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격조사 ‘-이(가)’는 일반적으로 문장에서 주어를 강조할 때 쓰고, 보조사 ‘-은(는)’은 통상 주어가 이끄는 뒷말을 부각시키고 싶을 때 쓴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244㎡는 지난달 65억원에 거래된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흔히 볼 수 있는 두 문장이지만, 각각에는 표현상 어색한 데가 한 곳씩 있다. 주격조사로 쓰이는 ‘-은(는)/-이(가)’의 용법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면 눈에 띄는 데가 있다.주어를 강조하는 주격 ‘-이(가)’문법을 지키는 것은 ‘세련된 표현’을 쓰기 위한 지름길 중 하나다. 문법은 구성원들이 함께 받아들이는 공통 규범이다. 글쓰기에서도 이를 지킬 때 편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이 나온다. 읽으면서 편하고 익숙할 때 독자는 글이 매끄럽다고 느낀다.
흔히 ‘-은(는)/-이(가)’는 다 주격조사인 줄 알지만, 정확히는 ‘-이(가)’만 주격조사이고 ‘-은(는)’은 보조사다. 보조사란 체언, 부사, 활용 어미 따위에 붙어서 어떤 특별한 의미를 더해주는 조사다. 가령 주제를 표시하거나 대조 또는 강조하는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어떤 화제를 이끄는 주제를 표시한다’는 점에서 주제격 조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로 이 주제격 조사로서의 쓰임새가 주격조사 ‘-이(가)’ 용법과 비슷해 늘 헷갈리는 대상이 된다.
예를 들면, “부산이 대한민국의 제2의 도시다”와 “부산은 대한민국의 제2의 도시다”를 어떻게 구별할까? 우선 ‘부산이~’는 말 그대로 주격으로 문장에서 서술어 ‘도시다’의 주체/주어임을 나타낸다. 문장의 중심, 즉 내용상 초점이 주어에 있어서 ‘부산’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대구도 아니고 광주도 아니고 바로 ‘부산’이 그렇다는 뜻을 드러낸다. 이에 비해 보조사 ‘-은(는)’을 쓴 ‘부산은~’은 주어 뒤에 나오는 내용이 초점이 된다. 화제를 이끈다는 점에서 주제격이라 한다. 의미상 중심이 뒤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제2의 도시다’를 강조하는 표현이다.‘-은(는)’은 화제를 이끄는 주제격이제 문장 가)와 나)의 차이를 구별해보자. 우선 답부터 말하면 가)의 ‘한은이’는 ‘한은은’이 좋고, 나)의 ‘반포자이 전용 244㎡는’은 ‘반포자이 전용 244㎡가’가 적절한 표현이다. 주격조사 ‘-이(가)’는 일반적으로 문장에서 주어를 강조할 때 쓰고, 보조사 ‘-은(는)’은 통상 주어가 이끄는 뒷말을 부각하고 싶을 때 쓴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금리인상은 당연히 한은에서 하는 것이라 이 문장에서 주어 ‘한은’을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외려 이어지는 내용을 더 도드라지게 해야 한다. 즉 ‘한은이’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한은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전달하는 문장이다. 정리하면 이 차이는 주어를 강조하느냐(‘-이/가’), 주어가 이끄는 내용을 강조하느냐(‘-은/는’)에 따라 결정된다.
나)에서는 반대로 주격 ‘-이(가)’를 써야 하는 경우다. 같은 요령으로 판단하면 된다. 문장 주제인 반포자이는 ‘부동산시장의 화젯거리로 떠올랐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주어인 ‘반포자이’가 초점이다. 즉 ‘반포자이가 화젯거리로 떠올랐다’는 것을 전하고자 하는 문맥이다.
요령을 알았으니 이제 응용해보자. “정부가 한국판 뉴딜 사업 규모를 60조원 늘려 2025년까지 220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주격(‘정부가’)이 아니라 주제격(‘정부는’)이 적절하다. 주격조사를 쓰면 ‘정부’에 방점이 찍히므로, 그 누구가 아니라 바로 ‘정부’라는 뉘앙스를 띠게 된다. 그런데 한국판 뉴딜 사업 같은 것은 당연히 정부에서 하는 일이므로, ‘정부가~’로 할 필요가 없다. 이 문맥은 뒤에 이어지는 내용, 즉 뉴딜 사업 규모를 키워 얼마를 쏟아붓는다는 게 새로운 팩트이니 주제격을 써서 ‘정부는~’ 식으로 화제를 이끌어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