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灼熱)’의 표준 발음이 [장녈]로 정해진 과정에는 표준발음법상 ‘ㄴ 첨가 현상’과 ‘비음화’ 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우리말 발음에선 어떤 특별한 음운환경 아래에서 ‘ㄴ’음이 첨가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작열(灼熱)'의 발음은 [자결] 아닌 [장녈]](https://img.hankyung.com/photo/202508/AA.41407921.1.jpg)
‘동-영상[동녕상], 솜-이불[솜니불], 막-일[망닐], 내복-약[내봉냑], 색-연필[생년필], 늑막-염[능망념], 영업-용[영엄뇽], 식용-유[시굥뉴], 백분-율[백뿐뉼]’ 같은 게 합성어에서 ‘ㄴ 첨가’된 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이들 복합어를 표제어로 올릴 때 붙임표(-)를 써서 어원 정보를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작열’은 복합어가 아니라 단일어로 확인된다. 그래서 원래 발음이 흘러내린 [자결]이 돼야 이치에 맞는다. ‘단열재[다:녈째], 발열[바렬], 흡열[흐별], 백열[배결]’ 등 비슷한 형태의 단어들이 모두 발음이 흘러내린다. 이들은 합성어가 아니므로 'ㄴ'이 첨가될 조건이 아니다. 따라서 받침이 흘러내린 발음을 표준으로 잡은 것이다. 이에 비해 ‘난방-열[난방녈], 문학-열[문항녈]’ 등 합성어에서는 발음할 때 ‘ㄴ’이 첨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ㄴ 첨가’ 무너지는 흐름 추적해야하지만 말의 속성이 그렇듯이, 모든 단어가 조건에 맞는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ㄴ’ 음이 덧나거나 또는 덧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외 규정이 있다. ‘검열’과 ‘금융’ ‘이죽이죽’ 같은 게 그런 경우다. 이들은 [거멸] [그뮤+ㅇ] [이주기죽]처럼 받침을 흘려 말하기도 하고 [검녈] [금늉] [이중니죽]처럼 ㄴ음을 첨가해 발음하기도 한다. 표준발음에서는 현실 발음을 반영해 이들을 다 허용했다(표준발음법 29항 ‘다만’ 조항).
이 같은 연장선에서 ‘작열’은 ㄴ이 첨가된 발음이 굳어진 것으로 보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그 발음이 [장녈]이라고 따로 보여줬다. 이는 ‘정열(情熱)’도 마찬가지다. 단일어로 보면 [정열] 식으로 받침을 흘려야 하나, 실제론 누구나 이 말을 ‘ㄴ 첨가’된 [정녈]로 발음한다. 따라서 현실어법을 존중해 이를 표준발음으로 사전에 올렸다. ‘ㄴ 첨가’된 이후 [작녈→장녈]이 되는 과정에는 비음화를 거쳤다. 비음화란 받침 ‘ㄱ, ㄷ, ㅂ’이 비음(콧소리)인 ‘ㄴ, ㅁ’ 앞에서 조음방식이 동화돼 같은 비음인 ‘ㅇ, ㄴ, ㅁ’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표준발음법 제18항에 담겼다. ‘먹는[멍는], 옷맵시[온맵씨], 꽃망울[꼰망울], 밥물[밤물], 앞마당[암마당]’ 같은 데서 비음화 현상을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