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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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상승 때'와 '상승할 때'의 차이
‘지방 소멸’이 국가적 화두로 떠올랐다. 저출산·고령화와 맞물려 지방의 도시들이 머지않은 장래에 사라진다는 암울한 얘기다. 고령인구는 빠르게 늘어나지만,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는 지역이 많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제2 도시인 부산마저 예외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영호남과 강원 지역의 농어촌 대부분이 이런 상황으로 보면 됩니다.” 한 미래전략 전문가의 지적은 지방 소멸이 국가의 명운을 걸어야 할 난제 중 난제로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서술어 자리엔 동사·형용사가 와야물론 우리의 관심은 여기 쓰인 어법에 있다. 이 말의 한 대목이 어색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으로’가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문장에서는 ‘이런 상황인 것으로’라고 해야 자연스럽다. 왜 그럴까. ‘이런 상황으로’라고 할 때는 왜 표현이 어색한 것이고, 이 같은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글쓰기에서 이 오류 유형은 빈번히 나온다. 대부분 비문인 줄도 모르고 넘어간다. 하지만 글의 흐름에 민감한, 문법을 아는 사람들은 이 부분이 매끄럽지 않아 읽기에 불편하다. 오류의 원인을 한마디로 하면, 문장 구성을 ‘주어+서술어(동사·형용사)’로 해야 할 것을 ‘주어+명사’로 잘못 썼기 때문이다. 읽을 때 어색함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명사는 서술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대부분(주어)이 이런 상황(명사)으로”와 “대부분(주어)이 이런 상황인(서술어) 것으로”의 차이점이다.이 문장은 원래 상당히 복잡한 형태다. 우선 주어 ‘대부분’은 전체 문장의 주어는 아니고 ‘~농어촌 대부분이 이런 상황이다&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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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관식'에 숨은 뉴스언어의 오류
11월 대선에 나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보로 공식 지명한 공화당 전당대회가 지난달 18일 마무리됐다. 나흘 일정의 이번 전당대회는 트럼프의 유세 중 피격이란 극적 장면까지 더해져 시종일관 열광적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트럼프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그의 당선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그런 까닭인지 우리 언론들 보도에도 그런 분위기가 반영된 듯하다. 대관식은 즉위할 때 왕관 쓰는 의식“막 오른 트럼프 대관식” “‘귀에 붕대’ 트럼프, 감격의 대관식 등판”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 공식 지명 … 대관식 된 전당대회”…. 국내 대부분의 언론이 전한 공화당 전당대회 소식이다. 주목해야 할 표현은 ‘대관식’이다. 이 말을 써온 많은 사람은 고개를 갸웃했을 것 같다. 전당대회 분위기가 마치 ‘대관식 같았다’는 데서 나온 말이었을까?‘대관식(戴冠式)’은 세습군주가 왕관을 쓰는 예식을 말한다. 주로 유럽의 군주국에서, 즉위식 때 왕관을 머리에 올려 그 위상과 권력의 발동을 정식으로 공표하는 행사다. ‘즉위식(卽位式)’은 임금 자리에 오르는 것을 백성과 조상에게 알리기 위해 치르는 의식이다. 그러니 즉위식이니 대관식이니 하는 말은 유래로 보면 임금 등이 있는 군주국에서 쓰는 말이다.오늘날엔 영국을 비롯해 일본, 태국, 네덜란드, 스웨덴 등 일부 국가에만 군주가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이들 국가에서만 ‘대관식’을 볼 수 있다. 군주국에 대비되는 말이 ‘공화국’이다. 한국이나 미국같이 공화제를 택한 대부분의 나라에선 국가원수인 대통령도 ‘대관식’이 아닌 ‘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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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는 끈적하고 '강더위'는 불볕 같죠
기후위기로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가 장마 속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여름 복더위에 푹푹 찌는 더위를 나타내는 말로는 무더위를 비롯해 폭염, 폭서, 삼복더위, 불볕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등 다양한 표현이 있다. 이 중 폭염(暴炎)과 폭서(暴暑)는 한자어고, 나머지는 순우리말 합성어다. 예전엔 폭염, 폭서가 자주 쓰였는데 요즘은 찜통더위 등 순우리말 표현이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아무래도 더운 상황을 나타내는 데 순우리말로 하는 게 더 실감 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데서도 몸에 익은 고유어가 한자어 등 다른 어떤 말보다 친근하고 설득력이 있다는 게 드러난다.무지개는 ‘비가 만들어낸 하늘문’ 뜻몹시 심한 더위를 나타내는 여러 말 중 ‘무더위’를 들여다볼 만하다. 이 말의 정체는 ‘물+더위’의 결합이다. 일상에서 쓰는 말 가운데 ‘물’과 어울려 이뤄진 게 꽤 많다. 