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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작열(灼熱)'의 발음은 [자결] 아닌 [장녈]

    한여름을 달궜던 ‘작열하는 태양’도 처서(8월 23일)를 앞두고 서서히 식어가는 느낌이다. 지난 호에선 ‘작열’과 ‘작렬’ ‘장렬’ 사이의 표기 규칙을 살폈다. 이들 사이의 발음을 둘러싼 논란도 표기 못지않게 헷갈리고 복잡하다. 우선 세 단어는 소리로는 거의 구별하기 어렵다. 모두 [장녈]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작열하는 태양’과 ‘포탄이 작렬하다’에선 [장녈]이고, ‘장렬한 전사’에선 [장ː녈], 즉 장음으로 발음된다. ‘ㄴ 첨가’ 현상과 비음화 과정우선 ‘작열(灼熱)’의 표준 발음이 [장녈]로 정해진 과정에는 표준발음법상 ‘ㄴ 첨가 현상’과 ‘비음화’ 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우리말 발음에선 어떤 특별한 음운환경 아래에서 ‘ㄴ’음이 첨가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표준발음법 제29항이 그 조건을 규정으로 담은 것이다. 그것은 ①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②앞말에 받침이 있고 ③뒷말 첫음절이 ‘이, 야, 여, 요, 유’로 시작할 때다. ‘ㄴ’음 첨가 현상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할 때 발생한다.‘동-영상[동녕상], 솜-이불[솜니불], 막-일[망닐], 내복-약[내봉냑], 색-연필[생년필], 늑막-염[능망념], 영업-용[영엄뇽], 식용-유[시굥뉴], 백분-율[백뿐뉼]’ 같은 게 합성어에서 ‘ㄴ 첨가’된 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이들 복합어를 표제어로 올릴 때 붙임표(-)를 써서 어원 정보를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작열’은 복합어가 아니라 단일어로 확인된다. 그래서 원래 발음이 흘러내린 [자결]이 돼야 이치에 맞는다. ‘단열재[다:녈째], 발열[바렬], 흡열[흐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작열하는 태양'에 담긴 문법들

    유난히 뜨거웠던 올여름 무더위도 막바지 자락에 접어들었다. 특히 건설 등 야외 작업을 하는 곳은 폭염과 싸우느라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한낮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선 사고 위험을 줄이려 작업자들의 안전 확보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우리가 글쓰기를 할 때 어려워하는 표기가 하나 눈에 띈다. ‘작열하는 태양’의 ‘작열’이 그것이다. 작열? 작렬? 장렬? 일상에서 흔히 하는 말인데 막상 쓰려다 보면 알쏭달쏭해진다.‘더울 열-찢을 렬’ 자 따라 ‘작열-작렬’이들 비슷한 형태의 말을 둘러싸고 우리말 문법 여러 가지를 엿볼 수 있다. 표기 관련해선 두음법칙을, 발음과 관련해선 ‘ㄴ첨가 현상’을 우선 짚어볼 수 있다. 두음법칙을 알아보기 전에 표기 구별부터 해보자. 작열과 작렬, 장렬… 모국어 화자라면 어려서부터 익혀온 것이라 이들을 어느 정도 직관적으로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의미에 따라 한글 형태를 외우는 수밖에 없다. 한자와 함께 익히면 어느 정도 개념적 구별에 도움이 된다.우선 ‘작열하다’를 보자. ‘불 따위가 이글이글 뜨겁게 타오름’이 작열(灼熱)이다. ‘불사를 작(灼), 더울 열(熱)’로 이뤄졌다. 둘 다 글자에 ‘불 화(火)’ 자가 들어 있음을 염두에 두면 알기 쉽다(熱 자 아래쪽 점 4개가 부수 火의 이체자다). 올여름 내내 입에 오르내렸던 ‘이열치열, 열대야, 열사병’ 같은 말에 모두 같은 ‘열(熱)’ 자가 들어 있다.‘작렬하다’의 ‘작렬(炸裂)’은 ‘터질 작, 찢을 렬’ 자다. 그래서 포탄 따위가 터져서 쫙 퍼지는 것을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