 타동사(또는 사동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즉 ‘언론자유를 위축하게 할~’이란 문맥이다. 따라서 ‘~하게 하다’에 해당하는 말 ‘-시키다’를 써야 할 곳이다. ‘언론자유를 위축시킬’이라고 해야 정상적 표현이다.

홍성호 
이투데이 여론독자부장·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홍성호 이투데이 여론독자부장·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가사 중에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구절이 빨갱이를 연상한다는 이유로 금지됐다가 1987년 해금됐다.” ‘엘레지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미자 선생의 히트곡 ‘동백아가씨’를 설명하는 대목인데, 여기에도 자연스럽지 않은 말이 눈에 띈다. ‘연상한다는’이 그것이다. 이 말은 타동사라 ‘~을 연상하다’ 형식으로 쓰인다. 여기서는 의미상 ‘누군가에게 연상하게 하다’란 뜻이다. 그러니 사동형을 써서 ‘연상시킨다는’이라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