무더위를 비롯해 무사마귀, 무살, 무소, 무서리, 무쇠, 무수리, 무자맥질, 무좀, 무지개. 이들이 모두 ‘물’ 합성어다. 이 중 ‘무지개’가 재미있다. 무지개는 옛말에서 ‘물+지게’인데, 이때 ‘지게’는 등에 짐을 질 때 쓰는 그 지게가 아니다. 이는 ‘문(門)’을 뜻하는 말이었다(홍윤표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 그러니 무지개는 곧 ‘비가 만들어낸, 하늘로 통하는 문’이란 뜻이다. 우리 조상들이 실체만큼이나 멋들어진 말을 붙여 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는 게 느껴진다.무더위가 ‘물’과 관련 있음을 알았으니 이제 이 말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무더위는 물기를 머금은 더위, 즉 습도와 온도가 높아 끈끈하게 더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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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피서철 '납량'에 담긴 우리말 문법들
‘오뉴월 장마’라고 한다. 예전에 음력을 쓰던 시절에 생긴 말이니 지금으로 치면 양력 6, 7월께다. 장마 뒤에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다가온다. 이즈음 급격히 늘어나는 말이 ‘피서’다. 피서(避暑)는 ‘피할 피, 더울 서’ 자를 쓴다.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으로 옮기다’란 뜻이다. 역대급 더위가 예상되는 올해는 해수욕장도 예년보다 빨리 개장했다. 요즘은 호캉스(호텔+바캉스)를 비롯해 다양한 피서 방법이 있지만 우리 조상들은 숲속 계곡물을 찾아 발을 담그고 노는 것을 최고의 피서로 꼽았다. ‘납량’은 ‘서늘함을 느끼다’란 뜻“복더위 찌는 날에 맑은 계곡 찾아가/ 옷 벗어 나무에 걸고 풍입송 노래하며/ 옥 같은 물에 이 한 몸 먼지 씻어냄이 어떠리.” ‘해동가요’를 펴낸 조선 영조 때 가객 김수장의 시조다. 여기 나오는 ‘풍입송(風入松)’은 고려 시대의 가요로, 태평성대를 기원하고 왕덕(王德)을 찬양하는 노래다. 김수장이 그려낸 복더위 피서법을 ‘탁족(濯足)’이라고 부른다. 한여름에 산수 좋은 곳을 찾아 계곡물에 발을 씻으며 노는 것을 가리킨다. 고을의 선비들끼리 계모임처럼 ‘탁족회(濯足會)’를 만들어 계곡으로 놀러가 시를 읊고 풍류를 즐겼다.삼복더위를 쫓기 위해 예로부터 ‘피서’와 함께 ‘납량’이란 말을 많이 썼다. ‘납량’은 ‘들일 납(納), 서늘할 량(凉)’ 자로, 글자 그대로 ‘서늘함을 들이다’란 뜻이다. 여름철에 더위를 피해 서늘한 기운을 맞는 것을 나타낸다. 서울의 지역명 ‘청량리(淸凉里)’에 이 ‘서늘할 량(凉)’ 자가 들어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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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커뮤니케이션 실패를 불러오는 법률 속 말들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통정매매 행위를 통해 사익을 추구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지난 6월 20일 윤경립 유화증권 회장이 낸 징계 취소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윤 회장의 통정매매 행위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그는 2015~2016년 부친이자 창업주인 고(故) 윤장섭 명예회장이 보유한 회사 주식 약 68만8000주(106억 원 상당)를 회사가 통정매매 방식으로 사들이게 한 혐의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았다.법률이 왜곡해온 우리말 ‘수두룩’판결문에는 알 듯 말 듯 한 말이 하나 있다. ‘통정매매’가 그것이다. 법원의 이 메시지 구성으로 인해 언론이란 메신저를 타고 국민에게 전달된 판결문은 충분한 의미전달을 달성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커뮤니케이션 실패’인 셈이다.국어사전에 ‘통정(通情)’이란 말이 나온다. 한자를 통해 보면 대략 ‘정을 통함’이란 뜻으로 짐작된다. 사전에서도 ‘남녀가 정을 통함’이란 뜻으로 풀이한다. “남의 남편과 통정하다”처럼 주로 부정적 상황에서 쓰인다. ‘간음, 내통, 사통, 야합’이 모두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이게 우리가 ‘통정’을 들었을 때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의미다.그런데 국어사전은 또 다른 풀이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서로 마음을 주고받음’이다. “그는 나와 통정하는 유일한 친구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통정하고 지내온 사이다”처럼 쓴다. 여기에 ‘매매’가 붙으면 ‘증권 거래에서 상장 회사의 임직원이 회사에 대한 정보를 특정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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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속에 도사린 왜곡된 우리말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46조 2항 규정이다.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의 일방 독주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무겁다. 협치는 애당초 기대난망이었다. 요즘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온다. 그래서 헌법 제46조 ‘국회의원의 의무’를 담은 조항들을 더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데 2항의 이 조문은 어딘지 어색하다. 