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에선 'FIFA'를 '피파'뿐 아니라 영문 글자대로 읽은 '에프아이에프에이'도 함께 표제어로 올려놓았다. 같은 유형인 '나토'를 따로 '엔에이티오'라고 하지 않듯이 FIFA도 '피파'라고 하면 충분하다.
애크로님은 원래 단어처럼 읽는 것인데,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에선 ‘FIFA’를 ‘피파’뿐 아니라 영문 글자대로 읽은 ‘에프아이에프에이’도 함께 표제어로 올려놓았다. 이는 ‘피파’가 단독으로 우리말 단어로 자리 잡기엔 아직 언어 세력이 충분치 않다고 보았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사전 편찬자의 개별 판단이 작용한 결과이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피파’ 같은 애크로님은 익숙한 정도로 볼 때 단어가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를 이니셜처럼 글자대로 읽는 표제어를 함께 올리는 것은 우리말에 불필요한 ‘복잡성’을 더할 뿐이다. 따라서 이런 잉여적 올림말은 시급히 버려야 한다. 같은 유형인 ‘나토’를 따로 ‘엔에이티오’라고 하지 않듯이 FIFA도 ‘피파’라고 하면 충분하다.
우리말에선 왜 외래 고유 명칭을 하나로 통일해 쓰지 않고 제각각 또는 병행해서 표기하는 것일까. 이는 각각의 말이 지닌 언어적 정당성과 위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가 압도적인 언어 세력을 보이면 그것을 대표어로 쓸 수 있다. ‘유엔’을 비롯해 ‘유니세프, 이메일’ 같은 단어가 그렇게 탄생한 말이다. 유엔은 애초에 국제연합과 영문 약자 UN이 뒤섞여 쓰이다가 지금은 한글 ‘유엔’으로 수렴돼가는 중이다. 국제연합은 현실 언어에서 이미 보기 힘들어졌고, UN과 유엔이 경합하다 근래에 ‘유엔’이 좀 더 강한 쓰임새를 보이는 것 같다.‘이메일 vs 전자우편’ 최종 승자는?‘유니세프(UNICEF)’ 역시 요즘 영문 약어나 ‘국제연합아동기금’을 쓰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영문 약어를 단어로 읽은 ‘유니세프’가 단독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메일’도 처음 나왔을 때는 언론에서 주로 ‘e메일’로 적었다. 차마 ‘mail’까지 영자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 ‘electronic’의 첫 글자인 e만 따오고 나머지는 한글로 전사했다. 곧이어 정부에서 ‘전자우편’이란 대체어를 제시해 한동안 세력 다툼을 벌였으나 ‘이메일’의 벽을 넘지 못했다. 현재 ‘전자우편’은 세력이 미미해져 쓰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 ‘이메일’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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