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주차하고 와서는 “주차시키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라고 한다. ‘주차하느라’가 바른 표현이다. 금융거래 시 자신이 입금해야 할 거면서 “아직 돈을 입금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입금하지 못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말에서 사동의 의미를 지닌 표현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이, 히, 리, 기’ 같은 사동접미사를 붙여 사동사를 만든다. 가령 ‘먹다, 넓다, 늘다, 옮다’에서 ‘먹이다, 넓히다, 늘리다, 옮기다’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어간에 ‘-게 하다’를 붙이는 방법이다. ‘먹게 하다, 넓게 하다’ 같은 꼴이 그것이다. 셋째 ‘-시키다’를 붙여 만들 수 있다. 사동 용법의 오류는 이 ‘-시키다’를 습관적으로 아무 곳에나 붙이는 데서 발행한다. 예컨대 ‘(상품을) 개발하다’의 동작주는 주어 한 사람인데, 이를 ‘개발시키다’라고 하면 주어가 ‘(누군가에게 시켜) 개발하게 하다’라는 의미가 된다. 즉 ‘-하다’ 형태로 써야 할 말을 ‘-시키다’로 남용하는 데서 오는 오류다.
‘주차시키다’와 ‘소화시키다’ ‘입금시키다’ 등은 일상에서 흔히 생기는 대표적 오류 사례다. 자신이 주차하고 와서는 “주차시키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라고 한다. 이는 ‘다른 사람에게 시켜 주차했다’라는 뜻이 된다. ‘주차하느라’가 바른 표현이다. 흔히 음식을 먹고 “소화시킨다”라고 하지만, 누구에게 시켜 소화하게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역시 잘못 쓰는 말이다. ‘소화한다’라고 해야 한다. 이 말은 의미가 확대돼 다양한 상황에서 쓰이는데, 가령 “그는 어려운 과제를 무난하게 소화시켰다”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소화했다’라고 해야 바른 말이다.
금융거래 시 자신이 입금해야 할 거면서 “아직 돈을 입금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누군가를 시켜 입금해야 하는데 아직 이를 못했다’는 뜻이 된다. ‘입금하지 못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 완성시킨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라고 하면 ‘누군가에게 시켜 완성하게 한 제품’이란 뜻이라 엉뚱한 의미가 된다. ‘-시키다’의 남용과 오용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다. 이를 무심코 반복하는 것은 우리말을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쓰려는 태도가 아니다.말을 논리적으로 써야 우리말 발전반대로 사동사를 써야 할 곳에 자동사나 타동사를 써서 표현이 어색해지는 경우도 많다. 가령, “국가인권위원회는 ◇◇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언론자유를 위축할 우려가 있다’며 법안 수정을 요구했다” 같은 문장은 어디에 문제가 있을까. ‘위축하다’는 자동사다. ‘~가 위축하다’ 꼴로 쓰인다. 여기서는 목적어가 있어서 타동사(또는 사동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즉 ‘언론자유를 위축하게 할~’이란 문맥이다. 따라서 ‘~하게 하다’에 해당하는 말 ‘-시키다’를 써야 할 곳이다. ‘언론자유를 위축시킬’이라고 해야 정상적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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