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와 ‘-에’의 구별이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관용적으로 형태가 굳어진 말이다. 한 단어로 처리돼 사전에 오른 말로 대표적인 게 ‘별의별’ ‘반의반’이다. 이들은 조사 ‘-의’ 계통으로 굳었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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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밤하늘의 별들이 반딧불이 돼 버렸지… 그래도 괜찮아 난 빛날 테니까.” 황가람이 리메이크한 노래 ‘나는 반딧불’이 역주행하며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 소박하면서도 진솔한 노랫말은 많은 이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어느새 ‘국민 위로곡’이라 불릴 정도로 공감을 얻고 있다. 발음에 이끌려 ‘-의’를 ‘-에’로 잘못 써그런데 노래들 듣고 가사를 익힌 이들에겐 실제 표기와 발음이 달라 주목해야 할 곳이 한 군데 있다. ‘밤하늘의 별들이~’가 그곳이다. 대부분은 여기를 [밤하늘에 별들이~]로 이해했을 것이다. 실제 노래 속 발음도 그렇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말에 “무엇을 얻거나 성취하기가 몹시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있다. ‘하늘의 별 따기’가 그것이다. 흔히 쓰는 말이지만 막상 이를 ‘하늘의 별’인지 ‘하늘에 별’인지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답부터 말하면 ‘하늘의 별’이 바른 표기다. 이를 발음에 이끌려 ‘-에’로 적는 경우가 흔하다. 조사 ‘-의’를 쓰느냐 ‘-에’를 쓰느냐에 따른 사소한 차이인 듯하지만, 글쓰기에서 의외로 고민에 빠지게 하는 요소다. 우리말에 이런 유형의 표현이 꽤 있다.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거나 좋은 것에 있는 사소한 흠”을 이르는 말은 무엇일까? ‘옥의 티’? ‘옥에 티’? ‘옥에 티’가 바른 표현이다. “눈앞에 닥친 절박한 일이나 어려운 일”을 뜻하는 말은? ‘발등의 불’일까 ‘발등에 불’일까. ‘발등의 불’이 맞는다.

‘눈엣가시-눈의 가시’, ‘만에 하나-만의 하나’, ‘열에 아홉-열의 아홉’, ‘개밥에 도토리-개밥의 도토리’(이상은 모두 ‘-에’ 계통의 말) 그리고 ‘발등의 불-발등에 불’, ‘그림의 떡-그림에 떡’, ‘새 발의 피-새발에 피’, ‘천만의 말씀-천만에 말씀’(이상은 ‘-의’ 계통의 말) 등이 모두 같은 유형의 말들이다. 모두 앞에 제시한 말이 맞는 표현이다. 이들의 정확한 구사가 쉽지 않다. 그것이 우리말을 어렵게 느끼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발등의 불’로 적고 [발등에 불]로 읽어이들을 익히는 게 어려운 까닭은 ‘-의’와 ‘-에’의 구별이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관용적으로 형태가 굳어진 말이다. 그러다가 관용구가 보편성까지 갖추면 드디어 단어로 분류돼 정식으로 표제어가 된다. 한 단어로 처리돼 사전에 오른 말로 대표적인 게 ‘별의별’ ‘반의반’이다. 이들은 조사 ‘-의’ 계통으로 굳었다.

‘별’은 ‘보통과 다르게 두드러지거나 특별한’이란 뜻을 나타내는 관형사다. ‘나누다, 다르다’란 뜻을 지닌 한자어 ‘별(別)’이 그 정체다. 흔히 “별 볼 일 없다”라고 하는데, 이는 대단하지 않고 하찮다는 뜻을 나타내는 관용구다. 이를 간혹 하늘의 별을 볼 일이 없다는 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말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오류다. 이 ‘별’을 반복해 ‘별별’이라 해서 의미를 강조해 쓰기도 한다. 그 사이에 관형격 조사 ‘-의’를 넣어 연결해 ‘별의별’로 한 것도 모두 같은 뜻으로 쓰이는 관형사다. 원래는 ‘별의 별’, 즉 구의 형태로 띄어 쓰던 말이었는데 하도 많이 쓰고 입에 익어 하나의 단어가 됐다. ‘별의별’로 붙여 쓴다는 뜻이다.

‘하늘의 별 따기’를 비롯해 ‘발등의 불’, ‘그림의 떡’, ‘새 발의 피’, ‘천만의 말씀’. 이들은 모두 명사구로 단단히 결합한 관용구다. 이들을 자칫 ‘하늘에 별 따기’라거나 ‘발등에 불’ 식으로 ‘-의’를 ‘-에’로 잘못 적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말할 때는 ‘-의’를 [-에]로 발음하기 때문에 그것에 이끌린 결과다. 이런 발음법은 규범상으로도 허용돼 있다. 왜 그럴까.

홍성호 이투데이 여론독자부장·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홍성호 이투데이 여론독자부장·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이들을 실제로 발음해보면 관형격 조사 ‘의’를 [에]로 읽는 게 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는 이중모음이고, ‘에’는 단모음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표준발음법에서도 조사 ‘의’는 억지로 [의] 발음에 얽매이지 않고 [에]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했다(표준발음법 제5항). 물론 본래 발음인 [의]로 읽는 것도 당연히 인정된다. 따라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할 때 억지로 [우리의]라고 발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우리에]라고 해도 괜찮다.