어디가 문제일까. 목적어 있을 때는 ‘우선시하다’ 써야‘국가이익을 우선하여’가 문제의 대목이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 국가이익을 우선한다? 문맥을 통해 대략적인 뜻은 알 수 있다. 국가이익을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우선시한다’는 얘기다. 그럼 ‘우선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국어사전은 이를 ‘앞서 다루어지거나 특별히 여겨지다’라고 풀고 있다.이때 ‘다루어지거나 여겨지다’를 눈여겨봐야 한다. 여기에 힌트가 있기 때문이다. ‘-어지다’는 믿어지다, 느껴지다, 따뜻해지다 같은 데서 알 수 있듯이 ‘~하게 됨’ 또는 ‘~상태로 됨’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러니 ‘우선하다’는 자동사, 즉 목적어가 필요 없는 동사라는 뜻이다. 이에 비해 앞에서 본 것처럼 ‘우선시하다’는 다른 것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즉 목적어를 동반하는 타동사다.“한국 외교에 대한 깊은 반성과 국익을 우선하는 단호한 자세가 절실하다.” 이제 이런 문장에 쓰인 ‘우선하는’이 틀린 말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우선하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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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와 '이에 따라' 구별하기
“정부가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임대소득 연 2000만 원 이하 수십만 은퇴 생활자의 세 부담을 원안보다 70~90%가량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로 인해 월 100만 원의 임대소득을 올리는 은퇴자의 세 부담은 원안(92만 원)에서 80% 가까이 줄어든 연 17만 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세금에 따라 자산 이득이 급변하는 부동산시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라 집주인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반복된다. 예전에 있었던 ‘2·26 임대시장 선진화 대책’도 그중 하나였다. 올바른 방향이었지만 주택시장이 불안한 봄 이사철에 이를 발표해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역풍을 맞았다. 결국 보완 대책이 나오게 됐다.‘이로 인해’는 ‘이로 말미암아’란 뜻이를 전한 한 언론 보도 문장엔 주목할 만한 표현이 들어 있다. ‘이로 인해’가 그것이다. 이 말이 어색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에 따라’가 좀 더 적합한 말이다. 이들을 구별해 써야 고급 한국어 구사가 가능하다.‘이로 인해’와 ‘이에 따라’는 비슷한 듯하지만, 논리적 쓰임새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이로 인해’는 ‘이로 말미암아’란 뜻이다. ‘인(因)’이 ‘말미암다’로 새기는 글자다. ‘말미암다’는 ‘어떤 현상이나 사물 따위가 원인이나 이유가 되다’란 뜻이다. “정치적 음모로 말미암아 사건이 파국으로 치달았다/대도시에서 스모그로 말미암아 많은 시민이 사망했다”처럼 쓴다.‘말미암아’ 자리는 ‘인해’와 등가로 대체된다. ‘-로 말미암아’ 대신 ‘때문에’를 써도 된다. 즉 ‘이로 인해’는 ‘어떤 현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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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법 66년간 왜곡해온 민법 조항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민법 제2조 1항의 규정이다.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가 여럿 있다. 이 말이 드러내는 가치도 그중 하나다.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한 명으로서 상대방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성실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용어지만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말이다. 줄여서 ‘신의칙(信義則)’이라고도 한다. ‘신의에 좇아’는 우리말에 없는 표현그런데 이 조항의 문장, 사실은 어색하다. 어째서일까? 동사를 잘못 썼기 때문이다. ‘좇다’는 ‘(무언가를) 따르다’란 뜻이다. ‘의견을 좇다/관례를 좇다/유언을 좇다’처럼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타동사다. 그런데 신의칙을 담은 문장에선 ‘신의를 좇아’가 아니라 ‘신의에 좇아’로 돼 있다. 우리는 타동사를 ‘밥을 먹다’ ‘노래를 부르다’처럼 쓰지 ‘밥에 먹다’ ‘노래에 부르다’라고는 절대 안 한다. 그러니 ‘신의를 좇아’라고 고쳐 써야 한다. 굳이 문법을 들먹이지 않아도 너무나 명백한 오류다.우리 민법에 누구나 알 만한 이런 오류가 아직도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민법이 1958년에 제정 공포됐으니 만 66년 되도록 잘못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셈이다. 제정 당시 일본 민법을 베껴 기계적으로 옮기다 보니 우리말답지 않은 표현이 됐다는 게 국어학자 김세중 박사의 설명이다.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장을 지낸 김 박사는 근래 몇 년을 민법을 비롯해 법조문의 우리말 오류에 천착해 있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